정확히는 모르지만 체감 상 한달 정도 오이갤 서식한거 같은데

최저임금이랑 탈원전 논쟁 보면서 느낀 점을 좀 써볼까 함...



일단 순도 99.9% 짜리 공돌이의 성향이 어떤지부터 좀 설명하겠음.

이공계 사고가 일반인과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는데



1. 논리가 습관

  두 말 할것도 없제? 논리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면 애시당초 문제를 못 푸는데

  학생이라면 학점에 C를 뿌리는 농부 라이프로 끝나지만

  연구직으로 취직했는데 논리적으로 생각하지 못한다? 당장 눈칫밥부터가 장난 아님.

2. 요소와 요소를 분리하여 사고한다.

  이공계 대학수업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많은데 문과 강의 분위기를 내가 알 방법은 없으니

  문과도 그런지는 모르겠다만 이공계 대학수업에서 교수님이 공식 칠판에 쭈욱 쓰면서

  "이거는 이래저래 해서 이렇게 나오고요 쏼라쏼라 외계어 시전"

  하다가 보면, 교수님도 사람인지라 공식을 잘못 유도할 때도 있을거 아녀? 실수라는 걸 할 수도 있으니.

  그러면 한 학생이

  "교수님, 저기 틀린 거 같습니다. 분모에 그냥 n 이 아니라 n 제곱이 들어가야 되는거 같아요."

  그러면 교수님도 보더니만 "아 그렇네요." 그러고 수정함. 교수님들 전혀 기분나뻐하지 않음.

  문과 강의 분위기는 내가 몰라도 최소한 체대, 미대 같은데서 교수님께 반론 제시하는건 어림 없다고 알고

  있는데, 이공계는 "누가 말했냐" 같은 거 신경 안씀. 내용에 신경쓰지. 교무실에 학부모가 소환됬는데

  애가 논리적으로 반박한다? 학부모가 "어디서 어린 놈의 자식이 말대꾸를 해!?" 라고 외친다?

  정상적인 이공계 종사자 학부모라면 저런 소리 안 함. "니 말은 논리적으로 이래저래해서 틀렸다" 라고 하지.

3. 누구도 믿지 않는다.

  여기서의 "누구"엔 자기 자신도 들어감. 자기 자신에게도 확신이 없어서 무슨 새로운 가설을 만들어도

  최소한 시뮬레이션까진 성공해야 그나마 "아, 이 이론은 틀리지 않았구나"라고 믿음. 즉, 나 자신보다

  시뮬레이션을 더 신뢰하고 시뮬레이션보다 실험을 더 신뢰함.

  이런 태도는 타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서, 누가 말했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믿지 않음. 반대로

  누군가가 누군가를 맹신하는 상황을 보면 상당히 이상하게 생각이 되고.

  그래서 박사모, 문빠 등등 어떤 정치인을 맹신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음.

4. 원론과 정설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근원적으로 접근하는 해결책을 선호한다.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고 문제집을 많이 풀어봤어요" 라고 말하는 수능 올 1등급 괴수들 보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많이들 그러던데, 순정 공돌이들은 저 말 이해함. 왜냐, 정석적으로 접근하면

  적어도 틀린 결론이 나오진 않더라는 경험을 많이 했으니까. 여기서의 "정석적"이라는게 뭔지

  과학탐구영역의 예시를 들면

  각종 물리 공식들 "어떻게 해서 이런 공식이 나온거지?" "이 공식의 각 부분 의미는 뭐지?"

  이런 "근원"에 대한 고민을 하고 버스를 타고 가다가 출렁출렁하는 느낌을 느끼면서

  대학교 2학년 때 배운 2차 미분방정식이 자동으로 떠오르고 지금까지 배우는 모든 내용이

  마치 친구들끼리 밥 먹고 더치페이 할 때 각자 내야 할 돈을 자연스럽게 계산하는 것 마냥

  내 사고의 일부로 녹아도는 그런 것을 말함.

  실제로도 내 예를 들면 고 2때였나 운동량에 대한 내용이랑 운동에너지에 대한 내용을 배웠는데

  운동량은  <질량 x 속도>인데 운동에너지는 <0.5 x 질량 x 속도의 제곱> 이래는거야

  한 3일동안 "왜 운동량의 경우엔 속도가 제곱이 아닌 그냥 비례인데 운동에너지에선 속도의 제곱이지?"

  "운동량과 운동에너지는 뭐가 다른거지? 저런 관계라면 운동량은 큰데 운동에너지는 작거나

   운동량은 작은데 운동에너지는 클 수도 있잖아"  이런 고민 했었음. 3일 걸리긴 했지만 완전히 이해를

  하고 나니까 그쪽 부분은 엄청 쉬워짐. 왜? 사칙연산 마냥 그냥 내 일부가 됬으니까.

  이렇게 기초부터 차근차근 완전히 내 일부로 먹어버리면서 공부하면 또다른 이점이 있는데

  다음 학년 배우기가 남들보다 쉬워짐. 왜냐, 사실 다음 학년에서 배우는 것들 보면 기존 내용을 마스터

  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몇몇 사실들만 더해지고 기존 내용 + 새로 추가된 내용을 조합해서 만들기 때문에

  기존 내용만 완전히 이해하고 있으면 크게 어렵지 않거든.

  이런 경험을 하다보면 결국 이공계라는게 원론적인 접근, 정석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게 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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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이 오이갤 논쟁들 보면 어떤 점을 느끼냐면

1. 맹목적인 사람들이 꽤 있다. (문빠)

  "문재인 대통령이 했으니까 옳은 것이다" 라는 결론을 먼저 내려놓고 근거를 찾는 느낌이 올 때가 종종 있음.

 최저임금 때 많이 느낀건데 위의 3번 사고에 의해 누군가의 빠(박사모, 문빠 등등)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

 정설적으로 보면 분명히 틀린 것조차 문재인 대통령이 했으니 맞다고 하는 얘기들을 보면 답답하기만 함.

 예를들어 정말 기본적인 경제학으로만 생각해봐도 최저임금 인상이 한국 경제에 충격을 주는 건 당연하지 않음?

 그럼에도 노동자들이 너무 착취를 당하고 있으니까 <충격을 감수하고서라도> 최저임금을 올린다 (분배) 라는게

 최저임금 인상의 골자라고 생각했는데, 즉 최저임금은 <복지>의 개념으로 알고 있는데 많은 오이갤러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경제 성장" 방법으로 밀고 나오네? 소득주도 성장론이라고?

 - 이런 말 하면 또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냐" 그럴거 같아서 첨언하자면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게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에 충격을 주지만 올리긴 올려야 되니까

   한국 경제가 버틸 수 있는 정도를 계산해서 올려야 된다, 또한 경제에 가는 악영향을 극복할 별도의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 (예를들어 임대료와 대기업 갑질을 잡는다던가), 대책없이 너무 크게 올리면

   노동자들이 늘어난 소득으로 수입품을 더 많이 사기 때문에 내수 진작에 큰 도움이 안된다 이런거.

   지금은 최저임금 논쟁을 하자는게 아니고 그냥 사고방식에 대한 예시를 든거니까 논쟁은 패스하자고,

   형제들이여...

2. 내 생각과 다르면 일베충

  많은 오이갤러들이 "일베충이네" 그러는 댓글들 보면서 나는 그냥

  "아, 문재인 대통령에게 좀 실망한 사람인가보다" 혹은

  "아, 철 지난 신자유주의 (예를들어 낙수경제효과 주장하는 사람) 론자인가 보다"

  이 정도만 느껴지는게 대부분. 애시당초 문 대통령이 예수의 환생, 부처의 아버지, 알라의 아들 이런 사람일리도

  없는데 당연히 잘한 점도 있을 것이고 실수하는 부분도 있는게 당연함. 만약 깔게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둘 중 하나임. 님이 문빠거나 문재인 대통령이 백년, 천년에 한번 나오는 천재거나. 역사에 이름을 남길 정도의

  천재가 아닌 한 한국 대통령은 누가 해도 부족한 점이 생기는게 당연한거임.

  그런데도 많은 오이갤러들이 문재인 대통령 까면 일베라고 그러네?

  문재인 대통령은 전지전능 하기 때문에 까야 마땅한 점이 없고 따라서 문재인 까는 사람들은 일베충과 박사모

  뿐이다 이런건가? <전반적으로 잘 하고 있다>와 <모든 면에서 잘 하고 있다>는 전혀 다른건데, 그리고

  주변 현실 친구들 보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대해 대부분 우려하던데 그럼 내 친구들은 다 일베충인가...

  이런 점은 참 맘에 안 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