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복지 때문에 망했다고 했다. 과도한 복지 지출로 파산 위기를 맞았다고 했다.
 
유럽에 위치했고 민주주의의 발상지란 역사적 배경, 그리고 산토리니의 멋진 풍광은 뭔가 그럴싸한 '복지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렇게 그리스는 '직관적' 복지국가가 됐다. 더불어 '복지국가 실패의 범례'란 굴레가 씌워졌다
 
그러나 경제학자이자 홍콩 루이쿠연구원 부원장인 가오롄쿠이가 쓴 <복지 사회와 그 적들>(부키 펴냄)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책은 "(그리스가 속한) 남유럽에서는 이제껏 어떤 고복지 국가도 존재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함께 제시한 수치들은 그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리스에서 사회 복지 지출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6%로 유럽연합 평균인 26.9%에 못 미친다.
 
2011년 그리스의 실업률이 17.6%에 달했을 때도 실업 급여 지출은 국내총생산의 0.1%가 채 되지 못했다.
 
 이는 유럽 평균의 5분의 1정도다. 그리스가 복지국가란 인식은 말 그대로 '그 적들'이 만들어낸 허상이었다.

그리스 부채 문제는 '아테네 올림픽' 때문

그러면서 책은 그리스의 높은 부채 부담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개최에 따른 손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올림픽의 총지출이 원래 예산의 거의 세 배에 이르는 수준으로, 인구 1100만 명도 되지 않는 작은 나라가 부담하기 벅찼던 것.

거기다 그리스는 극단적인 다당제 국가로, 원체 재정관리가 느슨하다고도 덧붙였다. 범죄 조직이 횡행하고 지하 경제가 발달해
 
국가 부채가 누적돼 있었다고 한다. 그리스기업연합회는 매년 그리스에서 300억 유로가 탈세된다고 추정했고,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그리스가 공직 부패나 뇌물로 한 해 200억 유로 이상의 손실을 입는다고 밝혔다.

오히려 복지가 활성화된 북유럽 국가들, 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아이슬란드의 상황을 소개했다.
 
분명 그리스와는 상반된 길을 걷고 있었다. 사회와 경제는 안정적이고 범죄율도 지극히 낮았다.

2010년 덴마크는 재정 적자가 GDP의 2.6퍼센트에 불과했고 정부 부채 규모는 이제까지 60퍼센트를 넘은 적이 없다.
 
 핀란드는 적자가 GDP의 2.5퍼센트밖에 되지 않고 스웨덴이나 노르웨이는 재정이 흑자 상태다.
 
게다가 북유럽 복지 국가들은 모두 빛나는 경제 성과를 자랑하고 있다.
 
결국 재정 적자나 경제 위기 문제에서 복지는 결코 핵심적인 요인이라 할 수 없다. - <복지사회와 그 적들>에서

이렇듯 가이렌쿠이는 책을 통해 복지국가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과 오해를 바로 잡는다.
 
특히 가장 통용되는 7가지 '거짓말'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옮기자면 아래와 같다.

복지 사회는 부자나라에서만 가능하다? 오히려 사회 복지 제도를 일찍 수립한 나라일수록 발전이 빠르다.
 
복지 사회는 저효율을 야기한다? 고복지 국가들의 1인당 자산 창조 능력은 매우 높다.
 
복지국가는 실패했다? 독일과 북유럽 5개국 같은 고복지 국가들은 모두 성공했다.

복지 사회는 시민적 자유를 훼손한다? 복지 사회는 비복지 사회에 비해 더 많은 자유를 가져다준다.
 
 복지사회는 국가 부채를 늘린다? 미국과 일본은 고복지 국가가 아니지만 정부 부채가 많고,
 
 독일과 북유럽 5개국처럼 복지 수준이 꽤 높은 나라들은 오히려 부채를 지지 않고 있다.

복지는 사람들을 나태하게 만든다? 복지 국가라 하더라도 불로소득은 없으며 사회 복지에 의존하지 않게 하기 위해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 부자의 자선으로 사회 복지를 대신할 수 있다? 복지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자선으로 메워질 금액이 아니며,
 
미국 기부금의 70퍼센트는 중산층이 기부했다.

복지를 막는 '복지 사회의 적들'은 누구인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책만 놓고 본다면, 복지국가로 나아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복지는 저소득층이나 중산층뿐 아니라 기업과 정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복지 사회에서는 세수를 바탕으로 재정 집행이 용이해지고 고용 문제가 해결돼 사회 화합과 공직자의 청렴도가 향상된다.
 
기업에서는 훌륭한 인재들이 창조한 잉여 가치가 구현된다.

이렇게 효율적인 발전 모델을 왜 도입하지 못하는가. 누군가 복지 국가를 가로막고 있진 않은가.
 
 이럴 때는 '누가 이익을 보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저자는 "복지 사회를 건설할 경우 유일하게 손해를 입는 계층은 고위층"이라고 단언했다.
 
 기득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복지로부터 가시적인 이익을 얻을 수 없는 계층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그들을 지원하는 자들이 있다. 바로 복지 반대 논리를 제공하는 전문가 집단이다.
 
책은 그에 빌붙은 언론인들과 경제학자들을 '얼치기'라고까지 표현했다.
 
여론을 주도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학식이 깊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얕은 사람들의 영향력이 크다.
 
지식이 적을수록 편협해지고, 편협한 주장일수록 더 쉽게 여론의 주목을 받는다.

이익 집단의 대변인으로 전락한 경제학자들은 사회적 명성이나 지위, 연구 자금이란 일종의 '인센티브'를 얻는다.
 
경제 전문가의 관점이 아니라 포퓰리즘에 영합하거나 뉴스의 선정적 효과의 관점을 가지고 접근한다.
 
고도의 전문적 분석을 필요로 하는 경제 분석이 즉흥적으로 이뤄진다.

복지에 의존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임금 격차의 확대를 지지하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그들은 경쟁을 더욱 중시하며 최저 임금 수준은 될 수 있으면 낮추기를 원한다.
 
 사실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 하는 수 없이 사회 보장에 의존하는 사람들을 더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 <복지사회와 그 적들>에서

복지는 소비나 정부의 부담이 아닌 투자이며, 그 이익은 장기적이다. 오히려 복지 사회는 경제의 증진을 촉진한다. 

책은 한 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산업화와 도시화가 실현되면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돌파한다.
 
다음으로 자주적 혁신과 산업의 자립이 뒤따르면 2만 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4만 달러를 넘는 것은 사회 복지와 사회 보장 제도가 수립되지 않으면 힘들다.

복지 증대가 경제 발전으로 이어진다

이를 수요의 측면에서 풀었다. 산업화와 도시화는 농촌이 소비 잠재력을 발굴하고, 자주적 혁신과 산업의 자립은
 
산업 사슬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복지 사회 건설은 중·저소득층과 노인층의 소비를 도와 경제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설명이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 가운데 한국과 대만은 다수의 세계적 대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1인당 GDP는 2만 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적절한 시기에 세 번째 단계(사회 보장 제도 수립 - 기자말)로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선진국의 보편적 수준인 4만 달러대에 쉽게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 제도가 가장 건전한 북유럽 5개국은 경제 발전이 가장 잘된 국가들이다. - <복지사회와 그 적들>에서

복지 사회를 반대하는 자들은 종종 '감세'를 주장해 시민의 공감을 얻지만 이는 교묘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감세 기조는 중산층 사회를 해체시켰다. 부유층이 감세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집단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감세와 동시에
 
사회의 빈부 격차는 심화됐다. 

그 강대했던 로마는 '부를 부자들에게 돌린' 결과, 산더미 같은 빚을 졌고 장기간 파산의 위협에 직면하며 점차 쇠퇴의 길로 향했다.
 
책에서 살펴본 거의 모든 국가가 상대적 차이는 있지만 몰락의 길에 접어들었다.

미국과 서유럽이 세금을 감축하고 복지 지출을 삭감할 때, 북유럽 5개국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갔다.
 
지속적으로 세수와 복지 지출을 확대한 것이다.
 
 그 결과 북유럽 5개국의 경제는 악화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갈수록 강대해졌다.


북유럽 모델과 미국 모델은 30여 년의 경쟁을 통해 이미 그 우열이 가려졌다.
 
 어느 모델을 추구해야 하는지 이 책은 따져 묻는다. '적'들이여, 부유층이 중요한가, 국가가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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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복지때문에 망하는게 아니라 부패때문에 망하는거죠.

그런데 복지하면 당장 나라 망할 줄 아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