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 외국인 가족이 탔다. 굳이 꼭 자리에 앉아야 할 만큼 어린아이는 아니었는데, 한 중년 남성분이 앉히라면서 자리를 양보해 주었고, 그녀는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아이를 앉히러 가는데, 한 할머니가 어디선가 달려오더니 휙 앉아버렸다.
살짝 당황한 아이 엄마는 그냥 슬쩍 웃으면서 내 앞에 다시 서있었는데, 그 장면이 안쓰러웠는지 맞은 편 저쪽에 앉아있던 여학생이 일어나서 아이쪽으로 오면서 "여기에 앉히세요"라며 이야기를 하는데 그 순간 또 한 아줌마가 달려오더니 자리에 휙 앉으면서 "어휴 허리야..."라고 한다.
마치 저 아이보단 내가 앉는게 맞지 않느냐는 동정론으로 정치라도 하듯이.
원래 일어날 생각이 없었지만 너무 어이 없는 장면을 연거푸 보던 나는 아이 엄마와 눈이 마주쳤고, 서로 씩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은 내가 일어나서 "여기 앉아"라고 이야기 하고 나서야 아이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누누히 얘기하지만 선배 대접을 받고 싶으면 선배답게 행동을 하고, 어른 대접 연장자 대접을 받으려면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하면 된다. 존경은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에 맞게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어야 하는데 이 나라 정치가나 노인네들은 왜 그걸 권리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이 엄마가 눈 파란 백인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이 상황 자체가 너무 상스럽고 천박해서 좀 슬펐다.

동방예의지국 대단함~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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