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성폭력상담소 집담회

“기업·정치계 등 성차별 만연

노동현장서 여성 고립 안돼”

12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 50주년 홀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 주최로 열린 ‘피해와 생존 사이, 직장 내 성폭력을 말하다’ 집담회에서는 사회 전반에 만연한 성차별적 구조에 대한 성토가 잇따랐다. 참가자들은 “성폭력을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사회에서 여성과의 관계와 접촉 자체를 차단하는 ‘펜스룰’은 남성 스스로를 잠재적 성폭력 가해자로 인정하는 행위”라며 “여성들을 노동현장에서 고립시키려는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보라 국회 여성정책연구회 대표는 “국회는 피감기관과 기업을 상대로 성희롱 실태, 여성 임원 비율 확대 등의 시정요구는 잘하지만 정작 그들 자체는 내부를 정화할 시스템이 전혀 없는 치외법권지대”라며 “일부 남성 의원과 보좌관이 여성 보좌진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국회 내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보호하는 구조는 전무하다”며 “그동안 이 같은 문제를 수차례 지적해봐도 ‘여자들 무서워서 보좌진 못 쓰겠다’는 비아냥만이 돌아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담회에서는 기업, 학교, 연극, 정치계 등 사회 각 분야에 속한 여성들이 패널로 참여해 ‘각자의 세계에서의 성폭력’을 주제로 발언했다. 페미니스트 연극인연대 황나나 씨는 “이윤택 사건 등 언론에 잇따른 연극계 미투(Me Too) 운동이 보도된 이후 우리는 단지 연극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러게 왜 연극을 하냐’는 추궁을 당해야 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황 씨는 “연극계에 대한 환상과 오해가 있지만, 연극인 또한 조직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다른 직장인들과 다를 바 없다”며 연출가와 배우 사이의 권력 불균형 해소를 주문했다.

이가희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활동가는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퇴사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이 대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용평등법에 따라 2012∼2016년 사이 고용노동부가 26건의 사건을 접수했지만 기소된 건 단 2건(기소율 7.7%)뿐”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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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다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