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있는 맥주는 보통 알콜도수 4-5도.

가끔 8도가 넘는 맥주를 보면 신기해하기도 하고,

10도가 넘는 맥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으면 놀라기도 합니다.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고도수 맥주라하면 보통 10도 초반의 임페리얼 스타우트, 발리 와인이나 아이스복을 떠올리게 마련입니다.


최근까지 고도수 맥주의 대명사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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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uel Adams Utopias / Barley Wine / 27% / Boston Beer Company


사무엘 아담스의 유토피아즈였습니다.

2008년까진 그랬습니다. 

평온한 나날이 계속 되었지요.


그러던 2009년 2월 독일의 어느 브루어리에서 31도짜리 아이스복을 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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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orschbock 31% / Eisbock / 30.89% /  Kleinbrauerei Schorschbrau


31%라는 높은 도수의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 사용한 방법은 맥주를 얼리는 겁니다. 맥주를 얼리게 되면 알콜보다 물이 먼저 얼기 때문에, 얼음이 된 물을 제거해주고 다시 얼리고 물을 제거 하고를 반복해서 목표도수를 얻어냅니다.


쇼르쉬복 31%은 기네스북 World Strongest Beer에 등재가 되고,

이는 스코틀랜드의 어느 돌아이 브루어리를 자극하게 되어, 고도수 맥주 전쟁의 서막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계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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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ctical Nuclear Penguin / Imperial Stout / 32% / BrewD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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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wDog의 공동창업자. 아 글씨 사장님들이 이러고 놀고 있다니까요?


택티컬 뉴클리어 펭귄은 세계에서 제일 강한 맥주라는 왕좌에 올랐지만, 그 영광(?)은 채 한 달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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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elation Cat Freeze the Penguin / Barley Wine / 35% / Revelation Cat Craft Brewing


다분히 의도적인 이름으로 중간에 참전한 이탈리아 크래프트 브루어리도 있었지만, (영국과 독일의 전쟁에서 이탈리아가 지원사격을 하는군요. 역사는 반복되는가요..^^) 독일의 쇼르쉬 브루어리가 순식간에 왕좌를 재탈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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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orschbock 40% / Eisbock / 39.44% /  Kleinbrauerei Schorschbrau


40%의 맥주를 출시한 쇼르쉬 브루어리는 의기양양하게 고도수 맥주를 만드는 자사의 기술을 사지 않겠냐고 브루독에게 제안합니다. 물론 브루독은 일언지하에 이를 거절하고 대단히 노골적인 이름의 맥주로 반격을 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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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k the Bismarck / Quadrupel IPA / 41% / BrewDog


2차대전 영국과 독일의 전쟁을 다룬 동명의 영화제목을 따온 쿼드루펠 IPA입니다.

출항 2주만에 침몰한 비스마르크함처럼 영국의 브루독은 독일의 쇼르쉬 브로이를 침몰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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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브루독 사장님들 맞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에 흔들릴 쇼르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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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orschbock 43% / Eisbock / 43.38% /  Kleinbrauerei Schorschbrau



과연 40도짜리 맥주를 맥주라고 할 수 있는 것이냐...라는 비난 여론과 함께 무의미한 맥주전쟁에 점점 지쳐가던 브루독은 두 달 후 아래와 같은 맥주를 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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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nd of History / Eisbock / 55% / BrewDog


음....사진 잘못 올렸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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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맥주 맞습니다.;;


디 엔드 오브 히스토리는 딱 12병만 세상에 나왔고, 600~900불이라는 고가에 거래가 되어 가장 높은 도수와 가장 비싼 가격, 그리고 가장 엽기적인 병 디자인이라는 세 가지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브루독은 이 맥주의 출시와 더불어 고도수 전쟁에서 발을 빼기로 선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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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런 사진 없으면 서운하죠.



이에 그동안 싸워온 파트너인 쇼르쉬브로이도 이에 화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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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orschbock 57%  finis coronat opus / Eisbock / 57.7% /  Kleinbrauerei Schorschbrau


라틴어 finis coronat opus는 the ending crowns the work을 의미하며, 이로써 브루독에게 영원한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아마도요.



하지만 그 뒤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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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 the future / 60% / Eisbock / Brouwerij 't Koelschip


네덜란드의 브루어리 't Koelschip에서 만든 60%짜리 아이스복.

딱봐도 브루독의 the End of History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이름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스코틀랜드의 한 브루어리는 이런 놈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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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ageddon / Eisbock / 65% / Brewmeister



최고(?)가 되고 싶어하는 인간의 열망은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과연 이것을 맥주라고 불러야하는가의 문제는 차지하고서라도,

고도수맥주의 향연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보는 사람의 입장으로선 그저 재미있을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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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 포럼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