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짤 느낌 좋지 않나요?)

문득, 관용어구 중에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듯'이 생각납니다.

본래는 목소리를 나타내는 관용어구지만 여기서는 캐릭터와 스토리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싶어서 써봅니다.

이상적인 작품은 물론 옥구슬 같이 고운 캐릭터가 빛나는 은쟁반에서 동글동글 구르면서 어여쁜 소리를 내는거지만 언제나 그런 작품이 나오기는 어렵죠.

구슬이나 쟁반 중에 하나가 흠이 있는 경우가 있어요.

구슬에 흠이 있으면 데굴데굴 굴러가다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틱틱거리는 잡음을 내어 눈을 지그시 감고 소리를 즐기던 시청자의 눈을 다시 뜨게 만들어요.

캐릭터의 비중 조절에 실패하거나 성격이 이해 안되게 변해서 스토리와 따로 노는게 그렇죠.

시작부터 못나고 어그로를 끌기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는 원래 캐릭터 만든 의도가 그거니 흠집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예시로는 셀렉터 시리즈의 아키라키★가 확실히 떠오르네요.

캐릭터가 조금 흠난거는 나쁘지 않아요. 다만 흠이 난 구슬은 계속 구르다보면 결국 깨져서 쟁반 여기저기에 조각을 남겨 소리가 탁해지거나 소리 자체가 사라져버리기도 해요.

은쟁반인 스토리는 캐릭터의 비중이 조금 더 높아지는 애니메이션에서는 크게 신경을 안 쓰기도 하는 요소이기도해요.

보급형 플라스틱 쟁반에서 굴러도 구슬이 이쁘면 구슬이 구르는 소리보다 구슬 자체에 매료되어서 독특한 생명력을 얻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그렇다해도 애니메이션은 서사가 기본으로 있어야하기 때문에 흠집이나 벌어진 틈이 있다면 필연적으로 구슬은 그 흠에 부딪치면서 심하면 구슬이 밖으로 떨어지기도 해요.

분량조절에 실패해 쟁반을 모두 구르지 못하면 그 틈은 '덜 해결된 떡밥'으로 남아서 조금 찝찝한 기분 빼고는 별 탈이 없겠지만 이 쟁반이 깨져버리면 위에 구슬이 깨지는 경우보다 더 심각한 일이 일어난다죠.

캐릭터만 건져올리는 애니메이션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생각해서요.

아무리 캐릭터가 더 중요하다고해도 쟁반을 만드는 사람은 그 설정과 복선, 흥미요소를 적절히 배합해 그 캐릭터에 맞는 쟁반을 만들어야 서로서로 굴러가면서 좋은 소리를 낼거 같아요.

'캐릭터를 굴리다'라는 표현과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듯'이라는 관용어를 합해보았습니다.

좋은 소리를 듣고싶네요.

여담.. 와타모테는 이 범주보다는 차라리 옛날 쇠팽이 돌리듯 밧줄에 감겨있다가 까드득거리며 아스팔트를 파고드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