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화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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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최상층에 도달했다는 엘리베이터의 벨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헥은 휘갈겨 쓴 메모를 주머니에 구겨넣으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관복을 깔끔하게 입은 한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그가 헥을 보고 말했다.

 


「헥 인더스트리의 헥 님이십니까?」

 

「그렇소」

 

「초소에서 전해 들었습니다. 전 사령관의 부관인 티스라고 합니다. 자, 이리로」

 


자신을 티스라고 소개한 남자를 따라서 사령관 집무실로 들어선 헥은

 

생각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사령관에게 한번 놀라고, 그런 젊은이에게서 나올 수 없는 흉흉한 기운에 한번 더 놀랐다.

 

자동적으로 몸이 움츠러드는 걸 느끼고 있으니, 사령관이 인사를 했다.

 


「이거 이거, 어려운 발걸음 감사합니다. 헥 인더스트리의 공방장 헥 님. 새로 작전지휘관으로 임명된 하멜이라 합니다」

 

「당치 않소. 딸을 위해서라면 찾아올 수도 있지.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소. 내 딸 어디에 있소?」

 

「따님이라면, 에스프리 양 말씀이십니까? 초소에선 분명히 신 병기를 보여주러 오셨다고...」

 

「병기라면 주차장에 세워둔 내 바이크에 장착되어 있소. 언제든 봐도 상관 없고, 교환 조건이라 해도 좋소이다.

내 딸은 어디 있소?」

 

「성미가 급하시군요. 뭐, 지금쯤이라면 다 끝나 있겠지요. 부관」

 

「예. 들어오도록 하라」

 


옆 방 문이 소리없이 열리며, 메이드의 안내를 받아 이스가 집무실로 들어왔다.

 


「이스! 이스냐!」

 

「아...아빠? 아빠!!」

 


헥과 이스가 감격의 재회를 하는 사이, 하멜은 꼼꼼히 이스를 훑어보고는 음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부녀의 대화가 이어졌다.

 


「이스야, 왠지 더 예뻐진 것 같구나. 무슨 일이 있었느냐?」

 

「에이, 아빠도. 화장빨이예요, 화장빨」

 

「가슴도 이렇게 커졌고 말이지」

 


헥이 이스의 가슴을 주무르는 척 하며, 구겨넣었던 메모를 꺼내 이스의 가슴팍에 넣었다.

 

워낙 교묘했던데다 사각을 노려서 한 일이라 티스와 하멜은 눈치채지 못했고, 이스가 능청스레 소란을 떨었다.

 


「아빠도 참...변하지 않는 변태군요」

 

「남자가 변태면 어떻단 말이냐!」

 


그 때, 하멜이 대화를 끊었다.

 


「일단 전 바빠서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하니, 두 분께선 부관의 안내에 따라 파티에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며 하멜은 바로 일어나서 집무실을 나갔고, 헥이 부관인 티스에게 물었다.

 


「파티요? 무슨 파티?」

 

「이번에 저희 오르카에서 기계제국과 공모한 반란자를 제거하는 대규모 작전을 벌였습니다.

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났기에 축하 겸 병사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파티를...」

 

「...큭」

 

「아빠?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아니다. 일단 대기실로 안내를 해 주게. 부관」

 

「알겠습니다. 이리로 오시지요」


 

부관의 안내를 따라 이스와 헥은 큰 강당에 인접한, 작은 대기실로 들어갔다.


 

「파티는 약 30분 내로 시작합니다. 메이드가 안내해 줄 겁니다」

 

「알겠네. 고맙네」

 

「별 말씀을. 편히 쉬십시오」

 


부관이 문을 닫고 나갔고, 이스가 빠르게 말했다.

 


「아빠, 엄마는요? 엄마는 어떻게 됐는지 아세요?」

 

「쉿. 감시의 눈이 있다」

 


헥의 눈빛을 따라 눈을 흘기자, 투명한 탁자 아래 돔 형태의 감시카메라가 붙어 있었다.

 

이스는 화기애애한 척 웃으며 말했다.


 

「음성녹음은 안 되는 버전이네요. 그럼 말해도 되잖아요」

 

「오르카에서 무슨 개조를 했을 지 모르니 말을 아껴야 한다는 거지」

 

「알겠어요. 그래도 단서 같은 건...」

 

「아까 그 메모, 거기 다 적혀 있으니 화장실 같은 곳에서 보거라. 일단은 아무것도 모르고 온 척 하자꾸나」

 

「알겠어요. 그보다, 뭘 가져오신 거예요?」

 

「스마트밤이다. 예전 발사관의 강도와 탄도실험을 하던 게 완성되어서 가져왔지」

 

「진심이예요? 그런 거 오르카에 넘겼다간, 저처럼 군법회의에 처해질지도 모른다고요!」

 

「걱정 말아라. 다 수가 있단다. 그보다, 이스 넌 어떻게 감옥에서 나온 게냐?」

 

「아마...놈은 제가 맘에 든 모양이예요. 즐길 장난감이라는 의미로요」

 

「으득...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이냐?」

 

「아빠 딸이잖아요. 저도 다 수가 있어요」

 


걱정스레 묻는 아빠에게 걱정 말라는 윙크를 해 주고, 아빠에게 팔짱을 끼는 척 하며 소리를 죽여 말했다.

 


「아빠, 아마 오늘 밤이면...」

 

「응. 뭔가가 일어난다고 하면 오늘 밤이겠지. 마음 단단히 먹어라, 이스」

 

「응...저 아마 아빠랑 떨어질지도 모르겠지만, 열심히 할께요」

 

「그래. 단지 저 녀석의 아내라던가 그런 건 절대 용납 못 한다」

 

「후훗, 저 정도의 남자가? 아빠, 내 취향 아시잖아요?」

 

「그래. 아빠 같은 남자가 취향이었지! 역시 내 딸!」

 

「헤헤...아빠, 사랑해요!」

 

「오, 이 타이밍에 고백인가? 그래, 나도 사랑한다」

 

「아빤 짓궂어...」

 

「하하, 아무렴, 누구 아빤데!」

 


헥과 담소를 나누며, 속으로 이스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느낌을, 이스 뿐 아니라 헥도 받았다.

 

파티 전의 기분 좋은 긴장감과는 다른, 폭풍 전의 기분 나쁜 고요함이 오르카 본부를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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