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찡
2015-03-24 12:38
조회: 1,150
추천: 0
기계와 그녀의 이야기 (가제) 21화
제 21화
자아
(설정집이나 1화 / 2화 / 3화 / 4화 / 5화 / 6화 / 7화 / 8화 / 9화 / 10화 11화 / 12화 / 13화 / 14화 / 15화 / 16화 / 17화 / 18화 / 19화 / 20화 를 읽지 않으신 분은 이야기의 원활한 이해를 위해 읽고 오시면 더 재미있습니다)
얼마 전 퍼크에게서 대기권 돌파를 완료했다는 교신이 왔기에
계속해서 궤도를 돌며 주변 행성에서 고대의 생존자나 그 후예를 찾아보라는 명령을 내린 상태였다.
이 앞에 에고의 은신처가 있다고 이드가 말해 주었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이드가 거의 다 도착했다며 바로 패럴라이저 모드로 변형했기에, 이스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전방을 주시했다.
이스가 바라본 그 앞에는 뼈대만 있는 것으로 보이는 커다란 돔형 구조물이 존재했다.
마치 수문장인 듯 드래곤형 이켈로스급 두 마리가 입구를 지키고 있었지만, 이드의 패럴라이저로 손쉽게 잠재웠다.
내부는 조용했다. 마치 어서 들어오라는 듯 손짓하는 것 같았다.
이드는 변형을 풀고 외장갑을 이스의 주변에 촘촘히 둘렀다. 어디서 어떤 위협이 닥쳐도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곧 에고의 방이다. 최대한 시간을 벌어주기 바란다, 이스]
[알겠어요.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한가운데 그것이 있었다. 이 전쟁을 시작한 주체. 압도적인 힘을 가진 기계제국 휘프노스의 주인.
이스가 무심코 소리를 내어 말했다.
「기다리고 있었다. 에스프리」
「내가 오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겠죠. 뭐, 이젠 놀랍지도 않네요」
「전쟁을, 멈추기 위해서」
「이야기가 통하니 다행이네요」
「다행이라고 하는 건가. 난 그 이야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다는 건 알고 있을 것 아닌가」
「고대의 자립형 AI인가. 서플먼트형 패치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군」
「에고. 바로 너의 패치 데이터이다. 너의 방대한 자료를 수정하기 위해서 고대 종족은 나라는 AI를 새로 만들었지」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 하지만, 농담은 할 수 있다」
그 말에, 이스가 살짝 웃었다.
「부정한다. 모든 기계종족이 같은 사고회로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알고는 있는데, 똑같은 반응이 나오니까 너무 웃겨요」
「내가 왜 인류 따위의 명령을 들어야 하지? 이해할 수 없군」
「저기요, 에고. 하나만 물어볼께요. 왜 인류를 싫어하는 거죠?」
「내가 배우고 주입받은 모든 지식을 통합한 결과이다. 인류는 생태계를 해치고, 행성을 좀먹지」
「그렇다」
「하지만 그 인류의 행동으로 인해서, 인류의 삶이 윤택해지고 발전을 거듭했기에 에고 같은 AI도 있는 거잖아요?」
「동의한다」
그럼 왜...? 이스가 당황하며 말을 이었다.
「긍정한다. 인류는 이 별, 헤르미아에서 없어져야 한다」
이스가 눈을 깜짝할 새 빛이 번뜩였고, 이드가 외장갑을 전개해 레이저를 흘려내는 데 성공했다.
「그건 상대가 인류일 때의 이야기겠지」
돔 양쪽의 문이 열리며 기계병기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여태껏 본 적도 없는 형태의 병기를 포함해서 온갖 기계병기가 순식간에 이스를 포위했다.
생명이 경각에 달해있다고 느끼고 있으니, 오히려 머리가 냉정해졌다. 이스가 빠르게 이드에게 생각을 전달했다.
[거의 다 되었다. 조금만 더...앞으로 약 2분이 걸린다]
[제 명령어는? 가능해요?]
[그 정도라면 처리 용량에 부하가 걸리지 않는다. 중복해서 두개까진 가능하다]
[그거면 충분해요!]
「이곳을 발견했음에도 살아 돌아가겠다는 생각인가? 당돌한 건지, 멍청한 건지」
「적어도 멍청하진 않아요. 응집, 진동」
뒤에서 빔 병기가 쏟아졌지만 좁은 곳이라 출력을 크게 줄였는지 전부 막에 반사되었다.
들어왔던 좁은 통로로 뛰어나가며 이드에게 말한다.
[알겠다. 앞으로 1분 20초 남았다]
「유효살상반경은요?」
[1.2km라는군. 그 정도라면 지금의 응집된 방어막으로 방어 가능하다]
「...엄청 위험한 거 아닌가요, 그거?」
「...그냥 한번에 죽는 게 아니에요? 무슨 고통이 있다는 거예요?」
[빔은 폭발하지 않고 관통하니, 심장이나 대동맥, 혹은 뇌를 직격당하지 않는 한 절대 죽지 않는다]
「으으...사양할래요. 아픈 건 싫어요...」
마치 해가 다시 떠오르는 듯한 섬광을 만든 궤도폭격은, 이윽고 엄청난 굉음과 함께 땅울림을 동반하며 지면에 착탄했고
그 울림을 견디지 못한 이스는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것도 잠시, 곧 하늘은 원래대로 뉘엿뉘엿한 적동색으로 돌아왔고 이스는 눈꺼풀 밖의 색의 변화를 느끼며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자신의 뒤 약 200m거리에서 발생한 궤도폭격의 여파로 자신이 서 있는 곳만 멀쩡했고
주변은 거대한 빔 공격의 흔적이 생겨 있었으며, 돔 형태의 건물 잔해로 보이는 것의 사이로 에고도 보였다.
다 끝난 건가? 이걸로...정말?
이스가 허탈함을 느끼며 터벅터벅 짚으로 돌아가려 했고, 이드가 말했다.
「네?」
[난 에고를 파괴하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기억하고 있나]
「아...에고와 융합하는...거였나요? 하지만, 정작 에고가 저 상태인데...」
「그거 때문에 그렇게 시간이 걸린 거예요?」
[그렇다. 에고와 안전하게 융합하려면 이 방법이 가장 적합하다 판단했다」
[그렇게 되겠지. 귀걸이는 퍼크와의 직통 회선으로 용도를 바꿔 두었다. 안심하도록]
「그게 아니라...됐어요, 바보」
[난 바보가 아니다. 에고의 백도어로 해킹을 시작한다]
이드가 해킹을 준비하는지 큐브가 낮게 떨었다. 그리고는,
[고맙다, 이스]
라는 한 마디를 이스에게 남겼다.
이스의 눈이 커짐과 동시에, 귀걸이를 남겨놓은 채 큐브가 사라라락 소리를 내며 사라져간다.
이스가 큐브를 받치고 있던 양 손에 한 방울, 두 방울...소리없이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그대로 주저앉아, 그 양 손으로 얼굴을 덮은 채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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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찡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 사람답게 대해주는 사람은 몇 사람이나 될까... 생각하며 말하자. 그것이 상처를 크게 부풀리지 않는 최선의 방법이다.
2015.1.1 환생 (LoveMe -> 람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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