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출범 및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의 알파 테스트가 시작되는 등 본격적인 LoL의 국내 서비스가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현재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LoL의 국내 상륙은 재미있는 게임이 늘어난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최근 스타크래프트 이후 마땅한 컨텐츠가 없는 E-Sports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LoL은 이미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규모의 리그를 진행 중이며 WCG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대회에도 많은 신경을 쏟고 있기에 그러한 기대가 더욱 큰 상황. 지난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출범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는 한국에서 진행될 대회를 위해 500만 달러 상당의 예산을 따로 배분하였음을 발표하는 등 E-Sports로서의 발전에도 많은 투자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이미 지난 8월 WCG 한국대표 선발전을 진행하여 11월에 결승만 남겨두고 있다. 언제라도 국내 대회가 정식으로 진행되어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이에 대비해서 LoL 프로팀을 준비하는 유저들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동접 30만의 LoL 북미 서버 유저 중 적지 않은 한국인 유저가 5:5 랭크 게임 20위 안에 포진해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노리는 유저들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 게임계의 신인류라 불리는 한국인의 위엄 ]




그런 가운데 LoL 프로 게이머팀을 준비 중인 이들이 있다는 소식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시점에서의 프로팀 준비, 흥미가 동한 기자는 이들과 만나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어느 정도의 실력이기에 '가장 먼저' 프로팀을 준비한다고 하는 것인지도 궁금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나기 전에 살짝 물어보았을 때 받은 답변에 적힌 랭킹 점수는 무려 2090!





LoL의 랭크 모드로 게임을 하면 승패 결과가 점수로 기록되며 이 점수를 유저들 간의 실력을 비교하는 척도로 삼곤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높은 점수를 유지할 수록 뛰어난 실력을 가진 플레이어인 셈이다. 1200점에서 시작하여 이기면 올라가고 지면 떨어지는 랭킹 점수를 2090까지 올리려면 운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영역. 적어도 그 수준에 오를만한 실력이 뒷받침되어 있다는 뜻이다. 와우로 치면 시즌 검투사, 스타크래프트2로 치면 플래티넘 리그 수준이라고 할까.


더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단지 자신의 실력만을 믿고 치기어린 도전을 하는 이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고, '게임이니까?'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 놀랍게도 이들은 아마추어가 아니었다. 리그 경험도 충분할 뿐만 아니라 일부는 세계 대회 역시 경험해본 진짜 프로게이머였다. '국내 LoL 유저 중에 프로게이머가 있었나?'라고 고개를 갸우뚱할 당신,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이들은 '철권' 프로게이머였으니까. 그것도 무려 Tekken God(텍켄갓, 혹은 텍갓)까지 이룩한 알짜배기 선수들이다.



※ 잠깐! Tekken God이 뭐지?

LoL에 레이팅 점수를 기반으로 하는 동장/은장/금장/플래티넘의 등급이 있다면
철권은 총 41종의 계급이 존재하고 그 최상위에 있는 등급을 Tekken God(텍켄갓 혹은 텍갓)이라고 한다. LoL로 비유하자면 플래티넘 등급 중에서 최상위에 속하는 이들만 이룩하는 별세계의 등급인 셈이다.


[ 정상적으로 취득한 유저는 손에 꼽을 정도라는 꿈의 등급 ※ 출처: 네이버 블로그 ]




'철권' 프로게이머에서 LoL로 전향을 결정하고 최근 연습을 시작했다는 4인방을 롤벤에서 만나
철권에서 이미 일가를 이룩한 그들이 LoL을 시작하게 된 사연을 들어 보았다.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 철권에서는 TekkenRain이란 닉네임으로 활동하던 홍선표라고 한다. 이쪽은 철권에선 썬칩이란 닉네임을 사용했고 LoL에서는 시즌1 솔로 레이팅 2090을 기록한 Suney 최선휘, 이번 전향을 기점으로 같은 배를 타게 된 김재현, 마지막으로 이재훈, 이렇게 4명이 한팀이다.



[ 왼쪽부터 TekkenRain(홍선표)님, Suney(최선휘)님, 김재현님 ]




[ 독사진을 찍으신 이재훈님 ]




※ 잠깐! Sun Chip(Suney)은 누구?

앞서 말한 텍켄갓 계급에 국내 최초로 등극한 선수.
이 선수 이후에 2번째 텍켄갓이 등장할 때까지 5개월이란 시간이 걸렸으니
텍켄갓 등극이 얼마나 어렵고 대단한 일인지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터.


[ 09년 11월 최초로 텍켄갓에 등극한 Sun Chip 선수 ※ 출처 : 네이버 블로그 ]





※ 잠깐! TekkenRain은 누구?

국내 최초 텍켄갓 등극은 Sun Chip 최선휘 선수가 달성했다.
그리고 그 다음 국내에서 텍켄갓을 등극한 선수가 바로 이 Rain 선수다.
다승 1위에 빛나며 철권 유저들 사이에서 기계 철권이라 불리며
기본기가 탄탄한 플레이가 자랑인 탑 랭커다.


[ Sun Chip선수와 막상막하의 실력을 갖춘 Rain선수 ※ 출처 : 네이버 블로그 ]





◆ 팀 명칭은 무엇인지?

= 아직 딱히 정하지 않았다. 이제 연습 방식부터 하나씩 기반을 잡아가는 단계라서 팀 명칭까진 정확히 정하진 않았다.




◆ 어떻게 만나게 된 사람들인지?

= 기본적으로 다 같이 철권을 하다 알게 된 사이다. 모두가 프로게이머로써 대회에 출전했던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연결 고리는 철권이었다. 본래는 5명으로 팀을 구성하려고 했는데 마지막에 개인 사정으로 한 명이 빠지게 되었다. 그 친구도 철권을 하다 알게 된 사이였는데 사용하던 닉네임은 한쿠마라고 유명한 친구다. 함께 하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다.


[ 닉네임에 캐릭터 이름이 붙을 정도로 그 캐릭터로 유명했던 유저 ※ 출처 : 포모스 ]




◆ 그럼 현재는 4명이 연습을 시작한 것인가?

= 그렇다. 현재는 4명뿐이다. 아직 실질적인 일정이 나온 것도 아니고 마땅히 마음이 맞는 사람도 없어 빈 자리를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진 않다. 언제고 채워야 하긴 하겠지만 말이다.




◆ 철권에서 인정받던 플레이어였는데 LoL로 전향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 일단 엘오엘이 재밌다는 것이다. 결국은 게임, 재밌는 것을 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리고 다음 이유는 철권 리그의 시장 전망이 어둡다는 것도 결정에 한몫을 했다. 일단 이번 시즌 철권 리그가 종료되었는데 여기서 계속 생활을 이어 나가려면 다음 리그가 열려야 한다. 문제는 철권 리그를 담당하던 MBC 게임이 올해를 끝으로 사라지게 되어 사실상 리그의 지속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다른 곳이 이어서 할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 긍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본다. 차기작으로 거론되어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주길 바랐던 철권 태그2 역시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듣기에 국내에 딱 한 곳에 설치되었고 한 번 플레이 하는데 천 원씩 필요하다고 알고 있다. 하려는 유저들이 많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MBC게임 김철민, 이승원 해설의 트위터 ]



▶관련 기사 : 10년 역사의 MBC게임 사라지나(클릭!!)




◆ 굳이 프로게이머가 아니고 일반 유저로 남을 수도 있었을 텐데?

= 사실 지금 4명 중 본인(Rain)과 Suney외엔 처음부터 프로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은 아니다. 비록 장르는 다르지만 일단 프로 게이머 생활을 해보았던 경험이 도움되어 같이 할 사람들을 모으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게 된 것이다.


철권 리그에 처음 출전했었던 때가 리그 시즌 1, 말하자면 초창기였다. 그때에는 다들 철권 리그 시장을 크게 보지 않았다. 그래서 그 당시엔 대회 출전팀 이름도 약간 장난스럽게 지었었다. 근데 이 생각이 시즌 2가 이어지면서 달라졌다. 만약 '이 바닥에 스폰서가 등장해서 적당한 팀을 찾는다고 할 때 누구에게 먼저 손을 내밀 것인가'에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스폰서의 입장에서 당연히 이름이 알려지고 준비가 된 이들과 시작하고 싶어하지 처음부터 선수들을 발굴해내고 하나씩 키워 팀을 구성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뚜렷한 이름을 가지고 성과를 가진, 말하자면 상품가치를 가진 팀을 먼저 만들어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철권 시즌2의 스페셜리스트 팀이었다. 남들보다 조금 먼저 일찍 준비한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실제로 철권 시즌5가 시작되었을 때 바라던 스폰서를 구하게 되었다. 철권 팀 중에선 최초였다.


LoL 역시 같은 이치에서 생각했다. LoL은 성장할 게임이고 E-Sports가 크게 열릴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설사 국내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더라도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시장성이 확실하다고 생각되어 나중에 스폰서들의 관심을 끌게 될 때 경쟁력 있는 팀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남들보다 조금 일찍 시작하게 된 것이다.




◆ 철권에서 프로 선수로서 활약했다지만 엄연히 장르가 다르다. 한 편으로 기대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걱정도 되는데?

= 물론 둘은 다른 게임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막 전향을 결정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했기에 지금의 랭커들보다 실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대회를 겪으면서 느낀 것이 있다. 일반 게임에서 통하는 전술, 그리고 대회에서 통하는 전술 간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철권 프로리그를 보면 평소 실력은 대단치 않은데 대회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 평소 실력은 뛰어난데 대회에서는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하는 선수가 존재한다. 우리가 노리는 부분이 그런 것이다. 비록 LoL 리그는 아니지만 우린 대회의 경험이 있고 그것이 어느 정도는 통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 LoL은 개인의 실력보다 팀워크가 중요한 게임이다. 개개인의 실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팀원 간의 손발이 얼마나 잘 맞느냐로 이를 보충할 수 있다고 본다. 첫 대회가 언제일지, 얼마의 여유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실제 대회 일정이 잡히고 다른 팀원들이 참여를 결정했을 때 우리는 지금부터 연습하고 있을 테니 팀워크 면에서 유리한 점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현재 팀원 중 일부가 철권 쪽에서는 나진 프로팀에 속해있다고 알고 있다. LoL 쪽에서도 나진이 스폰을 하게 되는 것인지?

= 확실히 정해진 것은 없다. 팀원 중 일부가 나진 프로팀에 속해 있어서 아예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나진 쪽에서 아직 LoL에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기에 이렇다 이야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나진에서 관심을 둔다면 다행이겠지만, 아니라도 개인적인 준비는 꾸준히 할 생각이다.


[ 나진상사 후원, 나진 엠페아이어스 창단 당시 모습 ※ 출처 : 포모스 ]





◆ 그럼 아직 스폰이 없다는 이야기인데, 생활에 불편함이 좀 있을 것 같다.

= 팀원마다 개개인의 사정이 조금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예전 철권 쪽에서 프로게이머로 활약했던 것이 있기 때문인지 집에서 인정을 해주고 지원도 해주는 편이다. 기회는 준비한 사람에게 온다는 말을 믿는다. 지금 이렇게 준비하다 보면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본다.




◆ 그렇다면 역시 목표는 국내 첫 대회에서 성과를 보이는 것인가?

= 물론 그렇다. 국내 첫 대회를 목표로 연습 중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거창하게 '우승'! 같은 것을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첫 대회의 성과가 물론 임펙트있긴 하겠지만, 남들보다 조금 먼저 준비를 시작하긴 했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전향자들 사이에서 빠른 것뿐,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오른 기존의 강자들을 모두 제칠 수 있을 것이라는 허황된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일정 이상의 성과를 내어 우리를 알리는 것이 목표다. 어차피 LoL 리그가 단발성으로 끝나진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시간은 충분하다고 본다.




◆ 연습은 하루에 보통 몇 시간 정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 거의 한 열 시간 정도 한다. 그때그때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그 정도는 꼬박꼬박 하는 것 같다.




◆ 10시간 정도 하다 보면 연습 때 지는 일도 종종 있을 텐데.. 정신적으로 괴로울 것 같다.

= 당연히 질 때도 있다. Suney야 그래도 우리 중에 실력이 제일 좋아서 나은 편이지만 아직 다른 이들은 LoL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그리 뛰어난 실력은 아니다. 그러다 보면 연습하는 동안 자주 지기도 하는데, 이게 많아지면 소위 말하는 멘탈 붕괴가 시작된다. 그럴 땐 연습도 안 되고 손도 마음대로 안 움직인다.


근데 그것도 잠시, 거기서 좀 더 하면 나중엔 그런 것에 무감각해질 때가 오더라. 이기든 지든 별 감흥이 사라진달까. 거의 기계적으로 게임을 하게 된다. 이럴 땐 패하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어서 좋긴 한데 이런 게임은 대체로 연습 효과가 없다. 결국엔 멘탈 붕괴해가면서 연습을 해야 되는 셈이라 조금 힘들 때도 있다. 신기한 건 그래도 어찌어찌 하고 있다는 것. 개인적으론 이걸 '게이머의 유전자'라고 부른다.




◆ 연습은 주로 어디서 하는지? 다 같이 모여서 하나?

= 처음부터 4명 서로 다 알던 사이는 아니었다. 실질적으로 팀 구성에 의견을 모은 것도 2주 전이고 그전까지는 계속 온라인에서만 만났었다. 사실은 우리도 모두 다 같이 오프라인에서 만난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그렇다 보니 여태까지의 연습은 거의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앞으로는 좀 더 오프라인 연습 기회를 늘려나갈 생각이다.


여태까지 연습은 각자 상황에 맞는 곳에서 했다. 집이든, PC방이든. 앞으로는 조금 고정된 PC방에서 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 도미니언 모드에 대해서도 준비 중인가?

=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 정식 대회에서 도미니언 모드가 사용될 것으로 생각하진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도미니언 모드가 대회에서 사용된다고 하면 불만이 생길 것 같다. 설사 적용한다고 해도 일시적인 것으로 끝날 것으로 생각한다. 일단 현재까지 5:5 서머너스 리프트 모드를 제외하면 랭크 게임을 지원하지 않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 대회에서 도미니언 모드를 사용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될 것으로 본다.



[ 얼마 전 공개된 신규 게임 모드, 도미니언 ]



▶관련 기사 : 신규 모드 도미니언 플레이 가이드(클릭!!)




◆ 가장 잘하는 선수는 누구인가?

= 역시 Suney, 썬칩 최선휘 선수다. LoL 1시즌 탑 레이팅 2090을 기록한 랭커이며 철권에서도 Sun Chip로 활동하며 다양한 기록을 세운 친구다. 약간 낯을 가려 평소엔 말이 별로 없지만 일단 게임에 들어가면 말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타입. 현재 팀원들은 이 선수를 중심으로 서로 알게 되어 팀의 오더까지 담당하고 있다.



[ Suney(썬칩) 최선휘 선수의 철권 플레이, 초보자가 봐도 잘한다는 느낌이 물씬 ]





◆ 주로 선호하는 챔프 성향이 있을 것 같은데?

= Rain 선수는 블라디미르, Suney 선수는 탑 라인 솔로 챔프, 김재현 선수는 정글러성향, 이재훈 선수는 미드 성향을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연습할 때 Rain 선수가 좀 이득을 보는 편이다. 한 챔피언만 고집하기 때문에 다른 라인에 보내기 어려워, 여러 챔피언을 다룰 줄 아는 다른 팀원들이 라인을 양보하고 다른 챔피언을 고르게 되기 때문이다.




◆ 굳이 블라디미르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는지?

= 프로 게이머의 기본 역할은 아무래도 게임을 잘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보는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블라디미르의 플레이는 화려한 면이 있다. 기본적으로 AP 챔프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호쾌한 전투를 보여줄 수도 있고, 후반 한 타 싸움에서 광역 스킬로 강한 인상을 남길 수도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역시 W 스킬(피의 웅덩이)이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국내에서 유명한 같은 장르의 '카오스'라는 게임에서는 이런 것을 '흡수 안티'라고 부른다. 카오스 쪽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플레이가 고수와 중수를 나누는 하나의 기준이 되는데 LoL에서는 이를 의도적으로 막아두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는 피의 웅덩이를 사용함으로써 자신을 타겟팅으로 하는 대부분의 미사일형 스킬을 피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활용하여 관객들이 한눈에 보기에도 신기한 세트 플레이가 연출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블라디미르를 고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죽기 직전의 상태일 때 상대와 스킬 교환을 하는 것처럼 하면서 피의 웅덩이로 상대의 스킬을 회피하여 역전을 노린다든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이 스킬로 목숨을 유지하고 아군과 합류한 뒤 반전을 꾀하는 것처럼 말이다.


[ Rain님이 한창 연습 중이라는 블라디미르, 철권 같은 화려한 플레이를 기대해볼 수 있을까 ]



또 하나의 이유를 덧붙이자면, 현재 LoL 유저들 중에서는 한 챔피언의 장인이라고 부를 사람이 매우 적다는 것도 있다. 해외 유저까지 합친다 해도 챔피언과 닉네임이 바로 연결되는 유저는 사실 손에 꼽을 정도. 챔피언을 말했을 때 바로 그 게이머를 떠올릴 수 있는 것, 그런 부분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스타크래프트에서 임요환 하면 테란을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한 챔피언을 유니크하게 하는 다루는 유저가 필요하다. 상위 랭커로 올라갈수록 흔히 말하는 OP 챔피언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은데 그러다 보니 오히려 게임 자체는 뻔한 구도로 진행되기 쉽다. 이런 고집은 선수 자체의 인기나 리그의 흥행에도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철권 쪽에서 무릎이라고 '브라이언'이라는 캐릭터로 유명한 분이 있다. 지금이야 브라이언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돼서 어느 정도 인정받게 되었지만, 이분이 이 캐릭터를 할 때까지만 해도 약체 캐릭터로 평가받던 때였다. 근데 이분이 계속 플레이를 하면서 방법을 연구해냈고 마침내 돌파구를 만들어 내어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까지 받게 되었다.


그때 그런 생각을 했었다. '안되는 게 아니라 아직 개발되지 않은 것이다'라고. 그래서 비주류 챔피언 중에서도 어느 정도 인기를 얻을 수 있고 방법을 찾으면 괜찮을 것 같은 챔피언을 찾은 것이 블라디미르였다.



[ 선수 시절 레인님의 플레이, 견제기가 뛰어난 미겔을 다루면서 심리전을 즐겼다 ]





◆ 새롭게 공개된 한국형 챔피언 구미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

= 잘 고른 것 같다. 많은 분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사실은 한국형이라기보단 동양적인 컨셉이긴 하지만.. 일본의 닌자나 사무라이, 중국의 쿵후처럼 딱 이미지화되는 것이 사실 국내에는 드문 것 같다. 아주 한국적인 것들은 많이 있겠지만 아우를 수 있는 것은 적다고 해야 할까. 그런 조건 속에서 잘 찾은 것 같다. 개인적으론 한국형 챔피언으로 활을 쏘는 챔피언이 나오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의 선택도 괜찮은 것 같다.



◆ 구미호의 성향은 민첩한 원거리 AP 챔프가 될 것이라고 하는데 그 부분은?

= 카시오페아와 비슷한 컨셉이 될 것 같다. 그 이상의 형태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일단은 긍정적으로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카시오페아가 비주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다루기 어렵기 때문인 것처럼 구미호도 다루긴 좀 힘들더라도 강한 챔피언으로 등장할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 국내 정식 출시가 될 때 변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 리플레이 시스템이 빨리 등장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외부 프로그램으로 리플레이를 보고 있다. 아무래도 경기 피드백 과정에서 이런 부분은 꽤 중요해서 안 볼 수가 없는데, 사용 중인 프로그램이 너무 불편하다. 리플레이 보려면 로딩가지 한 번 더 봐야 하고 되감기도 안되서 원하는 부분만 보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매치 메이킹도 조금 걱정되는 부분이다. 계정 이전 서비스로 북미에서 플레이 중인 많은 한국인 유저가 신생 서버로 옮겨올 터인데, 예전 인터뷰에서 답한 것처럼 'ELO 시스템이 이 부분에 대한 해답일 거란 생각'은 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많은 유저들이 넘어온다고 해도 최상위 랭커들의 수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LO 시스템에 따른다면 비슷한 랭킹들끼리 게임을 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최상위 랭커들의 매치가 제대로 이루어질 것인가 걱정이 된다. 한 게임을 즐기는 데 필요한 시간이 엄청나게 늘어날 수도 있고 결국에는 그런 유저들이 새로운 계정을 이용하여 낮은 랭킹에 합류할 수도 있다.


한참 게임을 배우기 시작한 유저들이 그런 고수들과 매칭이 된다고 하면? 그리고 그게 몇 번 반복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하나의 진입 장벽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 점은 분명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또, 유저와의 커뮤니티에 신경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 게임이 재미있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유저와의 커뮤니티, 나아가 유저들 간의 커뮤니티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더라도 게임 내에서만 북적거려서는 큰 인기를 얻기 어렵다. 외부 커뮤니티에도 신경을 써서 좀 더 많은 유저들이 LoL을 알고 즐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승패에 대한 스트레스를 가능한 한 줄였으면 좋겠다. 지금도 기본적으로는 승수만 노출되고 자세한 프로필을 봐야만 패 수와 승률이 노출되고 있다. 다소 꼬아두긴 했지만 어쨌든지 간에 남이 내 승과 패, 현재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누군가는 이런 부분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것이고 이러한 부분은 유저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줄 수 있는 요소이다. 물론 이 시스템의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승수가 높아질수록 그 유저는 자신감이 높아지고 남들에게 과시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가 되어 자부심을 품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그런 것도 아니다 보니 여기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 시스템이 너무 노골적으로 구현된 철권에서는 이런 이유로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접는 것을 봐왔다. 게임의 결과를 기록하는 하나의 데이터가 유저들의 심리와 맞물려 진입 장벽처럼 변해버린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배려가 좀 더 있으면 좋을 것 같다.




◆ 앞으로 치러질 대회에 관해서 한마디 한다면?

= 현재 진행 중인 대회의 룰은 드래프트 모드(서로 게임에서 제외하고 싶은 챔피언을 미리 선택하여 제외하고 시작하는 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근데 이러한 부분이 대회의 재미를 저해시키는 요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더 큰 E-Sports가 되기 위해서는 이 부분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상대 팀에 특정 챔피언으로 유명한 유저가 있다고 할 때, 이기기 위해서 그 챔피언을 제외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말하자면 전략 전술인 셈. 하지만 반대로 생각한다면 그 경기를 보기 위해서 그 자리에 찾아간 관객들에게는 이런 날벼락이 따로 없다. 관객들이 굳이 경기장까지 찾아오는 것은 스타 플레이어의 플레이를 직접 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드래프트 모드는 이걸 막을 확률이 매우 높은 룰인 것이다.


임요환 선수의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보러 간다고 가정해보자. 관객들이 그 경기에 가는 것은 임요환의 테란을 보러 가는 것이지 임요환의 저그나 프로토스를 보러 가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경기의 승패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앞서 말했던 것처럼 관객들의 재미 역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생각해본다면 드래프트 룰이 반드시 대회에 좋은 룰이라고 하긴 어려울 것이다. 지금까진 밸런스의 문제상 필요했다고 치더라도 대회의 데이터가 차근차근 쌓이기 시작하면 밸런스 조절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런 룰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카오스의 경우 이런 룰로 2명 랜덤 3 셀렉트의 룰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경기 결과에 이런 식으로 랜덤 요소가 들어가는 것도 조금 부정적이라고 생각된다. 순수하게 실력으로 겨룰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랜덤 요소가 개입되어 게임의 긴장감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로 그래서 그 상황에서 이긴 팀에게 열광하는 예도 없진 않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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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북미 서버에서 1위를 차지하는 유저의 점수는 2400~2600 사이.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2090이라는 랭킹 점수가 그리 높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이들 스스로조차 실력이 아직은 대단한 수준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이 본격적으로 LoL을 연습한 것은 이제 2주가 조금 넘었을 뿐.


지금의 LoL 랭킹 점수가 어떠냐보다 더 이들에게 관심이 가는 까닭은, 이미 이들이 프로게이머의 세계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어떤 게임보다 빠른 상황 판단과 대처 능력, 그리고 필요할 때를 위한 결단력을 요구하는 대전 액션 장르에서 활동했던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때, 혹은 생각은 했더라도 다른 이들에게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먼저 자신들의 의지를 알리며 활동을 시작했다.


철권 프로게이머의 타이틀을 뒤로 하고, 남들보다 한 발 앞서 국내 LoL 게임계에 도전장을 내밀게 된 이들. 그렇다면 이제 이들이 도달하는 곳은 어디인지를 지켜보는 것 또한 재밌는 일이 될 것이다. 물론, 이들의 뒤를 추격할, 혹은 추월할 이들이 누가 될지 지켜보는 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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