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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무덤의 서늘한 공기가 더없이 달콤하게 느껴졌다. 덥고 습한 정글 속을 걷고 나서인지 천국이 따로 없었다. 물론 매 순간이 긴장의 연속. 모퉁이 하나를 돌 때마다 죽음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영광을 손에 쥘 수 있으니 그 정도 위험쯤은 얼마든지 감수하리라.

돌로 만든 아치형 입구 아래를 걸어가자 먼지가 유령처럼 일었다. 새까만 먼지에 뒤덮여 있던 암벽의 원형 무늬가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옛 무덤인 이곳에 관한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 누구도, 그 무엇으로도 절대 뚫고 들어갈 수 없는 곳. 여러 탐험가가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목숨만 잃었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마력의 영웅 이즈리얼 아닌가! 무덤의 비밀은 곧 내 손에서 파헤쳐지리라.

미로같이 복잡하게 얽힌 터널 안을 뚫고 들어가자 이내 뾰족한 침이 빼곡히 박힌 모래 덫이 나왔다.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방향을 확인하고는 좌우로 흔들리는 도끼 날 아래로 기어들어갔다. 그때였다. ‘쉬익!’ 하는 소리와 함께 독사 떼가 튀어나왔다. 한바탕 몸싸움이 벌어졌다. 시작부터 결코 녹록지 않았다. 한 번쯤 탐험해볼 만한 곳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런 곳에서 살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어떻게든 빨리 끝내고 나가겠노라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무덤 벽에는 수십 개의 눈동자가 붙어 있었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 왠지 싫지 않았다. 하긴 나 같아도 그랬을 터. 룬 전쟁 이후로 이토록 멋진 사내는 구경하기 힘들었을 테니!

방 한가운데에는 크리스털 유리병 하나가 받침대 위에 올려져 있었다. 그 속에 담긴 투명한 액체는 유리병에 반사되어 은은한 빛을 발했다. 이내 바닥에서 엷은 무지개가 피어 올랐다. 울로아의 영약. 바로 이것이 내가 목숨을 걸고 이곳에 온 이유였다. 대개 위험을 무릅쓴 용맹한 모험가의 이야기는 소설 속에나 등장하는 것쯤으로 치부되곤 한다. 하지만 보물이 발견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전설 속에 내려오는 귀중한 보물을 손에 쥐었다는 건, 미지의 세계를 정복했음을 나타내는 가장 확실한 징표이니까.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 영약을 찾아 헤매고 있다. 영원한 생명을 꿈꾸는 사람들, 쇠락해가는 나라를 되살리고 싶어하는 왕족들, 궁극의 지혜를 마주하기 원하는 순례자들까지. 채 한 숟가락도 되지 않는 이 영약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탐험과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유리병을 받침대에서 들어 올리는 순간, 무덤 속에 숨겨진 모든 덫은 일제히 나를 포위하게 될 터였다. 그쯤은 나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깍지를 끼고 있던 손가락을 풀었다. 그러고는 가죽 장갑 가운데 박힌 보석에 슬며시 손을 갖다 댔다. 그러자 청아하면서도 맑은 푸른 빛깔이 한껏 빛을 발했다. 자, 진짜 재미있는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나는 병이 있는 곳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순간 바닥이 심하게 흔들렸다. 행여나 덫에 걸려들까 두려움에 휩싸인 나는 한 발짝 물러섰다. 그러고는 다시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레 발을 내디뎠다. 그나마 흔들거림이 덜한 돌 조각 위로만 살금살금 걸었다. 그리고 얼마 뒤, 드디어 유리병 위로 손을 뻗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방 안 돌 바닥이 쫙 갈라지더니 이내 둘로 쪼개졌다. 나는 재빨리 장갑을 마력으로 가득 채웠다.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만큼 강한 빛이 나를 압도했다.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45m나 떨어진 아치형 입구 쪽으로 순간 이동했다. 방 안을 들여다보니 칼날 모양의 막대기 수백 개가 마치 폭포수처럼 늘어져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그러고는 이내 갈라진 틈 사이로 방 전체가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조금만 늦었어도 나는 죽은 목숨이었다.

장갑의 마력이 적중한 순간이었다. 이렇듯 내 장갑은 급박하고 위험한 상황에 꽤나 쓸모가 있다. 하지만 제법 먼 거리를 건너는 상황에서는 그 마력이 영 신통치 않다. 충전하는 데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쿵!’ 벼락이 칠 듯 큰 소리에 벽이 다 흔들렸다. 그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메아리가 되어 복도 전체에 울려 퍼질 정도였다. 무덤은 그리 오래 버텨내지 못할 것 같았다. 시간이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재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금이 점점 벌어지며 바닥을 삼켜버리기 시작하자 나는 얼른 터널 아래로 뛰어 내렸다.

나는 무덤에 들어오면서 분필로 표시해두었던 방향을 따라갔다. 그런데 나가는 길은 너무도 험난했다. 무너져 내린 아치형 입구 잔해 위를 가까스로 내려가 위기를 모면했는가 하면, 살이 데일 만큼 펄펄 끓는 모래 늪을 간신히 피하기도 했다. 또 굴러 떨어지는 거대한 바위에 깔릴 뻔했던 순간도 있었다. 몸을 재빨리 움직인 덕분에 화는 면했지만 말이다.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험난한 여정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내 오른쪽에 있던 벽이 두 개로 갈라지자 거대한 곤충 떼가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재깍재깍 집게발을 여닫으며 내는 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웠다. 턱에서는 진득한 독이 흘러내렸다. 배고픔에 지친 수천 마리의 붉은 거미 떼가 먹이에 혈안이 되어 있는 동안 전갈 무리는 독침을 날카롭게 세운 채 앞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나아갔다. 어떻게든 빨리 녀석들을 해치워야 했다. 하지만 무서울 건 없었다. 내겐 마력의 장갑이 있으니까!

잠시 눈을 감고 자리에 앉았다. 몸 전체의 기를 팔 쪽으로 끌어당겨 장갑에 박힌 보석을 향해 있는 힘껏 몰아주었다. 온 신경을 집중했다. 맥박이 뛰는 소리가 느껴질 정도였다. 상대는 어마어마하게 큰 거미 한 마리. 목표물을 겨냥하여 조준한 뒤 공격 시기만 노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거미가 턱을 쫙 벌렸다. 나는 강렬한 광선 한 줄기를 거미 입으로 냅다 쏘아 올렸다. 쾅! 하는 폭발음과 함께 거미 떼는 이내 불길에 휩싸였다. 껍질 타는 매캐한 냄새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토할 것 같이 속이 울렁거렸다.

나는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골목 굽이굽이 또 다른 광선을 쏘아가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순간, 집채만 한 바위덩이가 바로 머리 위 천장에서 쪼개지고 있었다. 다행히 장갑에는 마력이 채워져 있었다. 덕분에 나는 3m나 떨어진 곳으로 순간 이동했다. ‘우르르 쾅쾅!’ 뒤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조금만 늦었어도 나는 이 자리에 없는 목숨이었다. ‘휴우.’ 한숨이 절로 나왔다.

돌무더기 잔해 속에서 삐딱하게 기울어진 기둥 두 개가 서로를 의지한 채 버티고 서 있었다. 그러나 얼마 후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두 기둥마저 먼지 더미 속으로 사라졌다. 기둥 사이를 미끄러지듯 빠져 나온 직후였다. 바로 옆방을 향해 황급히 달려갔다.

강렬한 태양이 눈부시게 빛났다. 이제 무덤을 빠져나갈 일이 머지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귀청이 터질듯한 굉음과 함께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도 이내 휘청거리며 달리던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자 눈앞에서 방이 둘로 쪼개졌다. 희망의 빛은 다시 절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내게는 마력의 장갑이 있었다.
곧바로 장갑을 가져와 내 모든 기를 보석에 집중시켰다. 온 몸의 기가 빨려나가는 듯했다. 눈앞이 흐릿해지면서 모든 것이 비스듬히 기울어져 보였다. 보석이 마력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특유의 푸르른 빛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마력이 모두 채워지고 나자 나는 손바닥을 펴고 둥근 모양의 금빛 광선을 쏘아 올렸다. 터널은 이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날쌘 공격의 여파로 나도 순간 휘청거렸다. 하지만 다시 공격에 집중했다. 재빠르게 쏘아 올린 불빛은 마치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산했다. 빛이 통과하는 길목마다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났다. 그리고 그 길목 사이사이엔 금방이라도 빨려 들어갈 듯한 위태로운 틈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터널 안은 점점 더 어두워만 갔다. 이따금 흔들리는 바닥에 몸이 휘청거렸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내겐 더 이상 공격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홀로 서 있는 것조차 힘에 부쳤다. 순간 바닥이 좍 하고 갈라지기 시작했다. 속도가 너무 빨라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무덤은 얼마 버티지 못할 게 분명했다. 나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겨우 몸을 일으켰다. 오직 빠져나가겠다는 일념으로 있는 힘껏 내달렸다.

칠흑 같은 어둠만이 계속되었다. 아무런 빛도 느낄 수가 없었다. 무덤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내 옆의 벽은 맥없이 주저 앉았다. 나는 눈을 감고 무작정 구멍 속으로 뛰어들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슬며시 눈을 떴다. 나는 분명히 땅을 디디고 서 있었다. ‘휴우.’ 안도의 숨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나는 억세게 운 좋은 놈이니까! 행운의 여신은 언제나 내편이었다. 정글의 눅눅한 공기마저 달콤하게 느껴졌다.

내 뒤로 무덤의 입구가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고대의 흔적은 먼지 기둥 속으로 그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갔다. 나는 옷가지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그러고는 이내 그곳을 떠났다.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나는 또 한 번 해내고 말았다. 이 유리병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시계를 보았다. 아직 12시도 되지 않은 시각이었다. 아침 나절에 이 정도 탐험쯤은 끄덕 없다고 생각하며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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