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0일 오후 11시 20분경

나는 이번시즌의 마지막 큐를 돌렸다.

이미 올라갈곳도 내려갈곳도 없는 상황이라

마음은 편안했지만 오히려 나는 연승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오늘은 운수가 좋았다.

2주만에 솔로랭크를 다시 돌린것인데

내가 못하면 다른 동료들이 날 업어주었고
혹은

그들이 어려울땐 내가 그들을 업고 갈수있었다.



마냥 좋기만 한 날이었다

하지만 난 앞으로 다가올 대재앙을 예견하지 못했다.


마지막 게임에서 나에게 주어진것은 원딜이었다.

그래. 남들은 세기말이라 대충 할지라도

나는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다짐하며

오늘 최고의 승률을 보여준 코르키를 자신있게 꺼냈다

그리고 게임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로딩창에서 나는 경악을 금치못했다


아니, 나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 심지어 상대등산객들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애니: 플레티넘마운틴 승급전2승

자르반:플레티넘마운틴 승급전2승




이 무슨 운명같은 매칭인것인가.



그들에게는 마지막 도전이 될 확률이 높았다.


현재시각 11시 25분 . 소환사의 협곡 입장



작년 세기말 소환사의진과 잉뽀유의 혈투가 기억나는가?


비록 그들은 플레티넘이지만 그들에게는 그만큼의 일이었다.



게임 시작과 동시에 모든 등산객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적군)애니: 2승인데 자비좀요
(아군)제라스: 이길것 같으면 내가던져줌
(적군)바루스:ㄴㄴ내가 던질거임 
(아군)모르가나:ㅋㅋㅋ개재밌네


둘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장난스레 말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이 대화들조차 그들에게는 큰 압박이었을것이다.


그들은 아무 말도 없었다.


사람이 극도의 긴장으로 인해 몸이 부들부들떨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문득 두달전 함께했던 이곳에 서식하는 람머스 등산객이 떠올랐다.


이건 마치 그가 마지막으로 내게준 속죄의 기회는 아니었을까?



난 그렇게 생각했다. 오늘은 베인이 이니었다.


내 손에 코르키가 있었다. 나는 그를 추억하며 그 대신


이 등산객을 올려주고싶었다.


그러면 조금이나마 내 마음이 편해질것 같았다.





적군 애니는 서폿이였던 반면 우리 자르반은 정글이었다.



애초에 그들이 행사할수 있는 권력이 다른것이었다.



자르반은 믿을수없는 피지컬로 전라인을 박살내기 시작한다.



나역시도 초반에 삐끗했지만 동료의 말도안되는 그랩으로

킬을 주워먹기 시작하고 결국 봇을 터트린다,



현재시각 11시 40분  소환사의협곡 15분경과



킬스코어 18:6  이미 게임은 기울어진듯 싶었다.



정글로써 9킬을 기록한 그는 이 마지막전투의


탑승객도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 이 게임의 승리자가 되었고


또한 플레티넘마운틴의 등반자였다


그에게는 단 한발자국만 남아 있을뿐이었다.


자르반은 아무말도 없었지만 그의 안정적인 방어템선택에서


나는 그의 기분을 알수 있었다



그는 마치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어! 방심하지마'


라고 외치는듯 했다



게임에 역전의 희망이 사라져가자

애니는 합리적인 생각을 했다.



빠르게 이판을 포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는 울부짖기 시작했다.


"빨리 끝내줘..제발"


마치 고통을 참을수없는 암환자의 절규같았다.



다음 생을 기약하며 안락사를 바라는 표정이였다.



그때였다. 제라스가 갑자기 돌변한 행동을 보였다.



이해할수 없는 움직임으로 미드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적군)바루스:와ㅋㅋ애니다음판 못하게 하려고 질질끄는거보소

(아군)제라스:ㄴㄴ블루 나올때까지 죽어줄려고한거임



비록 한 번의 죽음이었지만 희비가 교차하기 시작했다.



자르반의 이마에선 식은 땀이 흘렀다.


'트롤을 하려는걸까?'


무슨 말을 하고싶어보였지만 그는 현명했다.


예티들을 자극해봤자 좋을것이 없을거란걸 아는것이다


그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반면 애니는 깊은 고민에 빠진듯했다.



'계속 던져주는걸까? 그럼 이길수 있는데..
하지만 지금 항복하지않는다면 이게 마지막이야..'



애니는 잠시 고뇌했지만 결국 그는 이 게임을 뒤집어 보기로 결심한듯했다.



그의 마음가짐 덕분이었을까


모르가나가 빠진사이 그의 4인궁이 비수같이 박힌다.



베인  쿼드라킬



그의 듀오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베인...  베인이 부활의 신호탄이였다.




단숨에 베인은 6킬로 치고올라왔다,


지금만큼은 베인이 부러울수 밖에 없었다.


킬세탁으로 원딜간의 격차는 좁혀졌다.



하지만 이내 상황을 보고 안심한다


바루스가 이상한 템을 가지고온것이다.



역전의 발판이 마련되었지만 아직까지는 막을수 있었다.



자르반 그는 그렇게 생각한듯 싶었다.



전투에 빠진 모르가나에게도
던지기 시작한 제라스에게도

그는 어떤 비난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애니의 간절한 바램덕분이었을까


게임은 비벼지기 시작했고


킬세탁의 달인 베인은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왜 하필 베인인걸까


람머스등산객과의 아픈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또 베인이 문제인것인가



그는 현란한 피지컬로 전장을 지배했다.



마무리!


이제 게임은 동등.


아니 전세가 기울어졌음을 느꼈다.


현재시각  11시50분 


자르반에게 불쌍한 마음이든 블크는 서렌투표를 한다


찬성 찬성 찬성 반대


.. 나에게 결정의 순간이 왔다


적팀 애니는 이제 입장이 바뀐듯 기분좋게 외쳤다.



애니:아 님들아 서렌ㄴㄴ아직 10분 남음 시간끌어야되



잔인한 정치였다. 자르반은 아무말을 하지않았지만


힘없이 꽂히는 깃발에서 나는 그의 심정을 느낄수있었다.




그를 보내주어야할까?


아니면 마음을 가다듬고 이 게임을 뒤집어야할까?


나의 선택이 곧 운명을 결정하는것이다.




나의 클릭한번이 그에게는


구세주가 되거나



혹은 그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넣게될것이다



투표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보이지않는 타이머가 날 더 애타게한다





마음속으로 시간을 헤아렸다 3..2 .. 1..



반대



내  결정은 그러했다.

그의 운명을 이번판에서 결정지을 생각이다



제라스:코르키보소ㅋㅋ자르반 담판못하게하려고함


하지만 자르반 그는 끄덕였다. 그도 해볼 심산인것이다.



이제 마지막 항복기회가 지나갔다.



정말 잔인한 운명이 자르반과 애니에게 닥쳐오기시작했다.



둘중하나는 떨어져야만 하는 운명인것이다.



적군 바루스의 트롤짓으로 게임은 더 미궁속으로 빠져들었다.


그야말로 이게임을 진정 즐기는듯 했다.


그는 아마 둘중 하나를 아작내기로 마음먹은듯 하다.




드디어 5:5 마지막 한타가 열렸다.



바루스를 순식간에 잡아낸다.


동시에 자르반의 깃창이 정확하게 베인을 적중시켰다.



좋은 시작이다.



이제 제라스가 그의 몫만 하면 이 게임은

우리의 것으로 장식될 것이다



하지만 그의 포탄은 엉뚱한 곳으로 날아들었다.



정말 그가 야속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자르반은 그가 할수있는걸 다 보여주었지만




풀템을 갖춘 베인은 그의 손으로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모르가나조차 궁도 쓰지못하고



추풍낙엽처럼 쓸어져버린다.




쿼드라킬



애니의 듀오 베인은 이 게임을 완전히 그의것으로


또한번 장식했다.



또 다시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나는 왜 그때 저렇게 하지못했던걸까


괜시리 내가 미워진다.



가까스로 넥서스는 지켜냈지만


이제 남은건 정치뿐이었다.



코르키:제라스 왜딜안하냐ㅡㅡ
제라스:했거든? 너야말로 자리 이상하게잡음
모르가나:난 궁 각이안나와서 못쓴거
블리츠:자르반 존나 불쌍하다.




게임을 집도했던 위풍당당한 자르반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볼품없는 고기방패로 전락해버린 왕자가 보였다.


그는 끝내 말이 없었다.


이미 그도 깨달은 것이다.


이제 뒤집기는 무리란 것을.



하지만 끝내 그는 누구탓도 하지않았다.


그는 누구도 원망하지않기로 결심한 것이다.


정말 그는 아무렇지않은듯



다시 장비를 가다듬은채 마지막 결전을 준비했다.



제라스 역시 그의 용서에 마음이 움직였던걸까


마지막 전투를 앞선 그는 지난 날의 눈빛이 아니었다.


우리모두 아름다운 최후를 맞이하기로.



과거는 잊고 기적을 꿈꾸며


비록 패배할지라도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은듯했다.









12시 8분



길고 길었던 마지막 여정이 끝났다.





자르반 그는 끝내 아무 말이없었다,




그는 조용히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사라져갔다.



제라스의 초라한 딜량을 원망할수도 있었고



나의 수많은 데스를 욕할수도 있었고


모르가나의 볼품없는 궁극기를 탓할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모두 용서하기로 했다.



우리는 모두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마음같아선 그에게 뭐라고 한마디를 건네고싶었지만



아무도 그럴 용기는 없었다.



우리 모두가 죄인인듯 양 우리는 그렇게 입을 다물었다.



내 인생에서 기억에 남을 한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