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정말 이해할 수 없군요. 레지람!"

"진정하세요. 피오라. 리그에서 챔피언의 힘을 제한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피오라는 앉아 있는 '형평성의 대의회'의 상임의원, 베사리아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룬테라의 최강자 중 한명을 그렇게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자는 많지 않았으나, 피오라는 그녀에게 강함에 대한 경의를 갖추지는 않았다. 아마 잭스에게도, 초가스에게도 황제 아지르에게도 같은 태도를 보였으리라. 그녀는 누가 이길지 각을 보고 셈을 하며 싸우는 자가 아니니까.

"피오라 양. 우리는 당신의 일방성-즉, 잘 성장했을 경우 적 원거리 딜러와 미드라이너를 일방적으로 잡아버릴 수 있다는 점을 아쉽게 생각합니다. 당신이 단순한 찌르기-검의 왈츠-찌르기로 원거리 딜러나 미드라이너를 공격하더라도 그들은 당신에게 군중 제어기를 걸거나, 맞서 공격하는 등 반격의 여지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 말도 안 되요. 지금도 적 소환사가 탈진을 걸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데 여기서 더 반격의 여지를 준다고요? 저는 탑 라인에서 엘리스의 독에도, 말파이트의 지진의 파편도 일방적으로 당해야 했습니다. 이건 일방적이지 않습니까?"

"피오라 양. 당신의 승률은 지금 리그 전체에서 지나치게 높아요."

"저를 챔피언으로 골라 주는 자들은, 몇 십 몇 백 번이나 저를 골랐던 자들입니다! 그들이 보답받는 것은 정당합니다!"

피오라는 주먹을 질끈 쥐었다. 리븐, 럼블, 나르 대신 이런 치명적인 제한을 왜 당해야 하지?

"억지부리셔도, 이미 결정된 일입니다. 레넥톤, 쉬바나, 자크 등 당신을 카운터칠 수 있는 챔프의 힘이 제한되었으니, 이번엔 당신 차례일 뿐이에요."

"납득할 수 없습니다. 베사리아. 겨우 그런 사안으로 리븐이나 럼블도 아닌 제게 그런 치명적인 제한을 내리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요. 라이즈도 과부하의 기본 피해량을 20줄이는 정도의 제한을 받았는데, 어째서 제게?"

베사리아는 한숨을 푹 쉬었다. 아무래도 그녀 앞에 있는 결투가는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갈 생각이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리그의 치부를 드러내는 수밖에. 애쉬람에게 한 소리 들을 각오를 하면서, 베사리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피오라 양.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 없으세요? 왜 계속해서 챔피언들의 힘을 제한하는 변경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불만을 가진 챔피언들은 당신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챔피언들은 자신의 전력을 다하고 패배하는 것을 삼할의 힘으로 이기고 승리하는 것보다 즐겁게 여기는 자들이니까요."

".....강한 챔피언의 힘을 제한하는 것이, 밸런스를 조정하기 편하니까. 아닙니까?"

"거의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요. 실상은, 다릅니다. 쓰레쉬부터-아트록스. 벨코즈. 아지르. 짚이는 부분이 있으십니까?"

"다들 강하다는 부분 빼고는 딱히 드는 생각은 없습니다."

"잘 짚으신 거에요. 리그의 소환사의 힘은 무한히 강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아트록스부터 리그는 포화 상태였습니다. 야스오처럼 자발적인 참전은 상관없지만, 벨코즈나 쓰레쉬같이 비자발적인 리그 참전자들을 붙잡아둘 힘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요. 애쉬람은 늙었고, 녹턴과 브랜드같은 자들을 묶어놓을 힘이 더 이상 리그에는 없습니다. 챔피언들에게 계속 제한을 거는 이유에요. 그들이 미쳐 날뛴 곳을 복구하거나, 그들의 힘이 온전해지는 것을 바라보는 것보다는 미리 제어하는 편이 조금이라도 경제적이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한계에 도달했고, 어쩔 수 없이 희생양을 찾아내야만 했습니다. 이용하는 소환사가 적은 챔피언 하나를 잡고 확 너프시키는 것으로, 리그는 조금 더 버틸 수 있겠죠."

"그게..... 나?"

".....죄송합니다. 나중에 리그에서 합당한 보상이 있을 것이니, 지금은 조금만 참아 주세요. 소환사나- 리그 자체의 존속 여부의 문제입니다."

피오라는 어이가 없었다. 벙찐 표정으로 요릭의 구울마냥 어기적어기적 베사리아의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점심 식사를 하고 바로 항의를 위해 베사리아에게 찾아갔는데, 옥신각신 하다보니 어느새 밤이었다. 그녀의 시간을 많이도 뺐었구나 하는 생각에 잠시 미안함을 느꼈다. 배고팠지만, 탈력감이 훨씬 더 커 근처에 커다란 룬스톤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평생 동안 일어났던 절망들은, 모두 리그에 들어와서 생긴 절망이었다. 그녀의 검이 최고라고 믿었던 환상은-리그에 들어오자마자 산산조각났다. 그녀의 검술이래봐야-인간을 상대하기 위한 검술이다. 1:1 결투를 위한 검술이다. 오로지 공격만을 위한 검술이다.

그 결과는-처참했다.
리그에서는 연전연패. 말파이트와 자크같은 자들에게는 검이 들어가지 않는다. 어떤 정글러가 어떻게 갱킹을 와도 죽는다. 상대 라이너가 쇠사슬 갑옷이라도 걸치는 날에는, 내 검이 적의 심장에 닿을 날은 오지 않는다.
차라리 강대한 적이라면 이를 악물고 올라가 넘어섰으리라. 하지만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내 검술과 검으로는 어떻게 해도 말파이트를 부술 수 없다. 1:2를 피할 수 있는 수단도 내게는 없다. 상대 라이너가 쇠사슬 갑옷을 사고 도란의 방패를 사는 것을 막을 방법이 내 검술에는 들어 있지 않다.
무력했고, 절망했다. 적의 화살을 피하거나 내 검을 더 강하게 내리쳐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결국에는 리그 자체를 싫어하게 될 정도로 실의에 빠졌다.
새로운 챔피언이 나왔다고 시험삼아 플레이하던 자들도 서서히 빠져나갔다. 리그에서 부르는 소환 호출은 뜸해졌다. 나는, 겨우 이런 결과를 위해서 아버지를 유폐하고 가문을 차지했나? 겨룰 만한 상대를 구한다는 도전은, 우물 안 개구리의 허세였나? 하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다. 영혼 없는 움직임으로 리그에 가고, 당연한 듯이 패배했다. 그러던 와중에, 나는 특이한 소환사를 보았다.

회상

"흠, 다리우스 상대로는 거리 조절을 더럽게 잘해서 도끼날에 맞지 않게 딜 교환을 두,세번 정도 하면 되는건가. 조금 하드하네. 일단-미니언이나 처리하자고. 피오라. 이번 판은 졌지만, 소중한 경험을 얻었으니 상관없어."

".....태평하군. 0/4/0에 탑 타워가 밀린 상황에서도 느긋한 소환사라니. 네놈은 승격을 할 생각 자체가 없나보군?"

"어쩔 수 없다고오. 피오라는 그다지 연구가 되지 않은 챔피언이라, 내가 한판한판 져 가면서 적 챔피언의 파훼법을 연구할 수밖에 없잖아?"

"나를 고르지 않는다면 해결될 문제다."

그 특이한 소환사는-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나를 선택했다. 물론 나와 함께, 그도 몇 판이고 패배했다.

"음..... 싫어. 나는 피오라로 승격할거다. 은빛 훈장을 받지 못해도, 아니, 동빛 훈장조차 받지 못해 언랭이 되더라도 상관없어. 그쪽은 신경쓰지 말라고. 아줌마."

".....누가 아줌마냐."

"마지막 한타가 시작되려는 것 같네. 가자."

"....."

"나는, 당신이 강하다고 믿어. 이건 그래서 할 수 있는 투자야."



탑에 수많은 챔피언들이 정점에 오르고, 떨어졌다. 최강이라던 다리우스도 떨어지고, 올라프도 사라졌다. 엘리스, 케넨. 자크, 레넥톤. 니달리. 마오카이. 나르. 하지만 나는 한번도 정점에 오르지 못했고 단 한번도 나를 믿어준 소환사들에게 보답하지 못했다.

그런데 나는.....나는. 끝까지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어. 지금이라도 다시 벨라시아에게 항의할까. 리그의 존속 따윈 알 바 아니라고. 나는 너프당할 생각이 없으니, 빌어먹을 리그가 사라지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라고. 축 숙여진 고개를 다시 들자, 세상이 아른아른 흩어지고 있었다.

"울고..... 있구나."

바보같이. 리븐과 그레이브즈는 몇 번이나 너프당했어도 꿋꿋이 버텼는데. 겨우 이 정도로. 검을 지팡이 삼아 힘겹게 일어났다. 내일은 친선 리그 경기가 있다. 일찍 자서 컨디션을 유지해야지. 와인도 마시지 않았는데, 얼굴은 뜨거웠고 몸은 비틀거렸다. 그렇게, 힘겹게 힘겹게 걸어갔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처럼. 혹은, 이미 쓰러진 상태로 걷고 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