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파멸의 여신 프리뷰 사이트에 새로운 시스템인 판매 대행 시스템이 소개되었다.
지난 몇 년간 리니지2의 유저라면 누구나 원했던 일명 "경매장"이 드디어 들어서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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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많은 유저가 원하던 경매장 시스템이 생겨났음에도 경매장에 대한 칭찬보다
오히려 경매장에 대한 불만의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리니지2의 판매 대행 시스템에 대한 불만은 하나로 요약할 수 있다.
"너무 비싸다."


발표된 바에 의하면 리니지2의 경매장 시스템의 수수료 계산 공식은 다음과 같다.
수수료 : 판매 아이템 1개 가격의 0.7%*등록 기간


0.7%의 수수료가 언뜻 보기에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왜 유저들은 이 수수료가 비싸다고 느끼는 걸까?



일당 과금의 문제점



비싸다고 느끼는 이유는 이게 단순히 0.7%가 아니라
대행 등록 기간에 따라 수수료가 늘어난다는 점이 우선 첫 번째 이유다.


리니지2 판매 대행 시스템은 0.7%의 수수료가 책정되어 있지만,
기간이 늘어날수록 수수료도 늘어나서 1주일이면 5% 정도의 수수료를 내게 된다.


문제는 리니지2 유저들의 판매 대행 시스템 이용 패턴 상,
주로 장기간 판매 대행 시스템을 이용할 것이라는 점에서 생겨난다.


현재 리니지2에는 개인 간의 거래 시스템으로 개인 상점이 존재한다.
개인 상점이 존재하는데도 경매장 시스템을 유저들이 원한 이유는 무엇일까?


리니지2에서 개인 상점을 열기 위해서는 직접 게임에 접속해야 한다.
상점을 열 캐릭터를 접속 후 그 물건이 팔릴 때까지 장사를 열어야 한다.


장사하는 동안에는 그 캐릭터로 사냥/올림피아드/혈맹 전쟁 등의 콘텐츠를 즐기는 건 불가능하며
위의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그 시간 동안 장사는 접어야 한다.


잘 팔리는 아이템 같은 경우는 짧게는 몇 시간 안에도 금세 팔려서 상관이 없겠지만
단시일에 팔기 어려운 아이템들 예를 들어 레어 액세서리나 고인챈 무기/방어구 등
비싸거나 구매자가 쉽게 나오기 어려운 아이템들은 보통 짧게는 2주부터 길게는 한 달 이상까지도 걸린다.


이러한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아이템들이 경매장에 올라올 것이 분명한 리니지2의 경매장이다.



▲ 한달 뒤 수수료가 얼마일지 상상이 가는가?


이런 물품이 일주일을 등록한다고 과연 그 시일 안에 팔리게 될까?
만약에 팔리지 않는다면 다음 주에도 또 수수료를 내고 경매장에 내놔야 한다.


결국은 0.7%의 수수료가 1주 후 4.9%, 2주 후 9.8%로 끊임없이 증가하면서
유저가 느끼게 되는 수수료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물론 판매 대행이라는 것이, 개인상점을 이용해 얻을 수 없는 추가의 시간적인 이득,
자동으로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다는 점, 개인상점에 비해 노출도가 크다는 것 등의 이점이 있기 때문에
수수료를 내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또 하루만 맡기는 것에 비해 여러 날을 한 번 맡기는 데 더 많은 수수료가
들어간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무리가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수수료가 비싸게 느껴지는 것은,
단순히 날짜가 늘어날수록 수수료가 늘어나는 데에만 기인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같은 방식의 경매장을 도입한 테라나 아이온보다도 리니지2의 일 주일간 수수료가 2배 이상 비싸다.
(테라와 아이온의 경우 경매장 등록 시 기간은 무조건 최장기간인 일주일이다)



▲ 참고 자료 : 테라와 아이온의 경매장 수수료


수수료도 타 게임의 경매장보다 비싸고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수수료에
리니지2 유저들은 이중고를 겪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수수료보다 더 큰 문제는 이 수수료가 선불이라는데 있다.



선불 수수료의 문제점



선불 수수료의 첫 번째 문제는 나가지 않아도 될 수수료가 나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새로 생기는 리니지2의 경매장에 11억 아덴의 물품을 등록한다고 가정하자.
요새 서버의 분위기가 이 물품의 경우 보통 10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최장기인 7일로 등록하였다.


최장기인 7일로 등록하고 이틀 후 물품이 팔려 아덴이 배송되어 왔다.
이 상황이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아 2일로 할껄..내 아까운 3850만 아덴....ㅠㅠ"



▲ 남은 5일의 수수료는 거짓말처럼 증발한다.


그렇다고 필요없는 수수료 낭비를 막기 위해 최소 시일인 하루로 등록하고 팔리지 않고 돌아오는 물품을 들고
매일 경매장에 찾아가는 건 개인상점과 다를 바가 없다.


선불 수수료의 두 번째 문제점은 경쟁을 막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가 10억 아덴의 물품을 팔기 위해 경매장에 갔다.
물품을 10억으로 올려놓고 잠시 후 다른 유저가 9억 5천에 같은 아이템을 경매장에 올렸다면?



▲ 불과 30분 전에 등록했는데 이런 경우를 당한다면..?


10억으로 올린 내 아이템이 팔리기 위해서는 9억 5천에 올라온 아이템이 팔릴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런데 9억 5천에 올라온 아이템이 조금 늦게 팔린다면,
팔릴 때까지 수수료를 내고 등록한 기간은 사실 의미가 없는 셈이다.


판매 대행의 묘미는 여기에 있다.
다른 사람보다 빨리 아이템을 팔고 싶다면 가격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템 판매를 취소하고 다시 가격을 좀 더 내려 9억에 아이템을 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는 사이 수수료는 2배가 나가게 된다.
리니지2에서는 판매 여부와 상관없이 수수료가 선불 지급되고
판매를 취소한다고 해서 수수료를 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물품 거래의 기본은 경쟁이다.


남보다 많이, 남보다 먼저 팔기 위해 유저들은 경쟁한다.
이러한 경쟁을 통해 물품의 가격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


그런데 이러한 경쟁이 우선시 되어야 할 판매 대행 시스템이 선불 수수료로 인해
가격을 쉽게 조정하지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부닥치고 마는 것이다.



선불 수수료의 대안 후불 수수료 시스템



물론 판매 대행 시스템이 들어섬으로써 순기능도 많이 있다.
예전 같으면 부계정으로 장사를 연다든가, 부계정이 없으면 본계정으로 장사를 열어야 해
장사 중에는 사냥/올림피아드/혈맹전쟁 같은 콘텐츠를 포기해야만 했다.



▲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했었다.


판매 대행 시스템이 생김으로써 이러한 콘텐츠와 장사를 같이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수수료는 이러한 판매 대행 시스템의 순기능을 사용하기 위한 일종의 이용료인 셈이다.


수수료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선불 수수료 방식을 택함으로써 오는 유저들의 피해가 너무 크다는 게 문제다.


판매자가 다른 판매자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물건값 하락에 의한 손해와 더불어
이미 올렸던 물품의 수수료까지 물게 되는 현재의 방식이 과연 개인 상점을 극복하고
또 하나의 거래 시스템으로 안착할 수 있을까?


유저의 편의를 위해, 유저의 요구에 의해 도입되는 판매 대행 시스템이
오히려 유저들에게 부담이 되는 현실이다.


판매 대행 시스템의 도입 취지를 살리면서
유저들의 활용을 활성화 시킬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일까?


그 대안으로 선불 수수료 방식을 택하지 않고 후 지불 방식의 경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경우를 살펴보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경매장에 물품을 등록 시 보증금이라는 소액의 골드를 받는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등록 기간은 최장 2일, 수수료는 5%로 고정되어 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 물건의 상점 판매가에 비례하여 최대 20골 정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경매장은 판매 기간과 상관없이
고정된 이율의 수수료만 나가기 때문에 단기간의 판매에는 리니지2보다 비싸다.


하지만 판매 기간이 길어질수록 등록 시 소량의 보증금만이
소모되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경매장의 효율이 단연 앞선다.


또한 어느 시기에 팔려도 고정된 수수료를 지불 하기 때문에
선불 수수료의 고질적 문제였던 기간에 따른 수수료의 증발 면에서 자유롭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경매장의 보증금은 그 아이템이 지니는 가치에 비해 극히 적다.
(예를 들자면 리니지2에서의 마정석이나 정력석 1~2개 정도의 가치)


만일 자기가 팔려는 물품에 경쟁자가 등장한다고 하여도 물품 가격을 경쟁자보다 내린다거나
동일하게 다시 올리는 데 하등 문제가 없다.



▲ 이렇게 경쟁자가 등장하면 취소해서 다시 올리면 될 뿐이다.


아쉽게도 지난 4월 20일 개발진과의 간담회 과정에서 판매 대행의 수수료는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이며,
이는 개인 상점과 판매 대행 시스템이 공존하게 하려고 의도한 것이라는 인터뷰 내용이 발표됐다.


경매장은 분명히 유저가 원해왔고, 유저의 편의를 위해서 개발사에서 반영해 준 시스템이다.


하지만 실제 적용되는 모습을 보면 유저의 편의를 위해서 생기는 경매장이 과다한 수수료 책정과
단점이 많은 수수료 선불 방식으로 오히려 유저의 이익을 해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진정으로 개발사가 유저를 위해 만드는 경매장 시스템이라면
좀 더 유저들이 이용하기 편리하고 부담이 없는 방식으로 할 수는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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