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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일담, 이라고나 할까 그 이후의 이야기.

 “손 씻고 와요!”
 “세 번이나 씻었다고 몇 번이나 말했나!”
 “세 번? 샤워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세 번? 빨리 가서 씻고 오란 말이에요!”

 가브리엘 레예스는 절대로 앙겔라에게 바퀴벌레의 ‘ㅂ’자도 꺼내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문자 그대로 뼈에 새겨야만 했다. 앙겔라의 기분을 달래주기 위해 그는 지금까지 상당한 인내와 고난의 과정을 겪어와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의 앞에는 다 집어 치우고 돌아갈까, 아니면 한 번 더 참아야 할까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떡 하니 고개를 들이밀고 있었다.

 “빌어먹을, 그놈의 결벽증 하곤…….”
 “뭐라고 했어요?!”
 “빨리 갔다 오겠네.”

 레예스는 속으로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후자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허나 아무리 숨겼다 해도 그의 마음의 소리는 입 밖으로 조금 새어나왔고, 그는 앙겔라에게 또 한 번 꼬투리가 잡히기 전에 화장실로 부리나케 걸어가야만 했다.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가 겪은 고난의 과정은 이루 셀 수도 없었다. 팔자에도 없는 놀이동산에 같이 갔고, 거기서 그들을 몰래 쫒아오는 맥크리를 반 잡아 죽여 놨고, 그 이후로도 그녀의 기분이 풀릴 때까지 선물이다 뭐다 하며 기분을 맞춰줘야만 했다. 앙겔라의 사무실로 들어설 때마다 거의 무균실에 들어가는 것처럼 소독을 받는 건 이제 일상이었다.
 
 레예스가 속으로 욕을 바가지로 하면서도 그녀의 말에 곧이 곧대로 따르는 건 이유가 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미안하긴 미안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겨우 이런 일로 그녀와의 관계가 틀어지고 싶지 않다는 그의 마음 역시 작용하고 있었다. 그 두 마음이 다 집어 치우자는 그의 성질머리를 꾹꾹 억누르고 있는 것이었다. 얼마쯤 지나면 나아지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아직 그는 몰랐다, 그녀의 결벽증이 사라지기까지 거의 네 달의 시간을 앞으로 더 버텨야 한다는 것을…….

 어쨌든 이런 사소한 일로 화내고 다툴 정도로 오버워치는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옴닉의 습격도 큰 피해 없이 잘 막아냈고, 크게 다친 대원도 없었고 시민들 중에서도 무고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의료 활동이나 자원 봉사 활동이 많아져 비밀 전투 요원들인 블랙워치까지도 그쪽으로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니 말은 다 한 셈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들의 적은 옴닉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질서와 평화를 바라는 것은 아니란 걸, 이들은 잠시 잊고 있었다. 그렇게 평화로운 일상 구석에 드리운 그림자는 점차 짙어지기 시작했다. 훗날 앙겔라와 자신의 관계가 어느 정도로 틀어질 줄 상상도 하지 못한 채, 가브리엘 레예스는 그렇게 평화 속에 녹아들고 있었다. 



















잡담

0. 이번 에피소드는 실패야...

1. 도저히 아이디어가 안 떠올라서 그냥 급하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후..

2. 찝찝하네요.

3. 다음엔 좀 더 무겁고 잘 짜인 스토리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