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리니지를 제대로 해본적이 없습니다.
짧게 무료 계정으로 깔짝댄 적은 있지만요.
그래서 한 번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 했었죠.

그런 저에게는 두 친한 친구가 있습니다.
하나는 중학교 동창 A
그리고 다른 하나는 고등학교 동창 B
저와는 다르게 과거 엄청난 리니지 폐인이었죠.
한교도 빼먹고 안올정도로... ㅎㅎ

고등학교 1학년이었을때였죠.
제가 다리가 되어서 셋이 온라인상에서 만나 친해져서 당시 유행하던 워크래프트3 유즈맵 카오스를 자주 즐겼죠.
게임이 끝나고 채널에서 얘기를 하다보니 리니지 얘기가 나오고
어떻게 같이 셋이서 다시 같이 시작해보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오게 되었죠.

그래서 우리 셋은 현금을 모아서 현질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두 친구가 리니지 좀해봤 하는 녀석들이다보니까 그냥 시작하면 너무너무 힘들다고하더라구요.
당시 어렸던 저는 현질 같은걸 정말 혐오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싫어했었습니다만
그래도 친한 친구들과 함께 한 번 정말 집중해서 해보고 싶었던 리니지를 하게 된다는 사실에 정말 설랬습니다.

드디어 D-DAY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지고 방과후 B와 PC방으로 향했습니다.
PC방에서 로그인을 하고 이제 친구 B가 A에게 아데나를 넘겨주면
B는 알아서 자기 장비를 구매하고
A가 자기 장비와 제 장비를 한꺼번에 구매하기로 했죠.

장비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친구 A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B와 게임상에서 만나기로 했던 장소에 B가 없다는거였습니다.
그래서 B에게 알려줬더니 A에게 아데나를 건네줬다면서 무슨소리를 하냐는 겁니다.
어떻게된 일인지 알아보던 저희는 깨달았습다.

사기당했다는것을.

저와 A는 C라는 곳에서 살았었는데, 둘 다 지방으로 이사를 갔었습니다.
그래서 A와 B는 서로를 온라인상으로만 알고 있었죠.

그리고 공교롭게도 당시 PC방에 자리가 없어서 B와 저는 떨어져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A와 통화를 하고 B에게 통화 내용을 채팅으로 알려줬죠.

아이디 XX로 만들고 요정 마을 XX에서 만나자고한 것을, 리니지상에서요.
그걸 사기꾼이 보고 아이디를 비슷하게 만들어서 B에게 거래를 요청한거죠.

지금은 진자 멍청한 짓을 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당시네는 진심으로 황당한 기분이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도 사기를 당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엄청 들더군요.

책임소재는... 어영부영 넘어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제가 제일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당시는 셋 다 그야말로 멘붕 상태라 그런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거든요.
그냥 카오스 한 판 하고 집엘 갔습니다.

그렇게 리니지를 향한 제 로망은 피기도 전에 져버렸습니다.

투표 이벤트 하러 와서 '추억'이라는 단어를 보니까 오랜만에 떠올라서 길게 적었네요 ㅎㅎ
다른 분들도 사기조심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