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때때로 누군가의 단점을 좋아하곤 한다. 오래된 부부 사이에 생기는 미운 정 따위를 말하는 게 아니다. 남들이 보기에 불편해 보일 정도로 안 좋은 점마저 누군가에겐 호감을 줄 수도 있다는 소리다. 세상에 누가 그러냐고? 바로 내가 그랬으며 지금도 그러고 있다.

 당신이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나를 별종으로 볼 것이다. 단점을 좋아할 바에야 도와줘서라도 고치거나 없애버리는 게 효율적이니까. 하지만 나는 그녀의 얼굴보다 치명적인 단점에 더 이끌렸었다.

 IWS 2000은 어떤 인형보다 빼어난 외모를 가진 전술 인형이었다. 나는 헬리콥터의 문을 여는 그녀의 첫 모습을 보고 나서 보석에 핀 꽃 같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내려오는 도중에 발을 헛디뎌서 모양새가 빠지긴 했지만, 망토와 함께 로터 바람에 흩날리는 단아한 은발 머리를 보고 나면 누구라도 그런 장면쯤은 금세 잊어버릴 수 있었다. 제복에 달린 기품 있는 장식과 계급장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지만, 자신의 키만 한 소총을 창처럼 치켜들고 당당하게 걸어와서 내가 상관을 맞이하는 기분이었다. 리본 달린 옷자락이 펄럭일 때마다 짧은 치마 밑으로 속옷이 드러났는데 나중에야 그게 체조복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각인된 총기와 비교하면 연약한 몸집이었지만 그녀는 다른 인형과 마찬가지로 총을 다루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사실 몸보다도 복장이 더 걱정됐었다. 한쪽 팔만을 감싸 쥔 망토하며 거추장스럽기 짝이 없는 리본 장식들이 전투에 무슨 소용이 있는지 궁금했다.

 그때도 이쁘기만 한 인형은 질색이었다. 그런 인형은 몇 주일 정도는 눈요기로 만족스럽지만, 전투를 치르기 시작하면 지휘에 방해만 될 뿐이다. 당신이 이제 막 부임했거나 육 개월도 안 된 풋내기라면 내 말을 명심하는 게 좋을 것이다. 전술 인형은 일단 잘 싸워야 의미가 있다. 나보다 더한 콩깍지가 이미 씌었다면 아무 소용도 없겠지만.

 IWS 2000은 의구심으로 가득 찬 내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딱딱한 얼굴로 내게 경례했다. 웃음기 없는 진중한 표정이 믿음직스러웠다. 그녀는 지휘실로 가는 내내 같은 표정이었는데 심지어 의자에 발이 걸리면서 앞으로 쓰러질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서류를 천장을 향해 내동댕이치고 왼팔로 그녀의 허리부터 감싸 안았다. 오른손으론 가슴 밑을 지탱했는데 하마터면 첫 대면부터 얼굴을 붉힐 뻔했다. 그 와중에 용케도 총은 놓치지 않아서 손에 실린 무게 때문에 한순간 헉하고 쓰러지는 줄 알았다.

 그녀는 뒤늦게 놀란 눈을 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하면서 지휘실로 들어갔다. 시작부터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왔다. 기분 탓이라고 생각해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면담을 마치고 배정된 숙소로 안내해주는 동안에 나도 모르게 그녀의 다리를 흘깃거렸다. 똑바른 걸음걸이였다. 그런데도 헛디딜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적당한 시간을 쪼개서 나눈 대화만으로는 그녀의 실체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녀의 단점은 절대로 숨기지 못할 만큼 명확했다.

 

 엉성한 첫인상과 달리 IWS 2000의 전투 평가는 완벽했다. 대물 저격총의 무시무시한 반동에도 그녀의 사격은 정확했다. 훈련 중에 처음 만난 인형들과 호흡을 잘 맞춰줬을 뿐만 아니라 자기보다 미숙한 인형들을 틈틈이 챙겨주곤 했다. 목소리가 작긴 해도 그녀의 보고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고 남들에게 뭔가 숨기는 것도 없었다. 다만 하루 전에 달고 다니던 머리핀이 보이지 않는 게 문제였다.

 머리핀은 날마다 없어졌다가 다시 생기기를 반복했다. 어떤 때엔 옷에 있는 계급장이 사라지기도 했다. 일부러 떼놓고 다니는 게 아닌 이상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옷만 그런 게 아니었다. 그녀의 물건들은 수시로 없어지곤 했는데 나중에 숙소를 청소하던 중에 고스란히 나왔다.

 침대나 사물함 밑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걸 IWS 2000은 큰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세면용품 같은 자질구레한 것들도 자주 없어지는 통에 보급계에 부탁해서 그녀가 쓸 용품을 따로 모아놔야 했다. 그녀는 아침에 짝짝이로 신고 나간 양말을 잠자리에서 겨우 알아차릴 여자였다. 한마디로 덜렁이였다.

 조금 덜렁대는 정도면 내가 단점이라고 콕 집어 말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처음 몇 번 동안은 그녀의 딱딱한 인상을 부드럽게 풀어 주었지만, 자꾸 그러다 보니 신뢰도가 뚝뚝 떨어져 나갔다.

 나는 며칠 만에 그녀와 마주칠 때마다 머리핀이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습관을 들였다. 있으면 그날은 순조로울 것이고 없으면 숙소를 구석구석 뒤지고 다니느라 얼굴 보기가 어려울 거란 징조였다. 숙소에서 낚시를 한들 그녀가 물건을 찾아다니는 것보단 빠를 것 같았다. 훈련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이래서야 마음 놓고 실전에 내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IWS 2000의 첫 출격을 몇 주일이나 미루던 중에 그녀 앞에 전술 지도를 펼친 적이 있었다. 끈적거리는 폭염 속에서 그녀의 훈련 평가서를 받아보고 있었다. 창문에 매달린 매미와 스탠드를 웃도는 모기들이 서로 소음을 경쟁하고 있었다. 거기에 털털거리는 에어컨 소리까지 겹쳐서 그녀의 평가서는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 어차피 A로 도배됐을 게 뻔한 서류보다 바로 다음 날 있을 작전이 더 중요했다. 나는 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 IWS 2000이 뒤돌아서는 걸 잠깐 쳐다보았다. 사실 작전은 이미 정해진 뒤였고 자잘한 세부 사항만 고칠 생각이었는데 그녀가 지도를 보고 불쑥 끼어들었다.

 "지휘관님, 주제 넘지 않는다면 제가 몇 가지만 지적해드려도 될까요?"

 나는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을 쏟아냈다. 대부분 내 생각과 일치했다. 참신한 의견은 없었지만 지도를 한 번 훑어본 것만으로 작전을 완전히 꿰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계획한 것보다 훌륭한 브리핑을 끝마치고 나서 입을 꽉 다물고 내 눈치를 보았다. 모기들이 바로 귀옆에서 앵앵거리는 통에 내가 해야 할 말들을 잠시 잊고 있었다.

 "저…괜찮았나요?" 그녀가 조심스레 말했다.

 나는 당연히 훌륭하다고 말해주었다. 보일듯 말듯하게 웃는 것만으론 내 반응을 예상했던 건지 아니면 기대했던 건지 구별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그녀가 그 작전에 최고의 적임자라는 점만은 알 수 있었다. 나는 못 미더웠던 감정들을 모기떼와 함께 떨쳐내고 곧장 투입 명단에 그녀의 이름을 올려주었다. 하룻밤을 지새워도 가시지 않은 불안감들은 아침 햇살 속에서 빛나는 그녀의 머리핀을 보고 잠재울 수 있었다.

 그녀가 활약했냐고? 두말하면 잔소리지. 유일한 실수는 또다시 헬리콥터에서 내리던 중에 발을 헛디뎠다는 것뿐이었다. 그녀가 자신감을 얻어 덜렁대는 면을 완전히 고쳐나가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상상하던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함께 투입되었던 인형들이 그녀의 곁에 들러붙어 정말 멋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이 살짝 폈다가 금세 다시 딱딱해졌다.

 물론 전술 인형은 싸움만 잘 하면 그만이었다. 나는 점차 그녀를 애용하게 되었고 일상 중에 보이는 빈틈 가득한 모습들은 기꺼이 눈감아주었다. 하지만 빌려줄 때마다 숙소에서 머리핀과 함께 증발해버리는 전술 지도 때문에 작전 토의를 할 때만큼은 그녀를 지휘실에 붙들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때까진 그녀의 단점을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저 고쳐나가야 하는 점으로만 여기고 있었다.

 

 그날도 모기와의 사투가 꼭두새벽까지 이어지는 끔찍한 날씨였다. 나는 IWS 2000과 마주 보고 앉아 그녀가 해주는 조언들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녀의 말이 내 생각과 같으면 이따금 맞장구를 쳐주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막히는 더위 때문에 머리에서 김이 새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평소와 다름없는 복장으로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나 대신 전술 지도에 가새표를 쳐주는 그녀의 모습이 덜렁거릴 때와 전혀 어울리지 않아서 어색했다.

 '사회에서 대체 뭘 하다가 왔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형들의 지휘관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품는 의문이었다. 나는 미지근한 커피를 마시면서 그녀의 얼굴을 골똘히 쳐다보았다. 그녀는 평소대로 내 시선을 한 박자 늦게 알아채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휘관님, 무슨 문제 있나요?"

 "뭐 좀 궁금한 게 있어서…." 내가 말했다.

 "제 설명에 어려운 점이 있었나요?"
 "아니, 작전이 아니라 너한테 궁금한 게 있거든."

 "어떤 건가요? 저에 관한 거라면 얼마든지 물어보셔도 좋아요."

 본인이 괜찮다는데 아무렴 어떻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폰에 오기 전엔 뭘 하고 있었어?" 내가 물었다.

 당신이 지휘관 매뉴얼을 꼼꼼히 읽어봤다면 내 질문에 경악할지도 모르겠다. 그 허파에 바람 찬 소리만 가득한 책자에선 지휘관이 인형들의 과거를 묻는 걸 자제시키고 있을 테니까. 굳이 신경 쓰인다면야 차라리 금지하거나 개조할 때부터 지워버릴 것이지.

 사실 내 휘하의 인형들은 본부에서 염려하는 것만큼 자신들의 과거에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나는 그때 전까지 인형들과의 잡담 중에 지나가는 말로 그녀들의 사회생활을 물어본 적이 몇 번 있었다. 간단하게는 편의점이나 카페의 아르바이트 용도로 제작된 것부터 무인 로봇도 투입되길 꺼리는 극한 지역이나 막장을 견디고 온 노장에 이르기까지 출신 성분이 다양했다. 내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근무 환경에 관한 경험담을 듣다 보면 등골이 오싹해지곤 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지금 이대로가 만족스럽다며 나 같은 지휘관을 만나서 다행이라고 웃으면서 말해줬었다. 그래서 IWS 2000이 어떤 이야기를 해주더라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녀는 펜을 내려놓고 고개를 푹 수그렸다가 돌연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흔히들 아득한 심연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그 표현에 딱 맞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새빨간 눈동자가 검붉게 보일 만큼 흐리멍덩한 눈이었다.

 그녀는 손끝을 와들와들 떨다가 가슴을 감싸 안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의 이마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입에서 새어 나오는 거친 입김 사이에 속삭이는 듯한 중얼거림을 엿들을 수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나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그녀를 지켜보고만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렇게 고운 얼굴과 다정다감한 성격을 가진 인형에게 뭘 시켰던 걸까? 팔에 앉은 모기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의 사슬들을 제때 끊어주었다.

 나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떠는 몸을 안아주었다. 땀을 흘리는데도 오한이 든 것처럼 차가웠다.

 "IWS 2000, 여긴 그리폰이야. 예전에 네가 있던 곳이 아니야." 내가 말했다.

 나는 그녀를 현실로 돌아오게 할 만한 말들을 반복하면서 계속 안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서 생기가 돌아오려고 할 때 얼핏 느껴졌던 오만가지 감정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증오나 공포처럼 단순한 것들이 아니었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내가 죽을 때나 되어서야 느낄 만한 것이었다.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나서 내 얼굴을 멍하니 살펴보았다. 덜렁거리던 모습들이 그리워질 만큼 메마른 표정이었다. 이름을 부르지 않으면 돌덩이로 착각해버릴 것 같았다.

 한참 뒤에야 그녀의 눈이 다시 빨갛게 돌아왔다. 나는 조금 전과 같은 모양으로 벌어지려는 그녀의 입을 손가락을 대서 막아놓았다.

 "아무 말도 하지 마. 지금은 일단 숙소로 돌아가서 쉬고 있자. 쓸데없는 걸 물어봐서 미안해."

 나는 그 말을 하고 나서 그녀를 숙소까지 부축해주었다. 그땐 계속 몸을 떠는데도 발을 헛디디지 않았다. 침대에 눕자마자 눈을 감아버리는 그녀를 보며 나는 두 번 다시 이 질문을 어떤 인형에게도 꺼내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녀는 아침에 멀쩡해 보이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머리핀은 잘 꽂혀 있었고 덤벙대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한테는 그게 더 불안했다. 나는 지휘실에서 마지막으로 작전을 검토하던 중에 "이번 작전은 쉬는 게 어떻겠냐"며 넌지시 말을 건넸다.

 "아니에요, 지휘관님. 오늘도 잘 싸울 수 있어요." 그녀가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그녀는 그날 작전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화면에선 조금이라도 동요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그녀의 총알에 머리가 터져나가는 철혈들을 보면서 그걸로라도 그녀의 기분이 좀 더 나아지길 바랐다. 그녀는 작전을 끝마친 뒤에 헬리콥터에서 사뿐히 내려와 나를 향해 웃어주었다.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본부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나서 생각 없이 시내를 쏘다녔다. 편의점의 카운터에서 인형이 나를 반겨주었다. 장보기 목록이 적힌 쪽지와 비닐봉지를 손에 쥔 인형들이 서로 마주치곤 했다. 사다리 끝에서 간판을 갈아 끼우고 고장 난 하수도를 점검하는 일도 인형들의 몫이었다.

 나는 공원 벤치에 앉아 물 빠진 청바지 색 하늘을 올려다보며 캔커피를 마셨다.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만은 그냥 로봇이 맡아서 하고 있었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형들이 어떤 취급을 받고 있을지 상상하니 속이 메슥거렸다.

 그때까진 인형들을 전장에 내모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그들 모두 전투에 적합하게 개조됐다는 윗선의 설명만 믿어오던 터였다. 몇몇 인형에겐 그런 운명이 가혹할지도 모른다. 나라면 피 터지는 전장에서 뼈 빠지게 고생하느니 적당한 일거리나 그저 그런 주인이라도 구해서 사는 쪽을 선택했을 것이다. 물론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말이다.

 당신도 알다시피 저승에서 뒹구는 게 나아 보일 법한 대접을 받는 인형들은 아직도 여럿 남아 있다. 하지만 뉴스나 신문에서만 접하는 것과 바로 곁에서 보는 건 천지 차이다. 인권단체에 탄압받는 인형을 다룬 기사들은 아프리카에서 기아에 시달리는 아이에 관해 듣는 것만큼 머나먼 이야기로 느껴졌었다. 나는 IWS 2000이 괴로워하던 얼굴을 만날 때마다 떠올릴 처지였다. 그녀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몰랐지만, 그녀에겐 안락한 일상보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전장이 더 살만한 곳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를 다 마신 뒤에도 기분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나는 바지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넣고 걸었다. 그러던 중에 이전엔 없었던 특이한 가게 하나가 눈에 띄었다. 전쟁 이전의 가요가 흘러나오는 고리타분한 장신구 가게였다. 새로 산 구두를 일부러 닳게 만들어놓은 것 같았다.

 진열창에 늘어선 번쩍이고 윤기 나는 물건들은 사양하고 싶었지만 들어가 보았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민머리의 작달막한 노인이 나를 맞이했다. 보기보다 묵직한 귀걸이와 목걸이가 쌓여 있었다. 이런 건 인형들에게 달아주는 용도였다.

 가게 안쪽엔 천으로 만든 수수한 물건들이 진열대에 꽂혀 있었다. 주인장이 와서 그보다 더 안쪽에 좋은 물건들이 있다고 꼬드겼지만, 깃털 장식이 달린 스카프나 담비 목도리 같은 것엔 관심이 없었다. 나는 IWS 2000이 옷에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던 것과 똑같이 생긴 리본 모양의 머리끈 하나로 만족했다. 사과하려는 마음보다도 그녀에게 달아주면 참 보기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앞서 나갔다.

 나는 기지에 돌아오자마자 그녀를 찾아다녔다. 숙소 앞에서 마주친 인형이 그녀가 여전히 사막에서 바늘 찾는 일에 열중이라고 알려주었다. '아예 묶고 다니는 머리끈이라면 잃어버릴 일이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선물을 건네줬는데 나중에 보니 큰 오산이었다. 그녀는 머리끈을 묶고 나서 거울 앞에 서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사과를 덧붙일까 고민해봤지만, 안 좋은 기억만 끄집어낼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무엇보다 한결 더 멋들어진 그녀의 얼굴을 감상하는 일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정말 고마워요, 지휘관님." 그녀가 말했다.

 "머리핀보다야 찾기 쉽겠지만 그래도 떨어뜨리지 않게 조심해."

 "걱정하지 마세요, 이것만은 잃어버리지 않을 거예요."

 나한테는 그 말이 "앞으로 수없이 잃어버리겠지만 계속 찾아보기는 할 거예요"로 들렸다. 그녀는 내 직감을 배신하지 않고 바로 하루 만에 머리끈 없이 불안한 표정으로 아침 점호를 받았다. 예상했던 일이라서 그럼 그렇지 하는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녀는 그걸 놓치지 않고 온종일 숙소에 틀어박혀 기어코 머리끈을 다시 매달고 나타났다. 그러고선 보란 듯이 복도를 기웃거려서 지휘실을 나설 때 잘 어울린다고 칭찬해주는 수밖에 없었다.

 

 숙소에서 잃어버리는 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쩌다 바깥에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창문 너머로 그녀가 땅바닥을 유심히 훑고 다니는 걸 지켜봐야 했다.

 한 번은 부슬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 속에서 그러기도 했다. 내가 출장을 나간 사이에 옷도 갈아입지 않고 손에 흙을 묻혀가며 까슬까슬한 잡초 사이를 헤집고 다니던 게 그렇게 처량해 보일 수가 없었다. 나는 해 질 녘이 되어서야 기지에 돌아왔다가 그녀가 엎드려 있는 걸 보고 한숨을 내뱉었다. 그녀는 때마침 수풀 사이에 떨어져 있던 머리끈을 대단한 전리품이라도 챙긴 것처럼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쾌재를 불렀다. 온종일 비를 맞은 머리카락이 축 늘어지고 안에 입은 체조복이 훤히 비쳐 보였다. 그녀는 내 그림자를 보고 황급히 일어섰다.

 "나갔을 때부터 계속 찾고 있었던 거야?" 내가 물었다.

 "네…."

 "우산도 안 쓰고?" 대답이 없었다.

 그때만은 그녀를 꾸짖을 수밖에 없었다. 자꾸 잃어버려서 그런 게 아니었다. 나중에 찾으면 될 것을 굳이 비까지 맞아가며 무리했다는 게 답답하면서도 안타까웠다. 그토록 지긋지긋하게 여기던 엄마의 잔소리를 내가 하고 있다는 게 어쩐지 우스웠다. 오늘 일기예보에서 비 온다더라, 우산은 꼭 챙기고 다녀라, 젖은 몸은 빨리 말려야 한다 어쩌고저쩌고.

 그녀는 기죽은 채 고개만 끄덕이다가 머리끈을 묶고 들어갔다. 그대로 보내는 게 마음에 걸려서 지휘실에서 따뜻한 차 한 잔으로 기운을 북돋아 주고 머리 말리는 걸 지켜봤다. 그녀의 얼굴에 생기가 돌아올수록 내 마음도 훈훈해져 갔다. 그래도 물에 젖은 생쥐 같은 꼴을 다시 보고 싶진 않았다.

  예비용 머리끈을 몇 개 더 사두려고 가게에 다시 들렀지만 남아있는 게 없었다. 주인장이 카운터를 두 팔로 딛고 그 너머로 몸을 기울이면서 빈손으로 나가려던 내게 다른 머리끈을 추천해주었다. 아무리 봐도 그녀와 색상이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었다. 나는 똑같은 머리끈이 들어오면 바로 사겠다고 당부해놓고 가게를 나섰다.

 

 지옥 같던 여름이 끝나고 새하얗고 두툼한 구름이 선선한 바람과 함께 찾아왔다. 물건과 관련된 작은 소동들을 제외하면 그녀의 활약은 날이 갈수록 빛을 발했다. 그녀는 숙소에서 덜렁거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엄격한 태도로 인형들을 이끌어 나가면서 수없이 많은 철혈을 사냥하고 다녔다. 선배격인 인형들조차 그녀와 함께 활동하면 자신감이 생긴다고 내게 말해주었다. 그런데 IWS 2000의 얼굴은 처음 봤을 때처럼 점점 딱딱해져 가고 있었다.

 그녀는 작전을 나갈 때마다 뭔가를 짊어지고 나가는 것처럼 힘겨워했다. 복도에서 마주친 인형들이 인사를 건네면 웃으면서 받아주긴 했지만 불편한 기색을 완전히 감추지는 못했다.

 내 태도가 잘못된 건가 싶어서 더 많은 격려와 칭찬을 해줘도 도통 변하는 게 없었다. 만약 과거의 악몽이 문제였다면 내가 손 쓸 방도가 없었다.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의 신관을 함부로 건드릴 순 없었다. 그녀의 눈이 다시 심연에 빠지진 않았다는 게 다행이었다. 그녀를 지켜보던 중에 뭔가 빠진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찜찜한 기분이 며칠 내내 이어졌다.

 나는 조심스럽게 문제를 풀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야밤에 그녀와 단둘이서 전술 지도를 수정하던 중에 방이 덥다는 핑계를 대고 바깥으로 나갈 수 있었다. 가로등 너머로 반짝이는 밤 불빛이 송이송이 뭉쳐져 있었다. 귀뚜라미들이 들려주는 자장가 때문에 쏟아지는 졸음을 참아가며 밤공기를 들이마셨다. IWS 2000은 양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다소곳한 자세로 계단에 걸터앉았다.

 "요즘 무슨 문제 있어?" 내가 물었다.

 정직한 대답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스무고개를 하듯 마음속을 조금씩 떠볼 생각이었는데 뜻밖에도 그녀의 입에서 바로 정답이 나왔다.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는 게 많이 어렵네요."

 나는 그녀의 말을 속으로 되새겨보았다. 지금까지 실수 없이 작전을 치러왔으면서 뭐가 어렵다는 걸까?

 "어떤 기대…?"

 "작전 때마다 모두 저만 쳐다보는 것 같아서 많이 부담스럽거든요."

 나는 훈련 중에 그녀가 유독 사격 훈련에 공을 들이던 걸 떠올렸다. 사격 솜씨는 처음부터 흠잡을 데 없이 훌륭했지만, 그녀는 더 완벽한 점수를 얻어보려고 땀을 흘려가면서 한 발 한 발에 집중해오고 있었다. 작전을 끝마칠 때마다 그녀와 함께했던 인형들이 그녀의 귀신 같은 저격을 두고 재잘거리는 걸 지겹게 들어왔었다. 첫 번째 작전을 끝마치고 다른 인형들이 칭찬을 해줬을 때 그녀의 얼굴이 잠깐이나마 변했던 게 떠올랐다.

 "칭찬들이 부담스러웠던 거야?"

 그녀는 잠깐 머뭇거렸다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그렇다고 말했다. 내 칭찬도 한 몫 단단히 거들어온 셈이었다.

 "칭찬은 그냥 좋게 받아들이면 그만이야. 굳이 모두의 기대에 부응해주지 않아도 돼. 그러면 더 좋기야 하겠지만 평범하게만 해줘도 나무랄 사람 아무도 없어."

 "아직은 저한테 기대를 거는 동료가 많아서 그럴 순 없을 것 같아요."

 IWS 2000은 누구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면서 쓸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너무 부담 갖지 말라는 조언밖에 생각나는 게 없었다. 다행히도 그녀가 먼저 침울한 분위기를 깨주었다.

 "아, 좋은 일도 하나 있었어요. 이번 주엔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았어요."

 그녀가 싱긋 웃어 보이면서 말했다. 그제야 마음속이 허전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참 좋은 일이겠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한가롭게 대화 나눌 시간도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일주일이 아직 다 지나지 않았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이른 추위가 들이닥쳤다. 무더위의 흔적조차 남지 않은 가까운 산속으로 인형들과 함께 훈련을 나섰다. 춥긴 해도 햇살이 쨍쨍해서 견딜 만했다. 다람쥐만이 남아 있는 텅 빈 산책로를 걷는 동안에 야근에 지친 눈을 뚫고 햇살이 스며들었다.

 추위에 약한 인형들이 덮개가 달린 펠트 모자를 귀까지 눌러쓰는 극성을 부렸지만 IWS 2000은 여전히 옷이 그대로였다. 그녀는 가깝게 지내는 인형들의 선망이 담긴 눈빛을 받으면서 나무 사이를 누비고 다녔다. 절묘한 위치에 숨겨져 있던 과녁들마저 그녀의 날카로운 한 방에 머리 위에 놓인 사과처럼 줄줄이 꿰뚫렸다. 그녀는 인형들이 바라던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주고 나서 나무에 기대어 손을 녹였다. 그때도 이상하게 허전한 기분이 가시질 않았다.

 나는 그녀의 평가서에 전부 만점을 주고 나서 다른 인형들에게 집중했다. 소총을 쓰는 인형들이 어설프게 IWS 2000의 흉내를 내다가 실수를 저지르곤 했다. 나는 자신만의 개성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부풀어 오른 인형들의 양쪽 볼에서 바람을 빼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시간이 빠듯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기 시작하면서 기온이 더 떨어지고 세찬 바람이 들이닥쳤다. 나는 로봇들에게 뒷정리를 맡겨놓고 인형들을 한 곳에 불러모았다. 모두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당차고 의기양양해 있었다. 그런데 맨 앞자리에 있어야 할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시계를 들여다보고 나서 부관에게 인형들을 인솔시켰다. 그녀가 보이지 않는 이유가 어느 정도 짐작되었다.

 IWS 2000은 가까운 사격 훈련장에 남아 있었다. 발끝을 세운 채 나뭇가지를 헤집고 다니는 그녀를 본 뒤에야 허전함이 사라졌다. 당연히 머리끈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그녀는 내 쪽을 돌아보고 나서 산속으로 거의 다 숨어가는 태양을 확인했다.

 "이번 주도 무사히 넘기긴 그른 것 같구나." 내가 말했다.

 몸은 떨지 않았지만, 그녀의 볼도 다른 인형들과 똑같이 새빨갰다.

 "죄송해요, 지휘관님. 잠깐만 풀어놓는다는 게 그만…."

 그녀가 나뭇가지를 쓸어내면서 말했다. 때마침 로봇 하나가 구멍 뚫린 과녁을 수거하고 있었다.

 "머리끈은 로봇들이 밤 사이에 찾아줄 거야. 더 추워지기 전에 빨리 돌아가자."

 "저…그래도 제 힘으로 찾아보면 안 될까요? 찾을 만한 곳도 이제 얼마 안 남았어요."

 쓸데없는 고집이었지만 그녀의 간절한 눈빛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나름 오래간만에 보게 된 그녀의 본모습이 정겹기도 했다. 가슴에 모인 그녀의 양손이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나는 소매를 걷어붙이면서 내가 끼고 있던 장갑을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

 "그렇게 얇은 거로는 동상에 걸릴 거야. 이거 끼고 있어.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 나도 도와줄게."

 "감사합니다, 지휘관님."

 "한 시간뿐이야."

 적당한 선을 그어두는 건 잊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뛰어다녔던 곳들을 돌아보면서 바위 밑을 들춰보았다. 나무 밑에 있을 가능성이 더 컸지만, 그녀의 물건이라면 만에 하나라도 무시할 수가 없었다.

 '풀어놨으니까 바람에 날아갔을지도 몰라. 그럼 바닥부터 훑어봐야 하나? 손전등은 가져오지도 않았는데…'

 내가 머리를 굴리는 동안에 눈을 동그랗게 뜬 칡부엉이 한 마리가 가지 위에 앉아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 녀석의 눈빛이 부담스러워서 일부러 거기만 피해 다녔는데 재수 없게도 그 나무 밑에 머리끈이 떨어져 있었다. 나는 시린 손을 꼼지락대면서 열심히 허탕만 치다가 그 녀석이 지켜보는 가운데 머리끈을 집어 들었다. 녀석에게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세워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머리끈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그녀가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여전히 땅바닥에 무릎을 대고 있었다. 망토는 흙먼지로 엉망이 되었다. 자다 깬 것처럼 삐죽삐죽 뻗친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등 뒤에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가지런히 정돈하고 머리끈으로 묶어주었다. 그녀는 머리끈을 더듬어보고 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입김이 아까보다 새하얘져 있었다. 장갑을 꼈는데도 손을 떨어서 더 애처롭게 보였다. 나는 그녀와 맞잡은 손을 비비면서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녀는 추위에 시달리면서도 즐거워하고 있었다. 나도 그녀의 장단에 맞춰줬기에 꾸짖을 생각은 없었다.

 "못 찾았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네." 내가 실없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게 그렇게 마음에 들어?"

 "물론이죠. 지휘관님께서 주신 거니까요. 그녀가 말했다. "이것만은 약속해둔 대로 간직할 거에요."

 그녀는 선물을 받았을 때 내게 했던 말을 잊지 않고 있었다. 내가 그녀에게 기대한 게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별로 기대하지 않았고 바라던 모습도 아니었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도 해맑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내 희망 사항 정도는 얼마든지 바꿔줄 수 있었다. 덜렁대는 습관이 없어지고 나면 확실하게 약속을 지켜줄 수 있겠지만 그랬다간 이토록 정겨운 모습을 다시 보는 게 어려워질 것 같았다. 그때부터 나는 그녀의 단점을 좋아하게 되었다.

 

 당신은 이쯤에서 내가 그녀에게 서약하는 장면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아직은 아니다. 서약에 필요한 반지를 사두기는 했다. 반지는 앞으론 쓸 일이 없을 머리끈과 함께 서랍 속에 감춰져 있다.

 그녀의 머리끈은 그 후로도 종종 사라지곤 했다. 나는 생고생이나 다름없는 그녀의 노력을 지켜보면서도 만족스러웠다. 내가 못 이기는 척 거들어주는 동안 그녀의 속마음이 어떤지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오랜 교감 끝에 며칠 전부터 그녀가 내 두 번째 선물도 받아주리란 확신이 생겼다.

 나는 서약 없는 경험담만으로도 당신 같은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됐으리라 믿고 있다. 물론 그녀가 내 선물을 거절할 수도 있다. 그러고 나면 여기에 써놓은 것들은 아마 내 손으로 지워버릴 것이다.

 설령 그녀와의 관계에 진전이 없더라도 상관없다. 나는 변함없이 그녀의 단점을 포용해줄 것이고 그녀 또한 노력으로 보답해줄 것이다. 당신도 나처럼 인형과 지금 같은 관계만으로 만족하고 있다면 굳이 두려워하거나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다.

 그녀는 이 글을 쓰기 전부터 숙소에 틀어박혀 있었다. 조만간 머리끈을 찾아낼 테니 이제 그만 나가봐야겠다. 즐겁고 바쁜 기억들로 그녀의 악몽들을 묻어주다 보면 더 좋은 확신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두렵지 않다는 내 말이 아직도 못 미덥다면 당신이 서약하려고 할 때 날 불러보는 게 좋을 것이다. 그때쯤이면 이 글이 없거나 그녀의 손에 반지를 끼우고 있을 테니까.

 

 

 

 

서약 상태의 대사에 착안해서 기우제 지낸다는 심정으로 써봤습니다.

내 정성이 통했다면 이제 나올 때가 됐는데...

 

 

 

 

 

유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