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아침, 텐트에서 광란의 밤을 보냈던 RO635를 제외한 AR팀 전원이 아늑한 캠핑카에서 한참 단잠에 빠져있을 때였다.  하늘이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가느다란 비가 오기 시작한다.  일행들 중 가장 먼저 눈을 뜬 M4A1이 창 밖을 바라보자 지휘관과 RO635가 밀회(...)를 즐긴 텐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하늘을 보자 흐릿해서 사람을 늘어지게 만드는 것이 비가 오는 듯 해서 M4A1은 두 사람을 깨우기 위해 텐트로 향했다.

"흐린 날은 전부 별로일 줄 알았는데, 이런 느낌은 싫지 않네요."

잠깐 감상에 빠졌다가 다시 텐트로 향하는 M4A1.  어차피 두 사람을 깨우러 온 건데 M4A1은 소리가 나지 않도록 아주 조심스럽게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텐트의 지퍼를 연다.

"지휘관, RO.  이제 슬슬 일어ㄴ...?"

그 순간 M4A1의 눈에 새하얗고 반투명한 무언가가 지휘관의 정수리 위에서 솟아로는 것을 발견했다.  잠깐 멍때리던 M4A1이 이윽고 지휘관 정수리 위에 있는 무언가의 정체를 깨닫고는 기겁하면서 지휘관에게 달려들기 시작한다.

"꺄아악!!  지휘관, 정신 차려요!!!"

M4A1이 호들갑을 떨면서 지휘관 정수리에 솟아나온 영혼으로 추정되는 무언가를 억지로 꾸역꾸역 집어넣자 지휘관의 한 쪽 팔을 끌어안은 채 속옷만 대충 걸친 RO635가 잠에서 깨어난다.

"으윽, 뭐야?  M4A1?  언제 여기에......"

"됐으니까 빨리 저 좀 도와주세요!!"

M4A1의 말에 잠이 덜 깬 눈을 깜빡거리던 RO635는 이내 M4A1이 하얗고 반투명한 무언가를 지휘관의 머릿속에 다시 집어넣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을 발견했고 그것이 대체 무엇인지 깨달은 그 순간.

"으악!!  지휘관을 살려야 해~!!"

그렇게 지휘관의 영혼으로 추정되는 무언가(...)와 한 시간 가까이 사투를 벌인 뒤에야 겨우 그것을 지휘관의 머릿속에 다시 집어넣을 수 있었다.  그나저나 그렇게 소란을 피웠는데도 지휘관이 이제서야 꿈틀거리며 일어나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그것의 정체는 지휘관의 영혼이 맞는 모양이다...

"하아아암~  잘 잤... M4A1?  어......"

잠에서 깨어난 지휘관이 M4A1과 눈이 마주치자 자신이 상의를 입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흠..."

헛기침을 하면서 몸을 돌리자 M4A1도 머쓱해 하면서 텐트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옷을 주섬주섬 입으면서 지휘관을 미묘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RO635.

"...이제와서 무슨."

"시끄러워..."

M4A1이 캠핑카로 돌아오자 어느새 잠에서 깨어난 다른 팀원들이 안으로 들어온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SOP2는 볼을 부풀린 채 그녀를 향해 부우부우 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고 AR15는 한심하다는 듯이 노려보고 있었으며 M16A1은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왜들 그런 눈으로 쳐다봐요...?"

M4A1이 우물쭈물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 마디씩 던지기 시작하는 팀원들.

"혼자 2번 하는 건 불공평하잖아!!"

SOP2의 오해.

"그렇게까지 해서 RO의 시간을 빼앗아야 했어?"

AR15의 날조.

"그러다 지휘관, 말린 생선이 될 지도 모른다고오~?"

M16A1의 결정타.  그 말을 들은 M4A1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RO635가 캠핑카 안으로 들어온다.

"다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해?"

"아, RO... 잠깐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어."

"...?"

AR15가 목소리를 착 깔면서 사뭇 진지하게 말하자 RO635도 얼떨결에 목소리를 낮추며 대답한다.

"무슨 이야기인데...?"

"혹시, M4A1에게 새치기 당했어?"

"에...?"

AR15의 질문에 잠시 멍때리던 RO635는 이내 질문의 뜻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고는 M4A1이 못 보도록 한 번 사악하게 씨익 웃고는 다시 표정을 싹 바꾸며 짐짓 슬픈 것 같은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M4A1이 날 강제로 쫒아내려고 해서 필사적으로 저항......"

[쿵- 쿵-]

갑자기 벽을 두드리더니 이야기에 끼어드는 M16A1.

"좋아, 그렇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RO의 '사랑의 시간' 을 빼앗은 죄로 M4A1을 재판하겠다!!"

신이 난 M16A1.  그러자 SOP2도 침대 위에서 방방 뛰며 분위기를 돋구기 시작한다.

"M4A1은 반성하라!!!"

"정말, 다들 이러기에요?"

졸지에 누명을 쓰게 된 M4A1이 무릎을 떨며 울먹이고 있는데 마침 때맞춰 머그컵 5잔을 들고 있는 지휘관이 나타났다.

"다들 커피... 분위기 왜 이래?"

"흐윽, 지휘관~"

"어, M4A1?  무슨 일 있... 구나."

팀원들의 당황한 표정을 한 번씩 살펴보고는 들고 온 머그컵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지휘관.  그러자 M4A1을 제외한 다른 팀원들이 윽 하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고 M4A1은 지휘관을 뒤에서 꼭 끌어안은 채 팀원들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잠깐 이야기 좀 할까?"

그리고 잠시 후.

"...장난도 정도껏 해야지."

"면목 없습니다......"

"휴우, 알아들은 것 같으니까 이 이야기는 이제 그만 할게.  그럼 아침식사 준비할 테니까......"

"아 그럼 제가 도와..."

"...미안하지만 그냥 여기서 기다려주면 안 될까?  그래, 마침 커피도 만들어 왔으니까......"

M4A1이 두 팔 겉어올리고 나서자 식은땀을 흘리며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는 지휘관.  그러자 다른 팀원들이 다시 한 번 일제히 M4A1을 빤히 쳐다보더니 이윽고 낄낄거리며 웃기 시작한다.

"우, 웃지 마세요!!"

"야, M4.  혹시 너도......"

"...우리한테 뭐라고 할 수 있는 자격도 없었네."

"오, 그럼 내가 1등이야?"

"...왜 나는 계산에서 빼는데?"

"저, 정말......"

그렇게 한 마디씩 꺼내다 보니 어느새 대화 주제는 지휘관이 아침식사로 무엇을 만들까 하는 내용으로 넘어갔다.

"생각해보면 지휘관,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것 같죠?"

"응, 그게 어때서?  튀기면 뭐든 맛있다고 하는데."

"SOP2, 우리는 인형이니까 상관 없지만 지휘관은 인간이니까 건강에 신경써야 한다고요."

"뭐, 그 말에는 동의하지만 물도 태워먹는 녀석이 말하니까 좀 웃기는데?"

"RO!!!  그 이야기는 더 이상 안 하기로 했잖아요!!"

RO635의 일침에 M4A1이 당황하기 시작하자 M16A1은 큭큭거리며 웃기 시작했고 AR15는 썩은 미소를 지으며 M4A1을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M4A1의 머리에 힘줄이 돋아난다.

"...거기 두 사람은 웃을 자격 없어요."

M4A1의 말에 SOP2와 RO635가 고개를 끄덕이며 M16A1과 AR15를 바라보자 이번에는 M4A1이 그 둘을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캠핑카 안의 분위기가 어색해지기 시작할 무렵.

"아침 준비 다 됐어!!"

밖에서 지휘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AR팀이 밖으로 나가보니 비를 막기 위한 천막이 어느새 설치되어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깔끔하게 준비된 아침식사가 준비되어있었다.  언제나처럼 지휘관의 솜씨에 감탄하면서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는 AR팀.  오늘의 메뉴는 직화구이 베이컨과 달걀 프라이, 그리고 식빵과 메이플 시럽을 이용해 만든 과자와 가늘게 채썰기 한 당근이었다.  그런데 식사를 하던 SOP2가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살살 보기 시작하더니 당근을 한 가닥씩 접시 한 구석으로 몰아넣기 시작한다.

"SOP2."

"어, 왜?"

"당근 먹어야지."

"히이잉......"

"그런 표정 해도 안 돼."

보지도 않은 채 SOP2가 당근을 걸러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는 지휘관.  결국 SOP2는 눈을 꾹 감은 채 당근을 입에 밀어넣고는 씹지도 않은 채 꿀꺽 삼켰다.  그 모습을 보고는 쓴웃음을 짓는 M16A1.

"SOP2, 이제 음식투정은 그만 할 때도 되었잖아?"

"...너는 등 뒤에 숨겨 둔 술이나 치우고 나서 그런 소리를 해라."

[흠칫-]

지휘관의 말대로 M16A1의 등 뒤에서 포켓 위스키 병이 두 개씩이나 튀어나왔다.  결국 그 위스키는 얌전히 냉장고 안으로 돌아갔다.

"오늘 저녁에는 실컷 마셔도 뭐라고 안 할 테니까 조금만 더 참아."

"...그 말에 책임 지는 겁니다?"

"윽."

M16A1의 의미 있는 말에 지휘관은 순간 움찔했지만 한 번 내밷은 말이 있으니 결국 뭐라고 둘러대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휘관의 말에 씨익 웃는 M16A1.

"...어제는 어땠어?"

"어?  무, 무슨 소리야...?"

AR15가 질문하자 식사를 하다 말고는 흠칫하면서 접시를 내려놓는 RO635.

"어제 새벽까지 텐트가 이리저리 흔들렸잖아."

"......"

"어머, 설마 얼렁뚱땅 넘어갈 속셈이야?"

"...M 성향 있는 녀석한테 말해주고 싶지는 않은데?"

[발끈]

"뭐?  야, 그렇게 따지면 M16A1은 S 성향......"

"내 밤생활 이야기는 또 왜 나와?  생각해 보면 M4A1의 그 매니악ㅎ......"

"시끄러워요!!!"

결국 RO635의 어제 일에 대한 이야기는 졸지에 서로의 밤일에 대한 폭로전이 되어버렸고 그녀들이 목청 높여 싸우는 동안 SOP2와 지휘관은 조용히 식사를 하며 그런 그녀들의 승자 없는 싸움을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다.

"SOP2."

"왜?"

"너, 생각보다 어른스럽다?"

"저 녀석들, 생각보다 어른스럽지 못하네."

"그러게......"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