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시가 넘어 시작된 스노든에 이어 새벽세시를 넘어 방영되는 변호인.

문득 열두시 영업제한 시절 셔터를 내리고 알음알음 평범한 패스트푸드점 마무리 알바들의 조촐한 회식술자리가 마련되던 불법영업 술집의 추억이 떠올랐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이 사람다워지게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사람냄새란 과연 무엇인가.

문득 낯선 이에게서 풍기던 익숙한 향수냄새가 이상하리만치 불쾌하게 느껴지던 엊그제의 기억이 떠올랐다.
익숙한 냄새인데도 그것이 불쾌하게 느껴졌던 이유를 되새겨보니, 분명 몇분전에 다른 이에게서 맡았던 향이 또다른 이에게서 똑같이 풍겨나와서 그랬던 듯 하다.

욕망의 냄새가 그러한 것일까.
피비린내 나는 자본의 냄새가 그러한 것일까.

익숙하고 평범했던 일상의 스쳐지나간 향이 이제와서야 갑작스러운 구토를 유발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타인의 피로 피칠갑을 하며 자신의 영혼이 썩어서 내는 악취를 감추려 거짓 명예의 향수를 끝없이 뿌려도, 종국에는 역사앞에 드러날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영혼이 없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성선설을 믿어왔던 나에게 큰 고민이 들게 만드는 어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