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이엑스 코리아 대표.

[IT동아 강형석 기자] 과거에는 PC의 성지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용산 전자상가를 떠올렸지만, 현재는 그런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 온라인 및 배송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굳이 상가를 찾아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쉽게 주요 부품 혹은 PC를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용산 전자상가를 하나하나 찾아가기 어려운 지방 소비자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경쟁 체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변화한 것은 '가격'과 '신뢰'에 대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직접 제품을 선택하고 조립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은 이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열심히 매장을 돌며 발품을 팔던 것과 달리 온라인은 쉽게 정보를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으므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보이지 않으므로 소비자에게 신뢰와 합리적인 제안을 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기업은 모범 사례 중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바로 전남 광주에 터를 잡고 있는 '이엑스 코리아(EX KOREA)'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약 12년 이상 역사를 자랑하며 광주는 물론, 전국적으로 많은 PC 및 주요 부품을 판매 중인 쇼핑몰 중 하나로 꼽힌다.

중요한 것은 이엑스 코리아의 행보다. 시스템 중 AMD 라이젠(RYZEN)을 탑재한 제품이 제법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동시에 궁금해졌다. 현재 라이젠 프로세서가 상승세를 보이며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분위기지만 실제 시스템을 판매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이엑스 코리아의 성장 배경과 그 동안 품고 있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광주로 달려가 박성민 대표를 만났다.

합리적인 가격 정책이 우리의 경쟁력

기자가 만난 박성민 대표. 훤칠한 키와 외모가 단연 인상적이었다. 그에 못지 않게 이엑스 코리아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2006년 광주 임동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는 그. 이전에는 PC방을 1년 정도 운영하며 PC와 인연을 맺었다. 놀라운 것은 당시 PC방 시스템으로 AMD를 선택했다는 점. 어떻게 보면 그는 처음부터 AMD와 좋은 인연을 갖고 있었다.

"당시 광주 지역 PC방 업주 사이에서 AMD CPU도 제법 인기가 좋았어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았거든요. 저도 그래서 AMD를 선택했지요. 짧은 시간이지만 큰 문제를 일으켰던 기억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이엑스 코리아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그는 주저 없이 소비자와 파트너들을 꼽았다. 그들의 도움과 선택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올 수 없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라고. 이엑스 코리아는 대부분 설립 초기에 인연을 맺었던 거래처를 통해 제품을 공급 받고 있다. 어려워서 혹은 다른 거래처의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쉽게 거래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서로 믿고 거래하면서 성장해야 긍정적인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광주 서구에 자리한 이엑스 코리아 사옥.

소비자들에게는 합리적인 가격과 신뢰를 주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이 주요했다. 총판과 빠르게 상품을 전달 받을 수 있는 수도권 판매처와 달리 이엑스 코리아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한 번 물량을 들이면 대량으로 주문하게 된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에 제품을 공급 받을 수 있어 이 혜택을 소비자들에게 돌려 준다는 것이다.

시장 분위기를 빠르게 파악한 것도 이엑스 코리아의 장수 비결이다. 많은 판매처들이 오픈마켓(11번가, G마켓 등)에 입점하기 위해 노력할 때, 그는 오히려 자사 쇼핑몰 구조를 강화하고 포털 쇼핑몰에 입점해 상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취했다. 더 많은 소비자들이 드나드는 곳과 함께 내실을 다진 셈. 시장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이 전략은 주효했다고. 박성민 대표는 "전반적으로 PC 시장이 축소되고 판매도 다소 부진하다는데 우리는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AMD 라이젠은 대체재 이상의 가치를 품었다

현재 프로세서 품귀 사태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었다. 박성민 대표는 "공급 차질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체재가 충분한 성능을 내기 때문에 시장은 비교적 안정을 유지하는 듯 하다"고 언급했다. 그 대체재의 주인공은 AMD 라이젠 프로세서다. 이엑스 코리아 내부에서는 현재 약 6:4 비율로 라이젠 프로세서 탑재 PC가 판매 중이라고 한다. 과거 9:1 수준에 비하면 판매량이 많이 늘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

사실, 라이젠은 돌풍의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난해 AMD가 선보인 1세대 라이젠은 과거 부진했던 AMD를 순식간에 인텔과 선의의 경쟁이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현재는 2세대 프로세서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2019년 내에는 초미세공정이 도입된 3세대 프로세서가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박성민 이엑스 코리아 대표.

박성민 대표는 라이젠 프로세서가 대체재 이상의 가치를 품었다고 평했다. 지금 컴퓨팅 환경은 다중작업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 라이젠은 최적의 성능을 낸다는 것이다. 그 역시도 개인적으로 라이젠 프로세서 탑재 PC를 쓰고 있으며, 전 직원들이 쓰는 PC도 라이젠 탑재 PC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아직 2년 남짓한 시간으로 많은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지 못한 것이 그 이유다. 판매처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많은 사람에게 라이젠을 알린다면 지금 분위기를 충분히 이어갈 수 있다고 봤다.

이엑스 코리아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열정적이다. 라이젠 5 2600 프로세서 탑재 PC를 구매하면 냉각장치를 화려한 LED가 탑재된 '레이스 맥스'로 교체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는데 좋은 반응을 받고 있단다. 이 외에도 가격 할인 및 사은품 등을 제공하는 식으로 브랜드를 알리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킹존 드래곤X 에디션 PC도 라이젠을 알리기 위한 결과물 중 하나다.

뿐만 아니라, 라이젠 프로세서의 성장 가능성을 본 박성민 대표는 발 빠르게 준비를 마쳤다. 모든 상담원에게 AMD 판매자 교육 이수를 수료하도록 한 것이 그것. 이를 통해 AMD에 대해 문의하는 소비자를 상대로 더 전문적인 안내가 가능해졌다.

"솔직히 1세대 라이젠은 사용도 까다롭고 잘 알려지지 않은지라 호불호가 조금 있었어요. 그런데 2세대부터 호환성이나 확장성 등 문제들이 개선됐어요. 기본 작동 속도도 높아져서 오히려 소비자들이 만족해 합니다. 고객들도 다른 제품 보러 왔다가 AMD PC를 구매하고 갈 정도니까요."

시장은 변하는 중이지만 초심은 잃지 않는게 중요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PC 시장을 탐험하고 있는 이엑스 코리아. 하지만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박성민 대표도 이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듯 했다. 실제로 판매 비중을 보면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고. 허리(중간) 라인이 사라지고 완전히 저렴하거나 고가인 제품으로 편중되는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 지금의 국내 PC 시장이라고 한다.

박성민 이엑스 코리아 대표.

하지만 그 와중에도 꾸준히 질 좋은 서비스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를 대한다면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고객 대응을 위한 센터 운영을 강화할 방침이다. 판매 전과 이후의 중요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렇게 박성민 대표와의 인터뷰는 마무리 되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이엑스 코리아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던 기회였다. 성장하는 기업은 규모에 상관 없이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는 점도 잘 보여줬다고 생각된다.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PC 시장에서 이엑스 코리아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그들의 노력을 응원하며 서울로 가는 차량에 몸을 실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출처 : http://it.donga.com/28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