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본인은 2주에 한번꼴로 자원봉사 댕기는 놈인데 이번 주는 자원봉사 참여할 건덕지가 아무리 찾아봐도 안보여서 에이 걍 이거라도 해야겠다 하면서 헌혈 예약함. 어차피 군대에서 2번인가 해봤으니께 거부감도 좀 덜하고. 왜 헌혈은 우선순위를 그리 낮게 뒀냐 물으면...솔찌 평소에 헌혈의 필요성을 거의 못 느꼈다고 해야겠음. 왜냐면 본인 주변인 중에서 헌혈 정기적으로 한다는 사람들이 의외다 싶을 정도로 많아서 이건 뭐 굳이 내가 안 나서더라도...? 싶었으니까. 


2. 여튼 그래서 오늘 다녀옴. 근데 군대에선 문진표 몇장만 작성하면 끝이라 거의 뭐 원터치헌혈급이었는데, 오늘 해보니 절차가 좀 이것저것 추가됨. 전역하고 4, 5년 지나면서 절차가 추가된건지, 아님 그냥 군대라서 원래 있었던 절차가 생략된건지 정확힌 모르겠음. 그렇다고 글케 막 복잡한 건 아니었고, 최근에 말라리아 관련 지역에 댕겨온 적 있는가, HIV가 있느냐 뭐 그런 뻔한 얘기 위주. 다만 개중에서 아슬아슬했던 점은 여드름 치료제 복용 여부. 원래 여드름 약은 복용한지 30일이 지나기 전까지 헌혈이 금지인데 본인은 금년 5월에 조금 먹다 말아서 세이브. 사실 약 먹어도 효과 없어서 안 먹은건데 이걸 기뻐해야하나 빡쳐해야하나.   
 









3. 신분 확인, 혈액검사 등 절차 이것저것 빠르게 진행하고 진짜 헌혈 시작. 앞서 말했듯이 이미 군대에서 2번 해봐가지고 별 저항감, 공포감 없이 바늘 푹찍하고 주먹 잼잼. 군대에서 할 땐 그냥 합법적으로 일과째는게 가능하니 이런거 저런거 죄다 신경쓰고 거의 디비자면서 진행했었는데, 오늘은 호기심이 동해서 여기저기 고개 돌려보며 구경해봄. 천장의 TV에서 드라마가 나오고 있었는데 하필 이게 그 무슨 의료계열 드라마인진 몰라도 의사들 수술하는 장면, 환자 한 명이 호흡정지하는 장면 이런 것들이 떡하니 나와서 야이씨 여기서 이런 거 틀어도 되는건가 기부니가 좀 묘했음. 그래서 TV는 신경끄고 본인 피 저장해두는 수혈팩에 눈길돌렸는데 오메 400ml란게 저렇게나 많은 거였나 싶을 정도로 수혈팩이 빵빵했음. 앞서 말했듯이 군대에선 아예 안봐가지고 그 정돈지 몰랐으니까. 
 

4. 근데 이상하게 헌혈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하게 기분이 고양되고 텐션이 막 올라감. 어 시발 내가 왜 이러지 나름 착한 일 했다고 꼴에 뭔가 신난건가 야 아냐아냐 이거 그 프로포폴인가 그거 아니냐 아니 근데 그걸 왜 여기서 왜 맞냐 막 이러면서 의식의 흐름 속도도 마구 빨라지고 여러모로 묘해졌음. 그렇게 기분이 HIGHway를 타다가 갑자기 급속도로 확 떨어짐. 메스꺼워지고 몸에 힘빠지고 어지럽고 진짜 태어나서 완전 처음보는 느낌이라 이걸 어떻게 묘사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여튼 그래서 몸이 좀 요상하다고 말했더니 직원분들이 이것저것 갖다주심. 체온 조절을 위한 아이스팩, 수분 공급을 위한 음료수, 그리고 츄파춥스......는 왜 줬지? 
 

5. 글케 한 5분 정도 있다보니 바로 몸이 진정함. 아무래도 하도 오랜만의 헌혈이라 몸이 좀 놀란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아직도 이유는 잘 모르겠음. 이유야 어쨌건 그래도 나름 3번째 헌혈인데 뭔가 초짜 티 내는 것 같아 살짝 민망해져서 직원분들이랑 얘기하면서 화제 급커브. 이거 헌혈하면 최대보관기간이 어느 정도냐, 하루 평균 몇 명 정도 오는가, 헌혈 많이 오는 것 같은데 이거 남아돌면 어디에 사용하냐 등 여러가지 물어봄. 헌데 대답들이 심히 의외였음. 이론대로면 전혈은 35일인가 보관이 가능한데 (일수가 정확한진 모르겠음. 살짝 비몽사몽하면서 들은거라) 문제는 그 이론이 아무 쓸모없을 정도로 혈액이 부족하다고 함. 최대보관기간이고 나발이고 그냥 뽑는 족족 나가는 상황이라 헌혈 자체가 심각하게 부족하다고....하루 방문인원은 심하게 적으면 40명, 많으면 100명, 이렇게 편차가 크지만 전체 평균적으로 따지면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음. 아무래도 본인 주변이 심히 특이케이스였던 것 같음.  
 

6. 앞서 말했듯 본인은 평소에 헌혈에 별 필요성도 못 느꼈고, 다른 사람들이 이미 충분히 하고 있는줄 알았었는데, 얘기들 듣고보니 생각보다 조금 진지해져서 가능하다면 앞으로 계속 헌혈을 해야겠지 싶어짐. 전혈 헌혈의 경우 2개월마다 할 수 있고, 혈장, 혈소판 헌혈은 2주마다 가능하다고 하니, 혹시 헌혈할 생각있으면 참고하시길 바람. 또한 헌혈을 통해서 자원봉사 4시간 인정도 가능함.  
 


7. 헌혈 전이나 후나 여러모로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수분섭취이길래 물 포카리 로얄밀크티 페퍼민트티 별거별거 다 마셨는데 어째선지 흡수가 전혀 안되는 것 같음. 헌혈하고 카페에서 잠깐 공부했었는데 화잘실만 거의 30분 간격으로 왔다갔다하길래 예정보다 빠르게 서렌치고 집 옴. 웬만하면 헌혈하고나서 걍 푹 쉬세여. 안 그럼 심히 귀찮아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