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후반 여자야ㅎㅎ



난 스무살때 고등학교 절친을 따라서 유아교육과를 갔어



딱히 하고 싶은게 없어서 친구들 가는 곳으로 따라갔지.



장학금이 받고 싶어서 학교 열심히 다니고 과제도 열심히 했어



근데 학점이 3.84가 나온거야



학점을 보자마자 현타가 심하게 왔어



아, 난 안 되는구나 ..그리고 그냥 빠른 포기를 했지



임용고시는 커녕, 사립유치원에 가서도 좋은 교사는 되기 힘들겠다고.



그렇게 그만두고 재수학원에 다니면서 재수를 했는데



3개월정도만 하고 또 관뒀어..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더라고.



그렇게 재수를 그만두고나서 잠시 롯데리아에서 알바를 하다가



21살에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게 됐어



그 곳에 가면 뭔가 될 것만 같더라고.. 뭔지 모르겠지만ㅋㅋ



가야겠다 생각하고 한달도 안 돼서 비자받고 가게 됐는데



역시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이다보니까 거기서 생활하는게 되게 힘들더라..



딸기농장에서 일을 하게 됐는데



어느날 슈퍼바이저가 와서 딸기 모종심기 1등을 하는 팀에게는 돈을 2배로 주겠다고 하길래



진짜 미친듯이 심었어..



허리한번 안 피고 하다가 허리디스크까지 얻었을 정도로..



근데 그렇게 일 다 해놓으니까 갑자기 팀전체가 잘려버린거야



슈퍼바이저랑 연계해주는 사람들이랑 뭔가 문제가 있었던거 같은데



암이 일 때문에 호주가 싫어지더라..집주인도 이상했고..



그래서 호주 반바퀴 정도 여행한 뒤에 다시 한국에 돌아왔고



이번엔 롯데리아 매니저로 취직을 했지..



재밌게 일했어. 놀고 먹고, 힘든 일도 있었지만 정말 재밌었어



근데 어느 순간, 내가 평생 여기서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돈이랑 직업의 수명때문에



내가 그때 당시 한달 150만원을 받았는데 거의 최저임금 수준이라



평생 직장에 무리가 있다고 느끼고 앞으로 먹고 살길을 새로 찾자는 생각을 했지



그러던 중에 마침 그당시 신규 간호사였던 내 친구가



월급으로 200만원을 받았는데 100만원은 저금하고 100만원은 다 쓰겠다고 하는걸 보고



그때 간호사를 하기로 마음을 먹게 됐어..ㅋㅋㅋㅋ



간호사에 대해 잘 몰랐지만 오직 돈을 위해서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그 해 10월에 간호학과로 수시원서를 넣기 시작했어



10군데는 넘게 넣었는데 다 불합되고



이번년도엔 안 되겠구나 하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남은 대학에서 기적적으로 합격이 된거야..



근데 그때 같이 일하던 사람들한테 합격소식을 알렸더니



간호사를 왜 하냐, 그냥 간호조무사해라, 간호사하면 힘들다 하면서 말렸고



심지어 간호사인 내 친구도 간호학과 오는걸 극도로 반대했어..



그러던 중에 노량진에서 공무원공부를 하면서 배달알바를 하고 있던 기사님이 계셨는데



그 분이 나한테 "최매(최매니저), 최매는 안돼. 최매가 왜 몇년째 단발머리인줄 알아? 끈기가 없어서 그래."



이러시는거야



근데 기분이 정말 나쁘지만 그 말이 다 맞거든.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을 보면



내가 5년동안 단발머리인데 머리를 기르고 싶어도 거지존에서 참질 못해 잘라왔고,



다니던 학교도 자퇴하고 워홀도 금세 포기하고 그랬으니까..



기사님이 "내 여자친구도 간호사고, 간호학생일때부터 봐왔는데 최매는 힘들어, 입학은 해도 졸업은 못해" 이러시는데



난 그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 했어



그리고 간호학과 입학 한달전쯤 일 그만두기 전에 회식을 하게 됐는데



기사님이 고등학생때까지 피아노 전공을 했던 경험을 말해주면서



"최매, 처음보는 피아노 악보를 보고 한곡을 완주하려고 하는데 중간중간 틀리잖아. 그러면 최매는 어떻게 할거야?" 라고 묻는거야.



난 "그럼 처음부터 돌아가야죠?" 라고 말했어.



근데 기사님이 "그럴땐 그냥 넘어가면 돼. 틀려도 끝까지 연주하다보면 그 뒤에는 엄청난 클라이막스가 기다리고 있잖아?



처음부터 다시 연주하다보면 첫연주의 감동은 사라지고, 클라이막스가 얼마나 좋은지 들어보기도 전에 정이 떨어질 수 있거든"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순간 그 말을 듣고



아, 내가 그동안 틀렸다고 생각했던 때에 그냥 넘어갔으면 내 삶이 좀 바꼈을까?



스무살에 장학금을 받지 못 했더라도 그냥 넘어갔다면 그 다음 학기엔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호주에서 안 좋은 일도 많았지만 그냥 버텼다면, 내 삶을 바꿀 기회가 오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앞으로는 힘들어도 그냥 넘어가면 되겠구나 하고 깨닫게 됐어



그때는 왜 나한테 아무도 그런 말을 해주지 않았을까 했는데



지금은 그때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고 그 기사님한테 너무 고마워



그렇게 난 23살에 간호학과에 들어갔고



중간중간 힘든 순간들도 많았어



실습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을때



역시나 그때 간호학과 오지 말라는 말을 들었어야했나,이길도 내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정말 힘들었어



그리고 내가 나이가 많으니까 대학병원,3차병원은 힘들거라는 얘기도 많이 들어서



어차피 대학병원 못 갈거면 힘들게 성적 잘받을 필요도 없는건가 하는 슬럼프도 왔어



하지만 그럴때마다 기사님이 하신 말을 떠올리면서



끝까지 버텼고 결국에 원하던 병원에 합격하고 학교도 수석으로 졸업했어



그 기사님은 내가 학교 다니던 중에 공무원 합격하셔서 공무원 되셨대



지금은 기사님이 아니지만 아직 기사님이라고 불러 그게 입에 붙어서ㅋㅋㅋ



암튼 난 지금 나름 내 삶에 만족하며 잘 살고 있어



문제는 워홀때 얻은 허리디스크 덕분에 지금 병원에서 계속 일하기가 힘들다는거..



허리가 너무 아파서 일을 못 하겠더라..ㅠㅠ



그래서 요양병원 나이트킵으로 이직하려고 알아보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그래도 난 지금 내 직업과 내 삶에 만족해



환자분들이 그렇게 귀여워 보일 수가 없어ㅋㅋ다들 귀여워지는 병에 걸린거 같아







내가 이 글을 쓴 이유는 나처럼 방황하고 있을 20대 초중반 학생, 취준생이 있다면



힘들어도 참고 넘어 가보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서야



나도 어릴땐 조금이라도 걸려 넘어지면 다시 되돌아 가고 싶어하고,



역시 이 길은 아니잖아..하면서 다른 길을 찾으려 그랬었는데





사실 그 길에 걸림돌이 있어도 넘어서 계속 가다 보면 평탄한 길이 나올 수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



내가 간호학생 때 예전처럼 이건 내 길이 아니었나,안 되려나 하고 좌절했다면



지금의 병원에 들어오지도 못 했을 거고, 이 일이 생각보다 내 적성에 맞았다는 것도 몰랐겠지



아마 내가 버티는데에 익숙해져서 지금의 생활도 나름 괜찮다고 여기는지도 모르겠지만



한번 시도했으면 끝까지 가보자!



이게 내가 20대를 살면서 얻은 모토야ㅎㅎ

출처 디씨취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