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총여 폐지 흐름을 ‘백래시’(반발) 현상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특히 올해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계기로 여성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 높아졌는데, 오히려 대학가에서 총여학생회 사라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미투 등으로 페미니즘이 확산하면서 이에 대한 반동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축적돼 있던 여성 혐오가 표출됐다. 이런 현상이 대학가에서는 총여 폐지로 나타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젠더 갈등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학생운동의 쇠퇴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예전과 달리 요즘 대학생들은 정치이슈에 관심도 없고, 취업 등 자신의 앞가림 하느라 바쁘다. 대학 내 학생자치조직은 10년 전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는데, 총여 폐지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총여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전문가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에서 여성의 수는 늘었지만, 취업 등에서 여성은 여전히 여러 가지 차별을 겪고 있다. 수면 위에 드러나지 않은 ‘미투’가 무수하게 많을 것이다”며 “성 평등이나 학내 성 소수자, 외국인 학생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학생자치조직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김지영 교수도 “총여를 폐지하는 시도 자체가 총여의 필요성을 증명해준다. 여성을 대변하는 단체의 존폐여부를 왜 모든 학생이 투표해 결정하는지 모르겠다. 민주주의를 앞세운 남성과 강자 중심 사고다”고 비판했다. 반면 김중백 교수는 “총여라는 조직이 없어도 SNS 등 하나의 목소리를 내거나 집단행동을 할 수 있는 장치는 충분하다”며 “총여 폐지를 페미니즘의 후퇴가 아니라 대중화로 보는 게 옳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