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제품은 당장 빼라. 왜 한국산 TV를 일본 제품 앞에 전시하느냐." 이달 초 일본 나고야의 한 가전제품 매장 안 나이 지긋한 일본인 고객이 점원에게 호통을 쳤다. 이런 내용을 보고받은 한국 기업은 법인장 주재로 대책 회의를 열었다. 박용규 한국무역협회 도쿄지부장이 지난 18일 전한 일본 내에서 불고 있는 반(反)한국 기업 기류다. 미쓰비시그룹에 한국산 식재료를 납품하는 한국 기업인은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데 계약 단가 등에서 한-일 갈등이 계속되면 손해를 볼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 정부의 과거사 분쟁에서 시작된 외교 갈등이 일본 내 반한국 기업 정서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최근 일본 네티즌 사이에선 이런 댓글이 부쩍 늘었다. 








“한국산 스마트폰 배터리는 폭파한 전례가 있다. 한국 상품을 왜 쓰는 것인가.” “한국 기업의 일본 진출을 결코 용인해서 안 된다.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고 일본 기업 자산을 압류하면서 일본에 진출하겠다는 건가.” 이달 7일 한국 에너지 기업의 일본 시장 진출을 소개한 일본어 기사에 달린 댓글 중 일부다. 한 일본 네티즌은 구체적인 보복 관세율을 언급하면서 일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비판했다. 한-일 경제 협력 모델이 악화 일로를 걷는 가운데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각종 협회와 기업 주재원에게 일본 내 반한국 기업 정서에 대해서 들어봤다. 이들은 “눈에 띄는 경제 보복 현상은 아직 진행되고 있지 않지만 일본 네티즌 등을 중심으로 한국 상품 불매 여론이 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박용규 지부장은 “뉴스 댓글 등을 중심으로 ‘한국 제품을 왜 사느냐’는 글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산 제품 불매로 퍼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권혁민 전국경제인연합회 도쿄 사무소장도 “일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 중에서 신규 계약이나 신사업 분야 확장에서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기업인이 늘고 있다”며 “양국 정부의 외교 갈등이 지속하면서 그동안 쌓아왔던 비즈니스 네트워크나 계약 관계가 경색되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경색국면이 지속할 경우 사업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