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은 한국과 일본의 희비가 극명히 엇갈린 날이었습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후쿠시마산 수산물 금지 관련, 1심의 일본 승소를 뒤집고 한국에 승리를 안겨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날 이후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 총리의 '먹방'을 향한 비난의 여론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아베 총리는 후쿠시마산 식품을 매일 먹는다고 주장하고, 선거철이면 후쿠시마로 달려가 각종 농수산물을 시식하며 안전성을 강조했는데, 이같은 홍보전이 별 소득 없는 것으로 판명났으니 이제 다른 대책을 강구하라는 것입니다. 

WTO 판결 이후에도 아베 총리가 여전히 똑같은 먹방 행보이면서 비난은 더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14일 5년 반만에 후쿠시마 원전을 찾은 아베 총리는 이 지역 쌀로 만든 주먹밥을 먹었고, 이틀 뒤엔 중동 국가 주일 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매일 후쿠시마산 쌀을 먹고 물도 마시고 있다. 이 덕에 자민당 총재 3선도 달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여론은 폭발했습니다. 아베 총리 입장에선 WTO의 충격 판결을 수습코자 한 행동이었을 테지만, 이를 본 일본인들은 "자국민도 못믿는데 다른 나라라고 믿겠느냐"거나 "중동 대사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습니다. 

일본 지지통신의 이 짧은 기사는 야후재팬을 비롯해 각종 커뮤니티, 5ch 등 혐한 사이트로까지 순식간에 퍼져나가 수천건 이상의 댓글을 기록했습니다. 일본 누리꾼들은 "거짓말 냄새가 난다"거나 "홋카이도와 큐슈산 쌀에 매일 후쿠시마산 쌀 한톨씩을 넣는다면 그건 거짓말은 아니다"라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또 "일본인도 안먹는 걸 외국인에게 권장하는건 아니다"라거나 "자민당 의원들에게 후쿠시마 도시락을 주면 모두 먹지 않고 버릴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일본인들이 일본의 주요 곡창지대로 수많은 수산물도 나오는 후쿠시마산 식품 먹기를 꺼리면서 이 물량이 일본내 호텔과 레스토랑 등의 사업장에게 공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정부의 후쿠시마산 식품 먹기 캠페인에 동참하자는 취지로, 또 그동안 이 지역 농수산물 가격이 저렴했다는 이유로 납품을 늘리고 있습니다. 2015년 이전 후쿠시마산 식품을 사용하는 업장들은 70%에 달했는데, 2015년엔 37%대까지 낮아졌다가 다시 50%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이 식재료들은 고스란히 일본을 방문하는 연 3000만명의 해외 관광객들의 입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