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성숙함 경험... 두렵진 않다"


"아베 정권 아래 우경화가 계속되고 있고 역사 왜곡도 반복되고 있다. 그런 일본의 정세로 반일 감정이 고조돼 한국에 사는 일본인들, 반대로 일본에 사는 재일조선인이 자칫 부당한 일을 겪지 않을까 우려된다."

호소문을 쓴 사람은 22년째 한국에 거주중인 재한일본인 미야우치 아키오씨다. 그는 경기 구리시 등지에 사는 일본 출신 시민들과 함께 한일 역사를 배우며 양국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뜻으로 2015년 '구리역사동아리'라는 시민단체를 만들었다.

-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이 폭력행동으로 이어질지 두렵다는 말인가?
"그런 건 아니다. 이미 촛불혁명 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성숙함을 경험했다. 극단적인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을 걸 안다. 한국에 사는 것이 두렵거나 무섭지 않다. 다만 학교에서 아이들이 부당한 일을 겪을까봐 걱정은 된다. 한국사회에서 반일감정이 일 때마다 아이들이 힘든 일을 겪었다."

- 아이들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거의 매년 겪고 있다. 둘째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학교에서 독도 관련 영상물을 보여줬다. 남자애들이 딸에게 '독도는 우리땅' 외치며 '일본인 죽여야 한다'라는 말을 했다. 아이는 놀라 울면서 집에 왔다. 저는 딸에게 '일본 사람들이 옛날에 나쁜 짓을 했고 지금까지 제대로 사과를 안 해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시에 학교에도 전화를 했다. 심한 말을 한 아이들이 '그런 행동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은 결국 선생님을 통해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과했다."

이 지점에서 그는 한일 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재일조선인이 겪는 아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일본 내에서 북한 문제나 한국과의 관계가 안 좋아질 때마다 일본에 사는 조선인들은 공격을 받는다. 자기들이 강제로 데려와 놓고, 재일조선인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도 한다. 일본 사람들이 역사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않아서다. 원자폭탄이라든지 공습 등 일본이 겪은 아픔에 대해서는 강조하는데, 정작 가해한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 이번 한일 갈등의 원인은 아베 총리 때문 아닌가?
"참의원 선거가 21일로 예정돼 있다. 아베 총리의 행동이 너무 뻔하다. G20이 성과 없이 끝나자 한국에 대한 무역제재를 택했다. 한북미가 판문점에서 하나 된 모습을 보이자 강경하게 나온 것인데, 이러한 행동이 일본 극우들에게 통한다. 특히 사회에 불만이 큰 젊은 청년들에게 더 크게 작용한다. 한국에서 반일 감정이 클수록 이러한 경향이 더 짙다."

- 일본 국민들은 한국인들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모르는 것 같다.
"그렇다. '사과도 했고, 보상도 했는데 한국인들이 왜 저런 행동을 계속 보이냐'라고 되묻는다. 역사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알면 그렇게 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일본 교육 상황에서 사실을 완전하게 알기는 어렵다."

- 현실적으로 한일 관계를 회복시키는 게 어렵다는 뜻인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계속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을 보고, 정말로 큰 감동을 받았다. 큰 아픔을 겪었지만 살아남아서 증언을 했다. 그 자체가 너무나 존경스러웠다. 그분들 보면서 살아가는 힘을 얻었다.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할머니들은 행동하고 보여줬다. 올 초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 할머니가 타계했을 때 딸과 함께 직접 노제에 참여한 이유다."


- 하지만 한일관계는 좋은 적이 없었다.
"맞다. 심리적인 거리가 줄어든 적은 있지만 좋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일본이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았다고 느끼지 못한다. 일본은 사과했다 말하고, 한국은 일본의 거짓말에 화가 나 있다.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관계가 좋아질 수가 없다."

- 어떻게 하면 극복될까?
"(잠시 고민한 뒤) 모르겠다. 어려운 문제다. 일본 사람들 입장에서 '한국 국민들이 왜 그러지'라는 생각부터 했으면 좋겠다. 한국 사람들이 왜 불편해 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역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고, 공부하면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행동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불안함을 갖고 산다는 게 얼마나 불편한 일인지, 한국과 일본 국민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무슨 뜻인지 되물었다. 그는 다시 한 번 한국과 일본에서 소수로 살아가는 다문화 아이들 이야기를 꺼냈다.

"반일이든 혐한이든 결국 관계가 틀어지면 한국과 일본에서 소수로 살아가는 아이들이 부당한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 아무런 잘못 없는 아이들이 고통 받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하는 게 우리들의 역할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최종적으로는 아베 총리 대신 일본이 좀 더 괜찮은 리더 뽑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