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데일리사바, 알자지라 등이 입수해 보도한 음성에는 사우디 공작원 15명이 피살 사건이 벌어졌던 작년 10월2일 오후 1시께 나눈 대화가 상세히 들린다. 녹취 파일에는 카슈끄지가 영사관에 들어서기 전 그의 사체를 처리할 방법을 논의하는 대원들의 목소리부터 그를 암살한 뒤 사지를 절단하는 톱소리까지 나온다. 데일리사바에 따르면 이 음성은 터키 국가정보기구(MIT)가 사건 발생 후 확보한 것으로 이같이 대중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자지라는 암살 작전을 주도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경호원인 마헤르 압둘아지즈 무트렙과 사우디 안보기관의 법의학 전문가 살라 무함마드 알투바이지의 대화를 중점으로 보도했다. 이들은 오후 1시2분 카슈끄지가 영사관에 도착하기 전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를 시작했다. 무트랩이 "시신을 가방에 넣을 수 있는가"라고 묻자 알투바이지는 "너무 무겁고 (카슈끄지의 키가) 커서 안 된다"고 답했다. 알투바이지는 이어 "나는 절단하는 법을 안다. 아직 따뜻한 (체온이 남은) 시체를 다뤄본 적은 없지만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면서 "절단 부위를 비닐 봉지에 담고 가방에 넣어 건물(영사관) 밖으로 나가라"고 말했다.














이윽고 오후 1시14분께 카슈끄지가 영사관으로 들어서자 사우디 요원들은 그를 2층 사무실로 끌고 갔다. 무트랩은 카슈끄지에게 "인터폴의 명령이 있다"며 "당신을 리야드(사우디의 수도)로 데려가겠다"고 했다. 카슈끄지는 "나는 소송을 당하거나 한 적이 없다. 약혼자가 밖에서 기다린다"며 저항했다. 심문을 계속하던 무트랩은 오후 1시22분께 카슈끄지를 향해 "아들에게 메시지를 남기라"고 말했다. 뭐라고 말해야 하냐고 되묻는 카슈끄지에 그는 "연습을 해보자"며 "이스탄불에 있으니 연락이 닿지 않아도 걱정하지 말라"는 문장을 보낼 것을 강요했다. 카슈끄지는 "어떻게 영사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나. 나는 아무것도 쓰지 않겠다"고 반발했으나 무트랩은 "지금 협조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게 될 것"이라며 위협했다. 사우디 공작원은 아들에게 보낼 메시지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카슈끄지에 약을 먹이고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웠다. 카슈끄지는 "천식이 있다. 질식할 것 같다"고 소리쳤다. 이를 마지막으로 그의 목소리를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카슈끄지가 영사관을 들어선 지 25분이 지난 오후 1시39분께, 부검용 톱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알자지라는 이 절차가 30분 동안 계속됐다고 전했다. 여전히 그의 사체는 수습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