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0년만에 12월에 열린 영국 총선에서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압승을 거두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영국은 12일(현지시간)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전국 650개 지역구, 4만여곳의 투표소에서 하원의원(MP)을 선출하기 위한 총선을 실시했다. 투표 마감 직후부터 시작된 개표는 다음날인 13일 오후 3시께 잉글랜드 남서부 콘월 지역의 세인트아이브스 지역구를 마지막으로 완료됐다. 집계 결과 보수당이 365석으로 하원 과반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 의석을 확보하면서 재집권에 성공했다. 야당 모든 의석을 합한 것보다도 80석이 많은 수준이다. 영국 하원 의석수는 총 650석으로 과반 기준은 326석이다. 이번에 보수당이 확보한 의석은 마거릿 대처 총리가 이끌던 1987년(376석) 이후 최대다. 야당과의 의석수 차이(80석)도 이때 이후 가장 컸다. 반면 제1야당인 노동당은 200석을 겨우 넘는 203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노동당 입장에서는 154석에 그쳤던 1935년 이후 최악의 패배로 남게 됐다. 209석에 그쳤던 1983년 총선에 비해서도 적은 숫자다. 다만 200석에도 못미칠 것으로 추정됐던 출구조사 결과에 비해서는 다소 늘어났다. 2년 전인 2017년 조기 총선과 비교하면 보수당은 47석을 더 얻었지만, 노동당은 무려 59석이 줄어들었다. 보수당은 '붉은 벽'(red wall)으로 불리며 전통적인 노동당 강세 지역이었던 미들랜즈, 북잉글랜드는 물론 웨일스 지역을 '푸른 물결'(blue wave)로 덮으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붉은색과 푸른색은 각각 노동당과 보수당을 상징한다. 이번 총선에서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2017년 대비 13석 추가된 48석으로 제3당 지위를 공고히 했다. SNP의 약진으로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움직임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브렉시트(Brexit) 반대를 공약으로 내건 자유민주당은 오히려 1석 줄어든 11석에 그쳤다.

















과반 기준을 훌쩍 넘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보수당은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해 브렉시트(Brexit) 합의안은 물론 주요 정책을 담은 입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킬 수 있게 됐다. DUP는 물론 당내 유럽연합(EU) 잔류 지지자 등의 반발로 인해 전임자인 테리사 메이 총리는 물론 현 존슨 총리 역시 브렉시트 합의안의 의회 승인을 얻는데 잇따라 실패했다. 결국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교착 상태를 해소하고 의료와 교육, 치안 등 여러 국내 어젠다를 추진하기 위한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조기 총선 카드를 빼 들었다. 보수당이 이번 총선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면서 존슨 총리는 크리스마스 이전에 브렉시트 합의안을 새 의회에서 통과시킨 뒤 당초 예정대로 내년 1월 말 EU 탈퇴를 단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존슨 총리는 이후 2020년 말까지 예정된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 동안 EU와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존슨 총리는 이날 총선 결과가 사실상 확정되자 정부 구성 승낙을 받기 위해 버킹엄궁을 방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알현했다. 이날 개표 완료 후 총리관저 앞에 모습을 드러낸 존슨 총리는 보수당의 놀라운 승리가 브렉시트 논쟁의 종결과 함께 그동안의 상처를 치유하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보수당에 처음으로 투표한 노동당 지지자들의 신뢰에 보답할 것이며, EU와 동등한 파트너십을 구축해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이들의 의사도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존슨 총리는 "신뢰를 보내준 이들에게 감사하며, 우리는 이러한 신뢰에 보답하고, 국민 우선순위를 위해 일하는 의회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록적인 패배를 받아든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노동당이 희망의 매니페스트(선거 정책공약)를 내놨지만 브렉시트로 인한 양극화가 정상적인 정치적 논쟁에 우선했다고 지적했다. 코빈 대표는 노동당이 정권을 잡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 노동당 대표가 선출되면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