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은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소속 의원 및 당원·지지자들과 함께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의 폐기를 촉구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수천명이 참가했다고 한국당은 추산했다. 오전 11시께 집회가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태극기·성조기나 손팻말 등을 든 채 본청 각 출입문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국회 사무처는 모든 출입문을 봉쇄했다. 결국 이들은 본청 정문 앞 계단과 잔디밭에 모였다. 황교안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정미경 최고위원 등의 '규탄사'가 이어졌다. 황 대표는 "공수처가 들어오면 자유민주주의는 무너진다"며 '공수처 반대'와 '선거법 반대'를 20차례씩 외치자고 했다. 그러고 나서 참가자들이 외칠 때마다 손가락으로 셌다. 그는 연동형 비례제에 대해 "갑자기 이거 만들어서 민주당이 군소 여당들, 말하자면 똘마니와 원 구성하고, 이런저런 표 얻어서 160석 되고, 180석 되고 이러면 이제 뭐가 될까"라고 물었다. 몇몇 참가자가 "공산주의"라고 하자 황 대표는 "그게 바로 독재"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이 재연될 것을 우려한 듯 "불법이 있으면 안 된다. 우리가 책잡히면 안 된다"고 국회 무단 진입을 만류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국민들은 분노한다! 2대악법 날치기 반대!'라는 펼침막을 든 채 "세금도둑 민주당", "날치기 공수처법", "날치기 선거법" 등의 구호를 외쳤다. 황 대표와 의원들은 출입문을 봉쇄한 경찰관들에게 출입증을 보여주고 국회 본청으로 들어갔다. 참가자들은 본청 앞 계단의 민주평화당·바른미래당·정의당 농성장을 찾아가 이들이 민주당과 함께 공수처법·선거법을 추진하는 것에 거세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정의당 당직자와 당원들이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의당은 논평에서 "한 청년 당원은 따귀를 맞았고, 누군가는 머리채를 붙잡혔다. 이들은 당원들에게 욕설을 장시간 퍼부었고,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국당 집회 참가자들은 국회 진입이 불허되자 정문과 후문 등지에 진을 치고 앉아 호루라기 등을 불며 함성을 질렀다. 경찰은 본청을 비롯한 국회 주변에 경찰력과 버스들을 배치해 출입을 통제했고, 그 여파로 일대 교통이 마비되다시피 했다. 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은 본청에서 상임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나가던 중 집회 참가자들이 자신을 밀치고 욕설을 하는 바람에 충돌 과정에서 안경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극우세력과 결탁해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드는 황 대표와 한국당은 국민의 심판으로 퇴출당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제1야당이 선택한 것은 의회정치가 아니라 정치깡패와 다름없는 무법과 폭력이라는 점은 정치개혁과 선거개혁의 필요성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민주평화당 홍성문 대변인도 "수사당국은 무소불위의 깡패집단, 국회 폭거세력으로 거듭난 극우세력들의 반민주적·폭력적인 행위를 좌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정상적으로 진행됐더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국회를 봉쇄하고 일을 키운 게 바로 문희상 의장"(심 원내대표)이라고 반박했다.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국회를 유린하는 것은 일방적 날치기를 중단하라는 국민이 아니라, 선거법과 공수처법 강행을 위해 국회를 권력의 하수인으로 만들려는 청와대와 민주당, 그리고 문 의장"이라고 논평했다. 문 의장은 입장문에서 "특정 세력의 지지자들이 국회를 유린하다시피 했다"며 "여야 정치인 모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의장은 "국회에서 이런 상황이 초래된 것은 여야 모두의 책임"이라며 "특히 나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고 한민수 국회 대변인이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새로운보수당 창당을 추진하는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이날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주최한 '새한국의 비전' 토크콘서트 축사에서 "어느 나라 입법부에 시민들이 마음대로 와서 이렇게 해도 괜찮은 건지 잘 모르겠다"며 비판적인 견해를 보였다. 유승민 의원은 "그만큼 우리 국회, 우리 정치의 수준이, 또 국민들의 우리 정치에 대한 인식이 이것밖에 안 되는 걸 우리 정치가 자초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