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최근 베트남직원에게 "오늘부터 출근 못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일을 계속하고 싶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베트남에 계신 부모님이 걱정한다"면서 "공부하고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비행기표를 예매했고 내일 바로 한국을 떠나겠다'는 내용이었다.

한국말 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이 베트남직원은 한국인 친구의 도움을 받아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다급히 퇴사를 통보하면서도 자신을 대신해 일할 직원을 알아봐주겠다며 사장님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성동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B씨 또한 "베트남 직원 2명이 코로나19 확산 후 모두 한국을 떠났다"면서 "베트남 현지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시급이 800원임을 감안하면 한국서 일하면 몇 배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임이다. 한국 대탈출을 보면서 그만큼 코로나19에 대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불안감이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동자 뿐만 아니라 한국에 있는 베트남 출신 유학생들도 자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학업 포기가 속출하고 있다.

26일 여수 한영대에 따르면 한국어 공부를 위해 유학 중인 베트남 학생 93명 가운데 20여명이 베트남으로 돌아가겠다고 학교 측에 통보했다. 2018년 12월부터 유학 중인 베트남 학생들은 “부모님이 코로나19로 안전이 걱정돼 빨리 돌아오라고 한다”며 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등을 찾아 귀국 방법을 문의했다.

한영대는 정부방침에 따라 개강을 2주 연기해 3월16일쯤 학사일정을 시작할 계획이지만 베트남 유학생들이 귀국을 통보하면서 후속 대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광주·전남 주요 대학도 상항은 비슷하다. 이지역 주요대학 따르면 지난달 18일 호남대를 시작으로 이번주 전남대와 조선대, 광주여대 등 대다수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 입국에 맞춰 안전 수송에 나섰다. 그러나 최근 1주일 사이 국내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늘면서 외국인 유학생들 사이에 국내 입국을 포기하거나 기피하고 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중국인 유학생 80%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입국을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동국대 경주캠퍼스에 따르면 이 학교에 입국 예정인 중국인 유학생은 143명으로 이 가운데 115명(80.4%)이 입국을 취소했다. 나머지 28명 가운데 19명은 겨울 방학 때 한국에 계속 머물거나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중국에 다녀온 학생들이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한국 국민에 대해 29일부터 무비자 입국을 임시 불허하기로 했다.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은 28일 베트남 정부가 29일 0시 1분부터 한국민에 대한 무사증(무비자) 입국 허용을 임시로 중단한다는 통보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처는 코로나19가 급증한 대구, 경북 거주자와 최근 14일 이내에 이곳을 방문한 한국민을 포함한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금지한 것에서 한층 강화된 것이다.

또 베트남이 한국민에게 15일간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기 시작한 2004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