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인 ‘檢 장악’ 무리수…제 발 걸려 넘어진 아베]




검찰청법 보류ㆍ유력 총장후보 마작 논란 

 ‘책임’ 강조한 아베, 기자회견은 열지 않아 

 법조인 662명 ‘벚꽃 보는 모임’ 의혹 고발 

 자민당 내에서도 “정권 말기 증상” 평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1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긴급사태 선언 일부 해제에 대해서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기자회견 형식으로 진행됐지만 이날은 열리지 않았다. 도쿄=AFP 연합뉴스 >



아베, 평소와 달리 기자회견 회피 


일본 정부는 2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긴급사태 기간 중 산케이신문 기자 2명과 기자 출신 아사히신문 직원과 내기 내기 마작을 한 사실을 드러난 구로카와 히로무(黑川弘務) 도쿄고검 검사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모리 마사코(森昌子) 법무장관은 각의 후 “국민에 분노와 불안을 끼치고, 검찰이나 행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것에 대해 사과 드린다”

고 머리를 숙였다.


아베 총리도 중의원 후생노동위원회에 참석해 “법무성, 검찰청의 인사안을 최종적으로 내각에서 인정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야당의 사퇴 요구에는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와 국민의 건강과 생명, 고용과 사업을 계속 지켜내는 책임을 완수하는 것이 내게 부과된 사명”이라며 거부했다.


이와 관련, 아베 총리는 전날도 오사카 등 긴급사태 선언 조기 해제 결정을 밝히는 자리에서 “총리로서 당연히 책임이

있다.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는 긴급사태 선언ㆍ연장ㆍ조기해제 등 정부 결정을 알릴

때마다 아베 총리가 총 7차례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부의 방침보다는 코로나19라는 유례 없는 사태에 국가 지도자로서

국민들에게 성실히 설명하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자리였다.


정부는 전날 일부 지역의 긴급사태 조기해제를 결정했지만 이전과 달리 기자회견은 열리지 않았다. 관저 로비에서

7분 정도 정부 결정에 대한 설명과 취재진의 질문을 받은 게 전부였다. 총리관저 측은 “이번 해제 지역은 3개 지역뿐이고

수도권 등에서의 선언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구로카와 검사장의 내기 마작 파문에 따른

껄끄러운 질문이 집중될 것을 우려해 회견을 열지 않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기자들과의 내기 마작으로 사퇴한 구로카와 히로무 도쿄고검 검사장. 도쿄=A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내외가 지난해 4월 도쿄 신주쿠교엔에서 열린 벚꽃을 보는 모임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일본 내각총리 관저 캡처


구로카와 히로무 도쿄고검 검사장이 긴급사태 선언 기간 중 기자들과 내기 도박을 했다고 보도한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 지면. 도쿄=김회경 특파원


권언 유착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이번 스캔들은 아베 정권의 위기뿐 아니라 권언(權言) 유착의 단면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정치권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고위 공직자가 내기 마작을 즐겨 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기자들이 보도하지 않은 점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다.


일본 언론에서는 출근 전이나 퇴근 후 취재원의 집을 방문하는 ‘요우치아사카케’라는 취재방식이 남아 있다.

한국에서도 정치부 기자들을 중심으로 주요 정치인의 자택을 방문해 취재하는 관행이 있었지만 2000년대 들어 거의

사라졌다. 정치인 외에도 많은 정보를 많은 검찰, 경찰을 담당하는 기자들은 취재원들과의 관계 구축을 위해 회식이나

산책ㆍ등산ㆍ낚시ㆍ골프ㆍ마작 등 같은 취미를 즐기면서 가까워지려고 한다. 취재를 위한 노력이지만 일정한 선을 넘을 경우 ‘불가근불가원’이란 기자와 취재원과의 적절한 긴장관계가 무너진다.


이번 ‘내기 마작’도 이 같은 사례인 셈이다. 구로카와 검사장과 신문사 기자와 직원들은 최근 3년간 월 2~3회 정도 모여

마작을 했고 1인당 수천엔~2만엔 정도가 판돈을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기 마작에 참여한 산케이신문 기자는 최근 정년 연장 논란에 휩싸인 구로카와 검사장에 대한 긍정적인 기사를 작성했다.


스즈키 히데미(鈴木秀美) 게이오대 교수는 마이니치신문에 “마작에 기자가 동석했다는 것으로 일률적으로 비판할 수는 없다”면서도 “가령 접대 마작과 같은 것이라면 상대에게 돈을 전하면서 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있고 건전한 취재활동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슈칸분슌은 구로카와 검사장이 마작을 마친 뒤 귀가에 이용했던 콜택시 운전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동승한 기자들이 정보를 얻기 위해 갖은 수를 쓰지만 구로카와 검사장은 좀체 속내를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구로카와 검사장이 자택에 내린 뒤 “어느 정도 (내기 마작에서) 져주지 않으면 안 된다”며 하소연하는 기자도

있었다고 한다. 취재원으로부터 정보를 얻기 위해 일부러 져주기도 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http://www.msn.com/ko-kr/news/world/%eb%85%b8%ea%b3%a8%ec%a0%81%ec%9d%b8-%e6%aa%a2-%ec%9e%a5%ec%95%85-%eb%ac%b4%eb%a6%ac%ec%88%98%e2%80%a6%ec%a0%9c-%eb%b0%9c-%ea%b1%b8%eb%a0%a4-%eb%84%98%ec%96%b4%ec%a7%84-%ec%95%84%eb%b2%a0/ar-BB14tNkk?ocid=ientp_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