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ews.v.daum.net/v/20200806180212577


편견 깨부수는 화재 진압반 김다연 소방관 [핀터뷰]


■‘여성’ 소방관이 아니라 ‘유능한’ 소방관

다연씨는 임용 후 지금까지 화재 진압반에서 일하고 있다. 화재 현장에 출동해 선두에서 불길을 향해 물을 뿌리는 ‘관창수’를 보조하고 호스를 끌어주는 ‘관창 보조’를 맡고 있다. 소방관이 되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화재 진압반에 들어가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소방관이 된 뒤 여성 소방관을 보는 주변의 편견 어린 시선에 적잖이 당황했다. 근무를 시작한 지 3~4달 정도 되었을 무렵부터 주변에서는 ‘이제 슬슬 올라와야지, 네 자리 맡아 놨다’라는 식의 농담을 자주 들었다. 소방서 건물 1층에 화재진압과 구급 등 출동부서가 있다면 2층에는 행정업무를 보는 부서가 있다. 소위 수습 기간이 지났으니 자연히 내근이나 구급 등 다른 업무로 빠지겠지라는 편견에서 나온 소리였다. 여성 소방공무원은 임용 후 몇 개월간 화재 진압 업무를 한 뒤 자연스럽게 내근직으로 빠진다는 편견이 있다. 다연씨는 “현장에 남고 싶어도 인사발령으로 부서를 이동한 경우도 있고 또 본인이 진압이 적성에 맞지 않아 자신에게 맞는 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며 “여성이 남성보다 체력이 약하다는 인식이 강한 것도 이유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행히 다연씨는 현장이 잘 맞았다. 처음 화재 현장으로 출동했을 때도 불길이 무섭다는 공포심보다 그동안 훈련했던 것들을 실전에 제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가 더 걱정이 됐다. “(여성 소방관의 경우) 현장에서 1년을 넘긴 경우가 많지 않다고 해서 저는 1년만 버텨보자는 목표를 세웠는데 벌써 1년 4개월째입니다. 체력이 약해 민폐가 됐다면 포기했겠지만 저보다 더 힘들어하는 (남성 소방관) 분들을 봤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어요.”


씩씩한 다연씨이지만 수시로 마주하는 ‘보이지 않는 벽’ 앞에선 종종 가슴이 먹먹해진다. ‘내가 여자가 아니었어도 나한테 이렇게 얘기 했을까’, ‘나한테 이런 태도를 보였을까’라는 생각도 종종 들었다. 그는 ‘제가 해 볼게요’ ‘저도 시켜 주세요’라고 적극적으로 얘기하지 않으면 비슷한 시기에 들어와 훈련도 경험도 비슷한 남자 동료들에 비해 기회가 적게 오는 것만 같았다고 했다. “‘누가할래’ 물어보지도 않고 당연하게 (남자동료를) 시키는 경우 차별받는 느낌이나 소외감이 드니까 더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 서럽기도 해요. 그럴 때면 내가 원해서 들어온 곳이니까 더 노력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아요.”


소방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소방공무원 총 5만6639명 중 여성 소방공무원은 5299명이다. 여성 소방공무원 중 화재진압, 구급, 구조 상황실 등에서 근무하는 외근자는 3918명, 내근을 하는 행정요원은 1381명이다. 이중 화재진압 여성 소방공무원은 734명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여성 소방공무원 채용이 계속 늘고 있어 화재진압 등 외근업무에 투입되는 인원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업무는 남녀가 아닌 개인적인 선호도가 더 크게 작용하지만 현장의 경우 업무 특성상 체력적인 요소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아직은 남성 소방공무원의 수가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편견 깨부수는 새내기 소방관

다연씨는 남자 동료들이 ‘무거운 짐이나 궂은일은 남자가 하는 게 여자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편견이자 차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힘쓰는 일을 해야 할 때 ‘제가 할게요’라고 하는 편이에요. 들고 있는 짐을 받아준다고 해도 절대 안 줘요. 이미 들고 있는데 남의 손을 빌릴 필요가 없잖아요. 그리고 제가 들기에도 무거운 건 남자들에게도 벅찬 경우가 많아요. 사소하지만 편견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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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제가 해 볼게요’ ‘저도 시켜 주세요’라고 적극적으로 얘기하지 않으면 비슷한 시기에 들어와 훈련도 경험도 비슷한 남자 동료들에 비해 기회가 적게 오는 것


무거운 짐이나 궂은일은 남자가 하는 게 여자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편견이자 차별


그리고 제가 들기에도 무거운 건 남자들에게도 벅찬 경우가 많아요. 사소하지만 편견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