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헌법재판소가 22일(현지시간) 기형의 태아에 대해 낙태를 허용하는 법률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고 AP·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폴란드 헌재는 "건강을 기준으로 낙태를 결정하는 것은 생명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장애를 가진 태아를 선별해 낙태하는 것은 나치의 우생학과 다를 게 없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폴란드는 낙태를 가장 엄격하게 규제하는 유럽 국가 중 하나다. 폴란드는 1993년 성폭행과 근친상간으로 임신한 경우, 임신부에게 건강 문제가 있을 경우, 태아에게 장애가 있을 경우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을 마련했는데, 이번 헌재 결정으로 낙태 허용 범위가 축소됐다. 대주교 마레크 예드라제브스키는 "재판관들의 용기에 감사드린다"면서 이번 결정을 반겼다.

















하지만 국제사회와 여성인권단체들은 헌재 결정을 비판했다. 유럽인권위원회의 두냐 미야토비치는 "여성 인권에 있어 슬픈 날"이라면서 "폴란드에서 합법적 낙태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지면서 인권이 침해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폴란드 여성인권단체들은 해외에서 낙태 수술을 받는 여성이 한해에 8만∼12만명에 이르며 이중 태아에게 장애가 있는 경우가 98%라면서, 사실상 낙태를 불법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폴란드 보건부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이뤄진 낙태 수술이 1천110건이었으며, 대부분이 태아가 장애를 가진 경우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10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고 있음에도 폴란드 헌재 앞에 모여든 시위대는 "판사복이 피로 물들었다", "부끄럽다"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우파 민족주의 성향의 집권 '법과 정의당'(PiS) 당사까지 행진했다. 여성들은 코로나19 확산 사태 속에 온라인을 활용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