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쇠퇴하는 보수동책방골목 되살리기에 나섰다.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은 보수동책방골목은 한국전쟁 때 피난민이 생활과 공부를 위해 책을 사고팔면서 자연스레 형성된 곳이다. 그런데 최근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서면서 서점 7곳이 무더기로 폐업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골목은 위기를 맞은 상황이다. 이에 부산 동주여고 1학년 학생 8명으로 구성된 동아리 '예그리나'는 골목이 누린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애초 이 동아리는 지난 5월 동주여고 김성일(33) 교사가 평소 보수동책방골목을 되살릴 방법을 고안하다가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보수동 도시재생 주민공모사업'에 신청하면서 만들어졌다. 김 교사는 "학교가 책방골목과 인접해 있는데도 이용률이 저조했다"면서 "책방골목 내 서점이 무더기로 문을 닫는 등 관광객이 줄어들고 쇠퇴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학생들에게 함께 활동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임지나(16) 양은 "평소 책방골목에 책을 사러 가거나 산책을 하러 자주 가는데 사라질 수도 있는 소식을 듣고 활동에 참여했다"면서 "동아리원 모두 방과 후 개인 시간을 따로 내 활동하는 등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 시작은 동주여고 전교생과 부산 시민들로부터 책방골목 관련 경험을 주제로 한 시를 응모 받아 시집을 직접 제작하는 것이었다. 이후 200편의 시가 접수되자 학생들은 직접 종이에 옮겨 적고 삽화를 그려 넣는 등 시집 '와보시집' 편집 작업을 진행했다. 출판을 앞둔 이 책은 부산지역 도서관 50곳에 배부할 계획이고,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는 책방골목 미술관에서 해당 시들을 전시하고 골목을 알리는 다양한 행사를 열기로 했다. 지금까지 예그리나가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다양한 이들의 손길이 숨어있다. 학생들이 홍보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서자 시인, 교수, 영화감독, 캘리그라피 작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했다. 시집 만들기 프로젝트에는 최대호 시인이, 전시 행사에는 한 교수가 공간 대여는 물론 전시회를 풍성하게 열 수 있도록 화가를 섭외해 별도 작품까지 전시하게끔 도움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