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풍의 모바일 게임을 많이 즐겨 하시던 분이라면, 2013년 다음 모바게에서 서비스했었던 <신데렐라 나인>을 얼핏 들어보았거나 플레이했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미소녀와 야구를 테마로 한 수집형 소셜 장르. 수집한 선수 카드를 포메이션에 알맞게 배치하는 걸로 끝인 간단한 게임입니다. 야구 경기 도중에 게이머가 게임에 관여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오로지 선수 능력치에 따른 점수 내기로 승패가 결정되며, 그 과정조차도 어떠한 시뮬레이션을 보여주지 않은 채 전광판의 올라가는 숫자 하나로 끝이었죠. 게임 내용이 이러니, 당연하게도 게임성은 썩 좋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여기에 과금 유도밖에 안 하는 개차반 수준의 게임 운영이 더해지며 상황은 악화되고 말았습니다.


 게임성도 별로인데, 운영까지 구더기. 이런 게임의 결말은 언제나 뻔합니다. 결국 <신데렐라 나인>은 한국에 출시된 지 겨우 1년여 만에 한국 게이머에게 완전히 외면받으면서 2014년 한국에서 서비스 종료되고 말았죠.




▲한국 진출을 이뤘던 <신데렐라 나인>과 <신데렐라 일레븐>이다.
 참고로 <신데렐라 일레븐>은 <신데렐라 나인>의 스핀 오프 작품인데..... 어쨌든 둘 다 한국에서는 대차게 망했다.




 <신데렐라 나인>의 한국 진출은 실패로 마무리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안타까운 인상과는 사뭇 다르게도 일본에서는 출시되었던 2011년부터 올해까지 꾸준히 서비스를 이어가며, 그럭저럭 인지도를 쌓은 채 8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그리고 후속작인 <8월의 신데렐라 나인(이하, 하치나이)>을 2017년 6월에 출시하고 2년 후인 현재 누계 150만 DL을 기록. 신데렐라 시리즈라고 불리며 성공적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죠.


 하지만, <하치나이>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2018년 8월 19일에 라이브 이벤트를 개최하거나 2018년 12월 19일에 DMM을 통해서 PC 버전을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발전을 도모하려고 했죠. 그렇기에 이번 2019년 2분기 신작 애니메이션, <8월의 신데렐라 나인>은 신데렐라 시리즈 IP를 더욱 알리고 발전시키려는 힘찬 포부의 집대성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 일 겁니다.


 그렇다면 애니메이션의 완성도도 <하치나이>의 당찬 포부처럼 당돌할지, 과연 후속작은 한국 진출에 실패했던 <신데렐라 나인>과 얼마나 다른 인상을 심어주는지 1화를 통해 한 번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측은 2019년 4월 16일에 개최된 2번째 라이브, <하치나이 2 Hachinai Spring Live 2019 ~시작의 신호~>이고, 좌측이 DMM에서 서비스하는 <하치나이> PC 홈페이지이다. 여담이지만, <하치나이> 공식 홈페이지에 가면 웹소설과 웹 만화로 함께 연재되어서 읽을 수 있다.



▲<하치나이> 인게인 장면이다. 이전 작처럼 게이머가 관여할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전광판밖에 없던 전작에 비해 시각적으로 경기 흐름을 읽을 수 있어서 보는 맛이 있다.







 우선 원작 게임인 <하치나이> 대강의 스토리 흐름을 파악하고 가보려고 합니다. <하치나이>는 청춘과 여고생과 고교 야구를 테마로 한 모바일 게임입니다. 리틀 야구단의 에이스였지만 부상으로 야구를 그만둔 소년이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만난, 고시엔의 꿈을 안고 있는 동급생의 여자아이 덕분에 야구에 대한 열정을 되찾고, 8월에 열리는 여자는 참가할 수 없는 고시엔(일본 전국 고등학교 야구 선수권 대회)을 목표로 여자야구부를 설립하고 감독으로써 꾸려나가는 스토리이죠.


 이른바, 꿈과 포기하지 않는 도전을 내세운 청춘물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소년이 되어서 선수를 모집하고, 선수의 고민과 갈등을 해결해나가며 함께 성장해나갑니다. 특히, 다양하지만 조잡한 캐릭터를 우후죽순 생성하는 게 아닌 캐릭터 하나하나의 매력과 에피소드에 착실히 신경 쓴 탄탄한 스토리는 <하치나이>의 대표적인 강점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하지만, <하치나이>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원작의 설정과 미묘하게 궤를 달리하고 있습니다. 청춘이라는 바탕은 같지만, 세세한 세계관이 미묘하게 틀려지죠. 여자야구부가 이미 전국에 존재하고 있으며, 여자야구가 그리 낯설지 않은 스포츠로 통하는 겁니다. 또한 게임의 최종 목표 중 하나인 고시엔도 설정상의 이유로 게임과는 느낌이 180도 달라질 가능성도 남아있기까지 하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궤를 달리하는 요소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플레이어의 캐릭터인 주인공의 부재입니다.


 원작의 스토리에서 주인공인 소년은 각지 다양한 선수와 엮이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개중에는 야구의 계기를 심어주는 게 주인공과 선수 사이에 있었던 과거의 인연인 경우도 있을 정도죠. 그만큼 주인공의 존재는 <하치나이>의 스토리를 관통하는 필수불가결한 존재입니다. 그렇지만, 소년은 애니메이션에서 처음부터 등장하지 않습니다. 등장 자체가 통째로 날아갔죠. 이러한 영향은 곧 작품 본연의 매력을 다소 가볍게 해줍니다. 다른 작품과 차별화된 요소와 분위기는 사라지고, 긴장감은 옅어지면서 미소녀 애니메이션 특유의 온화한 온기만 감도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하치나이> 애니메이션의 가장 중요한 주인공인 아리하라 츠바사가 여자야구부에 설립에 일조하는 이유에도 주인공인 소년이 깊이 관여하고 있다. 하지만, 주인공이 사라지면서 스토리 자체가 주는 작품 본연의 깊이와 츠바사의 특색을 없애고  그냥저냥한 미소녀 애니메이션으로 변질시켜버렸다.





 하물며, <히차나이>라는 게임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부서 설립이라는 초반 목표와 학생회라는 다소 힘 빠지는 대립 구도, 주인공의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과 자신의 생각을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당돌함, 주인공을 챙기려는 소꿉친구라는 협력자나 대립자의 위치였던 학생회가 협력자로 돌아설 뻔한 구도는 유명 아이돌 애니메이션, <러브 라이브>를 연상시키면서 <하치나이> 애니메이션의 세세한 요소요소에 진부하다는 분위기를 지울 수 없게 하였습니다.




▲<러브 라이브(우측)>과 <하치나이(좌측)>의 주인공은 외모나 성격 모두 비슷하다는 인상을 남긴다. 스토리의 전개 양상도 <러브 라이브>와 다소 유사하지만, 실상은 <러브 라이브>가 확실한 동기부여를 통해 훨씬 긴장감 넘치면서 흥미를 돋군다.




 그렇지만, 이러한 단점은 의외로 인물의 감정을 매력적으로 표현하면서 어느 정도 무마됩니다. 무언가를 접할 때의 불안감, 실수할 때 위축되는 표정 변화 등 인물의 개성에 걸맞게 인물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다뤄내면서 인물을 쉽게 이해하고 공감대를 이끌어내며 몰입하도록 도와줬습니다. 물론, 앞서 언급했던 작품 속 분위기의 영향으로 자신을 바꾸기 위해 도전을 선택하는 인물의 결심과 도전에 따른 불안감 같은 1화 갈등 핵심 묘사가 본래보다 반감되어서 전해진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지만, 그래도 자신의 매력과 방향성이 뭔지는 담아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의 공백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메꿔준 부분도 긍정적이었고요.




▲그나마 인물의 감정 표현이 잘 되어서 작품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다만, 그거 뿐이지만......





 <하치나이> 1화는 여자야구부가 없는 고등학교에서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선수를 모집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때문에 새롭게 여자야구부에 들어가려고 하는 1화의 중심인물은 야구를 알지 못하는 초심자를 다루고 있죠. 간단한 야구 장비에 대해서 알지 못하며, 공을 잡는 세세한 방법도 모릅니다. 운동신경도 뛰어나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이를 세밀하게 표현한 <하치나이> 1화 속 동작의 움직임은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공을 던지는 동작에는 힘이 잔뜩 들어갔지만 던져진 공은 이상한 방향으로 힘없이 날아가고, 자신에게 날아오는 공에는 지레 겁을 먹거나 긴장합니다.


 이처럼 1화에서는 초심자의 엉성한 움직임을 담아내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세심함은 빛을 발했다고 생각합니다. 엉성한 움직임 덕분에 짧은 시간으로도 인물의 심적 변화를 쉽게 깨닫게 되고, 성장을 더욱 매력적으로 돋보여주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이는 인물이 느끼는 성취감과 희열을 훨씬 매력적으로 공감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초심자의 특징이 드러나면서 인물의 성장이 극대화하게 된다.





 ▲게다가 엉성한 동작에는 인물의 개성도 묻어나서 유일한 즐길 거리가 되었다.






 그렇다고 <하치나이>는 정통 스포츠물을 기대하고서 본다면 실망스러울 겁니다. 초심자인 상태를 표현한다고는 했지만, 그럼에도 야구공을 던지는 움직임이나 공이 배트에 맞는 타격감에서 전혀 힘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공의 움직임는 3D CG로 표현되었는데, 2D 작화와 제대로 섞여들지 못하고 도리어 조잡하기까지 했죠. 그렇게 공과 인물에 괴리감이 커지면서 몰입감을 떨구니까 상황에 따른 긴박감조차 느낄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오로지 인물의 감정(및 미소녀의 개성)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춘 연출을 보았을 때면 이러한 움직임의 문제는 고쳐지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기에 평범한 청춘물을 생각하고 보는 게 이롭습니다.



▲공을 송구하는 장면이다. 야구공이 손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공이 단번에 커지면서 부자연스러운 인상을 준다. 특히, 슬로우 모션으로 일일히 변화를 눈으로 쫓기 때문에 그 괴리감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





▲배트로 공을 친 다음 1루로 뛰는 상황이다. 분명 전력질주하고 있는데도, 속도감과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건 일단 제쳐두고, 전체적인 경기 상황보다는 인물의 발과 표정을 근접 촬영하면서 인물의 감정 변화를 중점으로 다루고 있다.







 저는 <하치나이>에 막연한 기대를 걸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각본가는 <유루캠프>의 시리즈 구성을 맡았던 다나카 진이고, 음악을 담당한 오바타 타카히로는 전작 <약속의 네버랜드>에서 <아자벨라의 자장가> 등으로 능력을 검증했습니다.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노구치 타카유키는 <천사의 3P>나 <로큐브>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분이기에 귀엽게 구현해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감독인 쿠도 스스무는 안 좋았던 작품도 있었지만, 그래도 <마르두크 스크램블>를 보면서 <하치나이>에서 최소한의 긴장감 넘치는 움직임을 구현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하치나이> 1화를 보고 기대는 실망으로 뒤집혀졌습니다. 작화는 불안정했고, 스토리는 <하치나이> 본연의 매력 따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미적지근한 긴장감과, 공과 인물의 부조화적인 움직임에는 실망감을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청춘물이라고 포장하려한들 스포츠를 다루는 이상 긴장감과 움직임은 작품성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입니다. 그런데 이를 방치했다는 이야기 자체가 작품의 한계를 면밀히 보여주는 거와 다를 바 없었죠.




▲<마르두크 스크램블>의 장면 중 하나다. 영화적 기법인 핸드  헬드 기법을 활용하여 숨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했다.
사실 쿠도 스스무가 <이니셜 D>나 <캡틴 츠바사>의 연출도 맡은 바가 있어서 이런 긴장감을 어느 정도 표현하는 게 가능할 줄 알았지만...... 역시 헛된 희밍이었나보다.




 <하치나이> 애니메이션은 쥐도 새도 모르게 망했던 이전 <신데렐라 나인>과는 다를 거라고 바랐던 저에게는 정말 일말의 가치도 없는 작품입니다. 홍보용 애니메이션으로서 원작의 매력도 담아내지도 못했고, 동기부여도 생략한 수준이라서 캐릭터의 개성은 번지르르하지만 매력은 텅 빈 채 그려내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하치나이> 애니메이션이 방영된 직후 <하치나이>의 게임 순위가 PC든 모바일이든 상승되면서 본래의 홍보 목적을 이루었으니, 제작진은 아마 애니메이션의 반은 성공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소한의 작품성도 가지지 못한 애니메이션이 마케팅적으로 효과를 봤다는 현실. 미디어로서 접근성이 좋기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겠지만, 그래도 좀 씁쓸하게 다가오는 현실 같습니다.






 사진 출처

하치나이 2 Hachinai Spring Live 2019 ~시작의 신호~:



게임 화면:
본인 스마트폰



볼 거리:
8월의 신데렐라 나인 공식 홈페이지 서브컬쳐(소설 및 코믹 다만 일본어):




-------------------------------------------------------------------------



 안녕하세요, 애게 여러분. 4화까지 방영되었는데, 이제야 1화 리뷰를 꾸역꾸역 올리게 되었네요.
 어휴, 나무위키나 기타 한국 사이트에서는 하치나이에 대한 정보가 너무 빈약해서 정보 수집하느라고 다소 늦어지고 말았어요. 하지만, 이렇게 노력하면 애니라도 좋게 만들어주면 좋았을 것을...... 너무 퀄리티가 망해서 쓰는 도중에 현타도 오고 그러더라고요. ㅠ

 감정 표현을 해주던 작화는 화가 갈수록 아~~~~~주 조잡해지면서 볼 거리도 못 되고, 실력이 쌓여가야할 멤버나 옆에서 가르쳐주는 동작도 아~~~~~~주 조잡해지니, 이런 똥 애니를 위해 그리 조사해댔나 싶어요. 감독 작품도 일부러 다 찾아봤는데...... ㅠㅠ

 그런고로, <하치나이> 절대로 보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거 쓰레기예요!! 아휴.....

 아무튼, 저는 이제 애니 리뷰를 간출하게 바꿀 예정이에요. 대충 감상평 느낌일까요? 그래서 아마 리뷰로 뵙기는 좀 힘들겠네요. 완결 리뷰나 이렇게 종종 찾아뵐 생각이고요. 프린세스 커넥트 애니 나오면 그때 다시 좀랜사 리뷰 썼던 것처럼 각 잡고 쓸 예정이라, 그때면 매회 볼 거 같네요, 아마도요....

 어쨌든, 1화 리뷰라서 1화 내요으로 쓰기는 했지만, 4화까지 나오는 동안 작품적으로 너무 화가 나서 감정이 좀 섞여들었던 점은 죄송합니다. 부족한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했어요. 그럼~!

 안녕하살법!



 네이버 블로그 링크:https://blog.naver.com/zkdlsk1/221526412333








▲하치나이 가챠 장면이에요. 리뷰를 위해 최소한의 게임 스토리 보려고 플레이했던 건데, 가챠할 때만큼은 어떤 게임든지 엄청 재미있는 거 같네요. 참고로, 노을 진 풍경에 따라서 SR인지, SSR인지 결정된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