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e스포츠와 동시접속자 부문에서 눈에 띄는 작품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AOS 장르 열풍이 부는 가운데, FPS의 자존심을 짊어지고 조용히 자신만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이하 CS: GO)'가 그 주인공.

CS: GO는 2012년을 마지막으로 국내 방송사에서 더 찾아볼 수 없는 게임이 됐지만, 외국에서는 달랐다. FPS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크고 작은 대회가 꾸준히 개최됐다. 이러한 인기를 방증하듯 스팀으로 서비스 중인 CS: GO의 동시 접속자 수는 꾸준히 40만 명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출시 3년 차에 접어든 작품임에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CS: GO의 어떤 특징이 유저들의 마음을 빼앗았는지 지금부터 확인해보자.





■ CS: GO의 정체성? "1.6으로의 회귀"

CS: GO는 밸브 코퍼레이션과 히든패스 엔터테인먼트가 공동으로 개발하여 PC, 맥, 리눅스, XBOX360, PS3 플랫폼으로 2012년 8월 21일에 출시한 작품이다. 전작인 '카운터 스트라이크: 소스'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기에 많은 유저들의 기대를 받았다.

출시 전, 밸브는 CS: GO가 패키지 판매 없이 온라인으로만 구매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시도는 시리즈 최초이며, 전작과 비교해 온라인 게임으로서의 특색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밸브의 전략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CS: GO는 매치 메이킹 시스템 도입, PC 플랫폼 한정으로 데디케이티드 서버도 지원했다. 타 장르 대비 성취감이 적은 FPS 장르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18종으로 구분된 계급 시스템도 적용했다.

2013년 8월 14일 자 패치와 함께 적용된 무기 스킨 시스템은 CS: GO가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여타 온라인 FPS에서도 볼 수 있는 개념이지만, 게임 플레이 및 e스포츠 경기 관람을 통해서 획득할 수 있어 유저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1.6 방식의 게임플레이와 온라인 기반의 시스템이 결합한 CS: GO는 기존 팬들뿐만 아니라 올드 카스 유저들의 지지까지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스팀 인기순위의 터줏대감으로 알려진 '팀 포트리스2', '풋볼 매니저', '문명' 시리즈에 전혀 밀리지 않는 성과를 냈다. 출시 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순위가 하락하는 기존 게임들과는 달리, 가파르지는 않아도 꾸준히 유저 수를 확보하며 동시 접속자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서문에서 언급한 e스포츠의 인기와도 시너지를 냈다. 그 결과, CS: GO는 2014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부동의 2위였던 '팀 포트리스2'까지 따돌리는 데 성공한다.

CS: GO는 2015년 3월 19일 기준으로 최고 동시 접속자 481,373명, 접속 중인 유저는 109,988명을 기록했다. 작년 2월 초 데이터인 최고 동시 접속자 97,080명, 접속 중인 유저 31,001명과 비교하면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동시 접속자 증가량이 눈에 띄는데, 3위에 랭크된 팀 포트리스2와 비교하면 무려 8배가량 높은 기록이다.



■ 시청자 158만 명, 블록버스터 e스포츠 장르로 성장.

플레이어 수 증가와 함께 주목할 부분은 e스포츠로서의 성과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밀리터리 FPS의 최신작인 CS: GO는 출시와 동시에 크고 작은 리그가 개최됐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카운터 스트라이크 1.6이라는 특징은, 더 다양한 FPS 팬에게 어필하는 계기가 됐다. CS: GO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랜(LAN) 행사로 기네스북에도 오른 '드림핵(DreamHack)'에서 최고 인기 종목으로 떠오른다. 아울러 스타 래더 시리즈나 MLG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2014년 8월, 독일 쾰른에서 열린 'ESL ONE' 결승전은 'CS: GO'의 인기가 폭발하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ESL ONE 쾰른 결승전에서 만난 팀은 '프나틱'과 'NiP(Ninjas in Pyjamas)'. 카운터 스트라이크 강호 스웨덴을 소재로 하는 명문팀 간 대전인 만큼 수많은 팬의 관심이 집중됐다. 경기 자체도 재미있었고, NiP가 각본 없는 드라마를 완성하면서 극적으로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이 대회를 기점으로 CS: GO의 제2 전성기가 열렸다. 당시 게임 내 관전자 수는 약 41만 명이었다.

▲ CS: GO 인기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한 ESL ONE 쾰른 결승전


얼마 전 폴란드에서 열린 ESL ONE 카토비체에서도 CS: GO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다시 결승전에서 프나틱과 NiP가 만난 탓일까. 대진이 완성된 순간부터 CS: GO 커뮤니티는 뜨겁게 달궈졌고, 결승전 시청자 수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게임 내 관전자 98만 명, 트위치 TV 시청자 수는 60만 명. 국내에서 역대 최다 온라인 시청자 수를 기록한 2014 LoL 챔피언스 섬머 결승전의 시청자 수는 약 130만 명이었다. 이보다도 약 28만 명 많은 수치를 기록한 것.

CS: GO의 대회 규모도 작은 편이 아니다. 주기적으로 열리는 스타 래더 시리즈와 드림핵의 총상금은 30,000달러(한화 약 3,300만 원)이며, ESL ONE은 총상금 250,000달러(한화 약 2억 7천만 원)에 우승 상금으로 100,000달러(한화 약 1억 1천만 원)를 지급한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LoL 챔피언스는 매 시즌 총상금이 2억 7,000만 원. 이와 비교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 이 정도 규모의 대회가 1년에 총 11번 열리며, 메이저 대회를 제외하고도 다양한 대회들이 북미와 유럽에서 진행되고 있다.

2014년에는 총 15번의 메이저 대회가 열렸다. 2015년은 아직 3월임에도 불구, 벌써 4개의 대회가 종료됐고 5개 대회가 진행 중이다. 모든 대회의 규모와 인기 역시 LoL이나 스타크래프트2에 밀리지 않는다. 이미 외국의 많은 게임단이 CS: GO 팀을 보유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은 팀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 150만 명에 근접한 시청자 수를 기록한 카토비체 결승전


■ 보다 친숙한 e스포츠, '트위치 TV와의 연계로 해결'

꾸준한 상승세의 배경은 e스포츠 흥행 한 가지가 아니었다.

CS: GO는 출시 이후에도 유저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업데이트를 꾸준히 진행했다. 대표적으로 앞서 설명한 '아이템 룩'. 플레이어는 게임 내 무기와 방어구를 비롯한 아이템의 외형을 변경할 수 있다. 이러한 아이템은 구매 혹은 경기 관전을 통해 얻은 박스를 열어 획득 가능하다. 게임을 하다가 랜덤으로 유저에게 수여되는 예도 있다. 도타2 시스템과 유사한 부분이다.

또, 스팀 클라이언트에서 자체적으로 트위치 TV와 연동한 것도 흥행을 이어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업데이트를 통해 트위치 TV와 스팀 계정을 연동하면 개인 방송도 간편하게 할 수 있다. 아울러 연동이 완료되면 자신의 아이디 옆에 아이콘이 붙는데, 북미와 유럽에서 가장 큰 플랫폼인 트위치 TV에서 남들과 다른 아이콘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유저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아이템과 트위치 TV를 모두 이용해 엄청난 호응을 받았던 해프닝도 있었다. 한 스트리머가 시청자들에게 박스를 받아 개봉하는 방송을 한 적이 있었다. 박스는 게임 내에서 랜덤으로 얻을 수 있지만, 이를 여는 열쇠는 따로 구매해야 하므로 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엄청난 양의 박스를 한꺼번에 열기 시작했고, 이 방송은 큰 반응을 이끌어냈다.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닌, 그저 박스를 열어 아이템을 받는 방송이 흥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 여담이지만 이 스트리머는 방송 도중 여자 친구와 '게임에 돈을 쓴다'는 언쟁을 하다가 어쩔 수 없이 방송을 종료했다.

한편 트위치 TV에서 방송하는 스트리머는 자신의 방송 시청자의 아이디만 알면 언제든 선물을 보낼 수 있다. 이미 여러 스트리머가 팬들과 소통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시청자와 스트리머 모두를 만족하게 함과 동시에 CS: GO의 상승세를 이끄는 계기가 됐다.

▲ 부담이 적은 스킨 시스템은 CS: GO의 장기적인 흥행에 일조했다.


■ 스타 프로팀의 등장, e스포츠 열풍을 주도하다

한편, CS: GO의 등장 시기는 LoL의 게임플레이가 조금씩 느려지는 시점과도 맞물렸다. 유저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 상향 평준화되면서 빠른 템포가 아닌, 방어적인 운영이 떠오르고 있었던 것. 장르를 떠나 빠른 템포의 게임을 좋아하는 북미와 유럽 유저들에게 CS: GO는 매력적인 게임일 수밖에 없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전설적인 프로게이머 'Heaton'이 CS: GO 팀을 창단한 것도 중요한 이슈다. 스타크래프트에 임요환이 있었다면, 카운터 스트라이크에는 'Heaton'이 있었다. FPS 게이머들의 영웅이자 스타였던 'Heaton'의 등장에 외국 팬들은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냈다. 그가 창단한 NiP의 CS: GO 팀은 연승 가도를 달리면서, 동시에 게임 자체의 인기를 높이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물론, 초기에는 NiP의 독주가 CS: GO를 재미없게 만들었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어느 정도 상향 평균화가 이루어지면서 이전보다 CS: GO의 인기는 더 높아졌다.

무엇보다 CS: GO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바로 '직관성'이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특유의 자금 시스템 덕분에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쉽게 유불리를 알 수 있었다. 또한, 샷 감의 영향이 매우 큰 작품인 만큼, 슈퍼 플레이에 대한 관중의 반응도 뜨거웠다. 야구나 축구를 실제로 즐기지 않더라도 TV를 통해 이를 보는 시청자가 많은 것처럼, CS: GO도 게임을 하지 않는 시청자 수가 상당하다.

▲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전설 '히톤(Heaton)'

▲ 자금 상황은 게임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 CS: GO는 '밸브 표 노하우의 결실'

CS: GO의 인기 상승 원인은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유저들이 원하던 게임플레이 방식을 최대한 구현하고자 노력했고,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스킨 시스템을 적용했다. 또한, 지속적으로 성장하던 e스포츠 판에 'Heaton'의 NiP가 등장했고 극적인 명경기를 연거푸 만들어내며 높은 시청자까지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소스'는 최신 엔진을 기반으로 매력적인 그래픽을 선보였지만, 특유의 강렬한 타격감 및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 탓에 신, 구 카스 유저가 나뉘는 상황이 발생했으며, 구 카스 유저들은 '차기작은 최대한 1.6과 비슷하게 만들어달라'고 꾸준히 요구했다.

피드백을 받은 CS: GO는 개발 초기부터 1.6으로의 회귀를 모토로 했고, 실제로 시장에 출시하자마자 1.6 및 소스를 기반으로 했던 e스포츠 대회들이 대거 CS: GO로 넘어가게 된다. 아울러 1.6 버전에서 그래픽만 끌어올린 수준을 넘어, e스포츠 대회 활성화를 위한 여러 장치도 함께 구현하는 등의 준비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특히 스팀 클라이언트 내 트위치 TV 연동은, 유저들이 보다 간편하게 경기를 시청하는 데 일조했다. 아울러 단순히 시청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게임 내 사용이 가능한 특별한 아이템도 지급하여 탄탄한 고정 시청자를 확보했다.

스팀 내 유저 간 아이템 거래 구조는 CS: GO의 e스포츠와 맞물리며 높은 시너지를 발휘했다. 사실 CS: GO에서 최초로 선보인 시스템은 아니다. 밸브는 '팀 포트리스2', '도타2'를 서비스하면서 유저 간 거래 시스템에 대한 노하우를 쌓았고, 이러한 노하우가 오롯이 CS: GO에 녹아들었다는 게 정확하다. 밸브는 '도타2'와 마찬가지로 유저 간 거래되는 아이템 가격의15%를 수수료로 책정했고, 덕분에 CS: GO는 장기적인 수익 모델로 안착했다.



■ CS: GO = 정공법으로 이뤄낸 성공.

결론을 이야기해 보자. CS: GO의 흥행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게임 내외 요소가 합작해 만들어 낸 결과이며, 물론 여기에는 시대적 요구에 따른 약간의 운도 작용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요소들 모두 밸브의 치밀한 전략과 노하우에 기반을 뒀고, 나아가 온라인 FPS의 긍정적인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

조사한 내용을 보면, CS: GO가 장기적인 흥행을 하게 된 배경에는 어떤 자극도 없었다. 게임의 정체성을 흔드는 모드를 자체 개발하여 보급하거나 눈에 띄는 아이템을 출시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정석에 가깝다. 일반 사용자와 프로 선수 사이를 최대한 가깝게 연결했고, 경기를 보는 행위 자체에 실용적인 보상을 걸었다.

현재 CS: GO는 스팀 내 동시접속자 수 2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이는 추후 업데이트 및 e스포츠 대회 개최에 따라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LoL'과 '도타2'가 대변하는 e스포츠 시장에서 AOS 장르 외 게임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지금부터 CS: GO를 주목해보자.



[▲ CS: GO 플레이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