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6일(금) 4.17 패치가 한국 서버에 적용되었다. 그 열기를 점점 더해가는 시즌4 월드 챔피언십만큼, 현재 랭크 게임에서는 흥미로운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4.17 패치의 쟁점은 뭐니 뭐니 해도 니달리와 탈론의 너프. 한동안 랭크 게임을 호령했던 두 챔피언의 운명과 이들의 몰락이 몰고 올 여파에 유저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패치가 적용되고 7일차를 맞이했다. 그리고 유저들이 그토록 궁금해하던 4.17 패치 성적표가 드디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 4.17 패치의 주인공은 단연 니달리와 탈론


■ 한 줄의 패치가 운명을 가르다! '솔로 랭크의 지배자' 탈론, 왕좌에서 내려오다!

바야흐로 암살자 메타의 시대다. 원거리 딜러에게 강력한 캐리력이 요구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리그오브레전드의 지상 과제는 ‘아군의 원거리 딜러를 보호하면서 적의 원거리 딜러를 강력하게 견제하는 것’으로 설정되었다. 이 때문에 한동안 주춤했던 암살자 챔피언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그 중심에는 탈론이 있었다.

4.14 패치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롤드컵에서도 나타나듯이, 4.17 패치 전까지 탈론의 상승세는 대단했다. 전 티어에 걸쳐 승률 1위를 유지함은 물론, 암살자 챔피언에게는 쉽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던 밴 목록에서도 50% 정도의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4.17 패치 이후 탈론의 밴율은 2.78%까지 떨어졌고, 승률은 50% 수준으로 낮아졌다.

▲ 패치 직후 탈론의 밴율은 극단적으로 추락한다
(출처 : FOW.KR)

▲ 승률 1위를 자랑하던 탈론의 위엄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
(출처 : FOW.KR)

라이엇 게임즈가 탈론에게 취한 조치는 간단하다. 목 긋기의 침묵 삭제. 하지만 이 짧고도 간단한 변경은 탈론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탈론이 지금까지 다른 암살자 챔피언들을 누르고 많은 유저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일방적인 딜 교환’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암살자 챔피언의 제1 목표는 상대 원거리 딜러를 견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메타의 원거리 딜러는 경기 초반부터 성장의 성장을 거듭하기 때문에 조금의 빈틈을 보일 경우 오히려 자신이 당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탈론과 같은 근접 암살자 챔피언들은 이러한 위험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탈론에게 침묵은 상대 원거리 딜러의 탈출기 사용을 봉쇄하여 암살 확률을 높이는 동시에, 허약한 자신의 맷집을 보완하는 생명줄과 같은 것이다. 이번 침묵 삭제 패치가 탈론의 몰락으로 이어진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침묵 삭제로 인해 몰락한 르블랑의 사례와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나마 르블랑은 확실한 탈출기라도 존재하지만, 탈론은 궁극기를 제외하면 뚜렷한 탈출기마저도 없는 상황. 사태는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 탈론을 바라보는 르블랑의 심정은 어떠할까?
(출처 : 가슴이시킴님의 팬아트)

이번 패치로 인해 탈론이 오랫동안 시련을 겪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유저들이 동의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침묵 효과 삭제의 타당성에 대한 문제는 의견이 다소 갈린다. 일방적인 딜 교환을 막는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측도 있는가 하면, 르블랑의 경우와 연관 지어 침묵 삭제가 탈론이라는 챔피언의 개성을 잃게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존재한다. 라이엇 게임즈가 탈론의 추락에 대해 어떠한 대처를 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OP 챔피언의 숙명?! 니달리, 다시 한번 추락하다!

4.17 패치가 적용되기 전, AD 니달리는 특유의 견제력과 라인 유지력으로 탑 라인을 지배했다. AD 계수가 최대 2.5까지 올라가는 숨통 끊기(Q)는 압도적인 대미지를 자랑했고, 수풀 배회(패시브)를 이용한 부시 플레이는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태고의 생명력(E)은 부족한 체력을 끊임없이 보충해주는 동시에 공격 속도 상승이라는 부가적 이익까지 누릴 수 있게 해주었다. 급습(W)을 통한 갱킹 회피는 니달리의 라인전에 안정감까지 부여했다.

하지만 4.17 패치 적용과 동시에 니달리는 고전을 면치 못한다. 꾸준히 90% 수준을 유지하던 밴율은 지속적으로 추락했고, 30% 수준까지 곤두박질친다. 추세를 보았을 때, 밴율 하락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니달리가 겪고 있는 고통의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 패치 직후 끊임없이 하락하고 있는 니달리 밴율
(출처 : FOW.KR)

니달리에 대한 라이엇 게임즈의 공격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진행됐다. 하나는 숨통 끊기의 계수 조정. 숨통 끊기의 AD 계수는 하향된 반면, AP 계수는 상향되었다. 이는 사냥 디버프(패시브) - 급습 - 숨통 끊기로 이어지는 AD 니달리의 기본 콤보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니달리의 현 상황을 설명하기는 다소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이번 니달리 패치의 핵심은 단연 기본 공격력과 기본 공격 속도의 감소였다. 약한 먹잇감을 노리는 것은 사냥꾼의 기본 전략. 니달리라는 챔피언 운용 또한 마찬가지다. 숨통 끊기는 대상이 잃은 체력 1% 당 2.5%의 추가 피해를 입힌다는 부가 옵션이 붙어 있다. 즉, 니달리 콤보가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적의 체력을 어느 수준 이하로 낮추는 평타 견제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이번 기본 공격력과 기본 공격 속도 감소 패치는 니달리에게 상당히 뼈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특히, ‘초반 라인전을 압도한 후 끊임없이 스노우 볼링을 굴려가는 것’이 탑 AD 니달리의 필승 공식임을 고려했을 때, 그녀의 고통은 당분간은 지속될 전망이다. 물론, AP 니달리에 대한 연구가 다시금 진행되고는 있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기에는 시간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4.17 니달리 패치의 핵심은 기본 공격력과 기본 공격 속도 감소


■ 니달리와 탈론의 공백은 누가? 랭크 게임 판도가 새롭게 짜여진다!

니달리와 탈론이 왕좌에서 물러나면서 그 자리를 노리는 새로운 챔피언들에 대한 관심 역시 집중되고 있다. 패치 적용 후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 어떤 챔피언이 왕좌를 계승할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겠지만,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는 2개의 챔피언은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의 이름은 람머스, 제드다.

▲ 제드와 람머스, 랭크 게임 왕좌를 위한 레이스를 시작하다

랭크 게임 왕좌를 노리는 첫 번째 챔피언은 람머스다. 니달리와 탈론의 임팩트가 워낙 강했던 탓에 주목은 받지 못했지만, 람머스는 4.17 패치를 통해 상당한 상향을 겪었다. 라이엇 게임즈는 플레이 편의를 위한 작은 상향조정이라 밝혔지만, 람머스의 플레이 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쉽게 지나치기 힘든 중요한 변경이었다.

람머스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는 육식 정글러와의 소규모 교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대회전(Q)과 따끔한 도발(E)을 통해 확률 높은 갱킹이 가능하지만, 상대 정글러가 기습적으로 개입한다면 오히려 역공에 당할 위험성이 상당히 높다는 약점 또한 가지고 있다. 따라서 기본적인 플레이는 쉽지만, 높은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경기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 안목이 필요한 챔피언이 바로 람머스다.

하지만 이번 패치로 인해 대회전(Q)과 몸 말아 웅크리기(W)의 스킬 호응이 상당히 좋아졌다. 둘 중 하나의 스킬을 시전 할 경우 자동적으로 다른 스킬의 효과가 사라지던 것이 1초간 스킬 효과가 중첩되도록 변경된 것이다. 이러한 변경은 소규모 교전과 역갱과 같은 변칙적 상황에서 람머스가 다소간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든다. 즉, 스킬에 대한 직접적 수치 변화는 없었지만, 플레이 측면에서 편의가 확보되면서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람머스의 승률 상승으로 이어졌고 결국에는 탈론이 가지고 있던 승률 1위 타이틀을 빼앗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 4.17 패치 직후 엄청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람머스의 승률
(출처 : FOW.KR)

사실 제드는 그동안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4.14 패치에서 궁극기인 죽음의 표식(R)이 약간의 상향을 겪었고, 암살자 메타가 주류 메타로 떠오르는 외부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제드는 탈론과 함께 상당히 주목받는 챔피언으로 손꼽히기 시작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쟁자 탈론이 너프를 당하면서,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제드가 OP 챔피언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이다.

패치 이전 60%에 미치지 못한 밴율은 현재 70%까지 상승했으며, 이는 솔로 랭크 최강 챔피언(?) 피들스틱 다음으로 높은 성적이다. 즉, 상대가 사용할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챔피언으로 제드가 손꼽히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제드를 사랑하는 수많은 유저들이 예전처럼 제드를 마음껏 선택할 수 없다는 사실. 라이벌의 너프로 수난 아닌 수난을 당하고 있는 제드! 그의 상승세는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유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탈론의 추락은 정확히 제드의 상승과 연결된다?!
(출처 : FOW.KR)

이밖에도 4.17 패치 노트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월드 챔피언십 특수(?)를 누리고 있는 챔피언들도 존재한다. 바로 잔나와 질리언이다. 두 챔피언은 이번 패치뿐만 아니라 최근 패치에서도 그렇다 할 변경점이 없었던 상황. 하지만 전 세계 리그오브레전드 팬들이 주목하는 월드 챔피언십에 등장,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잔나의 경우는 월드 챔피언십이 개막한 9월 18일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타더니 현재는 20%를 넘는 픽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질리언도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던 픽률이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물론, 두 챔피언 모두 100%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해당 챔피언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더불어 팀원들 간의 완벽한 호흡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팀원과의 소통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솔로 랭크에서의 승률은 이전과 큰 차이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챔피언에 대한 관심은 연구로 이어지고 이는 곧 재조명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리그오브레전드이기에, 잔나와 질리언의 밝은 내일을 예상해봐도 좋을 것이다.

▲ 월드 챔피언십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질리언과 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