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시즌5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변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1주 차에도 그랬지만, 2주 차 A조 경기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이변'은 계속 됐다.

일단 3위 정도로 조별 예선 탈락이 점쳐져던 플래쉬 울브즈가 귀신같은 경기력으로 조 1위 자리에 올랐던 것이 최고 이변 중 하나였다. 또한, KOO 타이거즈와 함께 8강에 합류할 것으로 보였던 CLG은 2승 4패로 아쉽게 짐을 싸야 했다. 브라질의 패인 게이밍은 역대 와일드카드 출전팀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며 팬들에게 자신들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KOO 타이거즈가 조 2위에 오른 것도 이변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으며 남은 일정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던 5일 차 A조 경기들. 어떤 명장면이 있었는지 곱씹어보자.


■ '고릴라' 강범현이 선보였던 명품 탐 켄치 서포터

1주 차에 ahq e스포츠 클럽의 서포터인 '알비스'가 탐 켄치 서포터를 활용해 승리를 차지했을 때만 해도, 그저 색다른 챔피언이 등장해 운좋게 승리했다고 생각했다. 물론, '알비스'의 탐 켄치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아직 대세 챔피언으로 보이기엔 무리가 따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KOO 타이거즈와 CLG의 대결에서 '고릴라' 강범현이 다시 한 번 '명품 탐 켄치'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패시브 스킬을 발동시켜 상대 챔피언을 기절시키거나 집어 삼키는 플레이도 좋았고, 아군을 지키는 능력도 탁월했다. 팀원들의 스킬 연계가 있었다고 해도, 확실히 강범현의 탐 켄치 플레이는 뛰어났다.

매번 좋은 경기력을 보이는 것으로 유명한 강범현이 탐 켄치라는 새로운 친구와 함께 8강에서도 활약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 "나도 캐리한다!" '스멥' 송경호의 다리우스가 보여준 화끈한 덩크쇼

흔히 한국은 탑 라이너가 강력하다는 평가가 많다. 예전부터 한국 탑 라이너들은 전 세계를 주름잡았던 탑 라이너들과의 대결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인 적이 많았다. 이번 롤드컵에서도 '마린' 장경환과 '썸데이' 김찬호가 그 명성을 이어갔다.

이를 그냥 지켜볼 '스멥' 송경호가 아니었다. 원래 송경호 하면 '캐리력' 아니었던가. 이번 롤드컵에서 기회를 엿보며 숨을 고르던 송경호가 5일 차 패인 게이밍전에서 날아 다녔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 다리우스로 이리저리 날아 다니며 덩크슛을 꽂아 넣었다.

다리우스의 로망인 '덩크쇼'를 해내며 한국 탑 라이너의 명성을 제대로 선보인 송경호. 앞으로 그를 상대해야 하는 팀은 다리우스 저격 밴을 해야 하지 않을까?



■ 북미의 자존심 무너뜨린 'NL'의 신나는 펜타킬

KOO 타이거즈가 일찌감치 8강 진출을 확정했던 상황에서 플래쉬 울브즈와 CLG가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대결을 벌였다. 이 경기에서 패배하는 팀이 8강 진출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았던 만큼, 모든 이의 관심이 집중됐다.

'소드아트'의 모르가나가 신기에 가까운 스킬 적중률을 보이며 서서히 격차를 벌렸다. CLG 역시 거세게 저항했다. 조금씩 플래쉬 울브즈가 승기를 잡아가고 있던 상황에서 'NL'의 징크스가 날뛰었다. 연달아 킬을 기록하는가 싶더니, 이번 롤드컵 두 번째 펜타킬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동안 'NL'은 '소드아트'의 경기력에 비해 아쉬운 모습을 자주 보이며 비판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펜타킬로 본인의 캐리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과연 이번 롤드컵에서 '신나는' 경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화려함의 정점 선보인 '메이플'의 르블랑

플래쉬 울브즈는 이미 1주 차에 KOO 타이거즈에게 일격을 가했던 팀이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던 KOO 타이거즈 역시 이를 갈며 복수를 꿈꿨을 것이다. 하지만 KOO 타이거즈는 또 다시 플래쉬 울브즈에게 일격을 얻어 맞고 조 2위에 만족해야 했다. 반면, 플래쉬 울브즈는 기세 좋게 조 1위로 8강에 이름을 올렸다.

KOO 타이거즈를 무너뜨렸던 것은 '메이플'의 르블랑이었다. 라인전이 끝난 이후 조금씩 킬을 기록하며 성장한 르블랑. 연이어 벌어진 한타마다 르블랑은 폭발적인 대미지를 선보이며 상대를 벼랑 끝으로 몰아 세웠다. 대치 구도에서의 '몸 포킹'은 물론, 상대의 허를 찌르는 암살 능력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최근 메타에서 미드 암살자는 빛을 보기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메이플'은 상황에 맞게 꺼내든 암살자 챔피언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스스로 증명했다. 확실히 그가 보여준 르블랑 플레이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와일드카드에 대한 부정적 시선 바꾼 패인 게이밍

롤드컵이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패인 게이밍의 선전을 기대했던 사람은 드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롤드컵에 진출했던 팀들 중에 좋은 모습을 보였던 팀이 적었다. 카붐 e스포츠 클럽이 엘레멘츠를 격침시켰던 것이 유일했다.

그런데 이번 롤드컵 조별 예선동안 패인 게이밍이 기록한 결과는 괄목할 만 했다. 1주 차에 플래쉬 울브즈를 상대로 첫 승을 거두더니, 2주 차에는 확 달라진 경기력으로 같은 조에 소속된 팀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5일 차 마지막 경기였던 CLG전에 승리를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사실 와일드카드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이 항상 있었다. 하지만 패인 게이밍은 그러한 부정적인 시선에 제대로 응수하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비록,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팀임에는 이견이 없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