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빠진 20대 아버지가 두 살 아들을 살해한 뒤 쓰레기봉투에 유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수사결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언론은 '게임중독'으로 인해 범행이 발생했다고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용의자 정모 씨(22)는 3월 7일 28개월 된 아들이 귀찮게 한다는 이유로 명치 등을 손으로 때리고 코와 입을 막아 숨지게 했다. 그리고 아들의 시신을 몇 주 동안 집안에 방치한 뒤 쓰레기 종량봉투에 담아 바깥 담벼락에 버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일으켰다.

이 사건이 더욱 크게 확산된 것은 아버지 정 씨가 게임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였다. 평소 '리그오브레전드'와 '서든어택' 등을 즐겨 했고, "PC방을 가려는데 귀찮게 해서 죽였다"는 용의자 진술이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그 과정에서 모 일간지는 게임명을 '블리자드의 MMORPG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라고 표기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는 언론 보도와 다른 점이 있었다. 정 씨가 PC방에 드나든 것은 맞지만, 오직 게임이라는 이유만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확정지을 수 없다는 것. "직업이 없는 용의자가 이른 나이에 아이를 가지면서 생활고를 겪고, 아내와 별거하는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충동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게임중독 아빠'라는 단어가 포털 검색어 순위에 올라오자 경찰 발표와 다른 보도 행위는 더욱 격렬해졌다. 대부분의 인터넷 매체는 게임중독 아빠라는 표현을 기사 전체에 붙이면서 기사 노출 경쟁을 벌였고, 비슷한 내용의 50여 개 기사가 포털 뉴스란을 장식하면서 이슈 몰이 현상이 벌어졌다.

대구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인벤과의 통화에서 "수사결과 발표 당시 언급했던 주요 요인은 생활고, 아내와의 별거, 그리고 게임까지 크게 세 가지였다"며 "특별히 하나의 이유 때문에 범행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아직 수사는 진행 중이며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다면 추가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 역시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게임중독을 논하는 행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표창원 소장은 16일 라디오 프로그램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정신의학과 범죄심리학에서 많은 사례를 연구했지만 게임이 범죄를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증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2000년 이후 아동학대로 사망한 어린이 141명 중 (가해자가) 게임과 연관된 사건은 3건 뿐"이라고 근거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