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 마스터즈 포스트 시즌이 눈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미 진출을 확정지은 1위 SKT T1과 2위 삼성 갤럭시, 그리고 3위 CJ 엔투스를 제외하면 아직 남은 한 자리의 주인이 정해지지 않았다.

이를 놓고 하위권 팀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7위에 머물러 있던 KT 롤스터는 CJ 엔투스를 격파하며 롤 마스터즈 첫 승과 순위 2단계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았다. 나진 e엠파이어 역시 공동 4위에 함께 랭크되어 있던 진에어 그린윙스를 상대로 1승을 추가하며 단독 4위 자리에 올랐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미 포스트 시즌 진출을 확정지은 SKT T1과 삼성 갤럭시가 맞붙는 24일 롤 마스터즈는 다소 긴장감이 덜 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두 팀 간의 스토리를 들여다 본다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순위 변동이 있었던 롤 마스터즈 순위표


◈ 삼성 오존과 SKT T1 K의 숙적 관계

삼성 오존의 전신인 MVP 오존은 롤챔스 스프링 2013 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왕좌에 올랐다. 든든한 '옴므' 윤성영과 심리전의 달인 '댄디' 최인규, 엄청난 캐리력의 '다데' 배어진, 그리고 최강 봇 듀오로 손꼽히던 '임프' 구승빈과 '마타' 조세형. 모든 선수들이 완벽한 경기력을 뽐냈다.

하지만 이들의 전성기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그 당시 혜성처럼 등장한 SKT T1 K에게 롤챔스 섬머 2013 준결승전에서 1:3 패배를 당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삼성 오존은 자신들이 건재함을 증명하며 롤챔스 윈터 2013 결승전에 올라갔다. 이들이 결승전에서 맞붙은 상대는 자신들의 이력에 큰 오점을 남겼던 SKT T1 K. 무조건 전 시즌의 복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들은 SKT T1 K의 벽을 넘지 못했다. 3:0 완패였다. 삼성 오존은 눈물을 삼키며 SKT T1 K가 다시 한 번 왕좌에 오르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 한 때 삼성 오존이 군림했던 자리에는, 그들의 '숙적' SKT T1 K가 앉아있었다.

▲ 1년도 채 지나기도 전에, 그들은 왕좌를 빼앗겼다.

그리고 찾아온 롤챔스 스프링 2014 8강 1경기에 수많은 팬들의 관심이 몰렸다. 이 경기에서 맞붙는 팀이 바로 삼성 오존과 SKT T1 K였기 때문이다. 양 팀은 치열한 접전을 펼쳤고, 최후의 승자는 삼성 오존이었다. 자신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린 숙적 SKT T1 K를 3:1로 제압하며 4강에 이름을 올렸다. 그들은 다시 한 번 왕좌에 올라서기 위해 모든 준비를 마쳤다.

▲ 최근 들어, 이들의 승리 포즈가 너무나도 익숙하다.


◈ '오존 대신 블루!' SKT T1 K, 삼성 블루와 1세트 맞대결

최근 삼성 블루의 기세가 놀랍다. 롤챔스 스프링 2014 16강에서 조 1위로 당당히 8강에 진출했다. 이들의 8강 상대는 부활을 꿈꾸던 CJ 프로스트였다. 만만치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고 모두가 예상했지만, 삼성 블루는 보란듯이 CJ 프로스트를 격파하며 롤챔스 첫 4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들은 이번 시즌을 통해 '비시즌 최강자'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시즌 최강자'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삼성 블루의 상승세는 '스피릿' 이다윤에 의해서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같이 초중반 정글러의 움직임이 중요시 되는 메타 속에서 이다윤의 날카로운 움직임은 팀에 엄청난 힘이 되어 주고 있다. 특히 롤챔스 8강에서 보여준 리 신 플레이는 명품이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그 동안 블루는 SKT T1 K만 만나면 힘을 못썼다. 상대 전적 2:7을 기록 중이다. 삼성 블루는 이번 경기를 통해 SKT T1 K 공포증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 삼성 블루의 'SKT T1 K 공포증'


이번 롤 마스터즈에서 이들과 맞붙는 팀은 SKT T1 K다. 과거 롤 역사상 최강팀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했던 그들은 최근 롤챔스 4강 진출 실패 이후, NLB에서 만난 상대적 약팀인 프라임 옵티머스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등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한 때 모든 라이너들이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던 SKT T1 K는, 최근 자신들이 상대를 초반부터 압도하지 못하면 허무하게 무너지는 장면을 보이며 팬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예전같지 않다고 해서 완벽하게 무너진 것은 절대 아니다. 롤챔스 16강 탈락 위기에 빠졌던 시기에도 롤 마스터즈에서는 전승을 이어가며 최강팀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비록 최근 롤 마스터즈에서 첫 패를 기록하긴 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기회를 노리고 있다. 오랜 기간 휴식을 갖고 돌아온 '푸만두' 이정현이 조금씩 경기력을 회복하고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SKT T1 K가 부활하기 위해서는 이정현이 제 기량을 회복해야 한다.

▲ '푸만두' 이정현의 부활은, 곧 SKT T1 K의 부활로 연결된다.

'SKT T1 K 공포증' 탈피? vs 숙적의 형제팀에게 '화풀이' 성공?

삼성 블루는 이번 경기에서 SKT T1 K를 잡아내며 초라한 상대 전적에서 벗어나고 싶을 것이다. SKT T1 K 역시 삼성 오존에 대한 분풀이를 하고 싶을 것이다. 과연 삼성 블루가 SKT T1 K 공포증에서 벗어날 지, 아니면 SKT T1 K가 삼성 블루를 제압하며 삼성 오존에 대한 화풀이에 성공할 지 팬들의 기대가 몰리고 있다.


◈ '이번엔 너냐?' 삼성 오존 vs '형제의 복수다!' SKT T1 S

삼성 오존의 최근 경기력은 어느 누가 평가해도 '최고'라고 평가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삼성 오존의 기세는 과거 MVP 오존 시절 왕좌에 올랐을 때만큼 무섭다. 일찌감치 조 1위로 8강 진출을 확정지은 삼성 오존은 8강에서 만난 '숙적' SKT T1 K를 3:1로 완파하며 4강에 여유롭게 이름을 올렸다. 특히 그들 특유의 탈수기 운영은 상대하는 팀으로 하여금 아무 것도 못하고 패배하게 만들기로 유명하다.

▲ 오존표 탈수기는 '여전히' 돌아가는 중이다!

모든 라이너가 1인분 이상을 해내고 있지만, 특히 요즘 돋보이는 선수는 '폰' 허원석이다. 삼성 블루에서 오존으로 둥지를 옮긴 이후, 물오른 경기력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고 있다. 8강에서 SKT T1 K를 상대로 보여줬던 야스오 플레이는 아직도 팬들의 기억에 깊이 박혀있다.


이에 반해 SKT T1 S는 아직까지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모든 선수들이 노력해야 하겠지만, 특히 'Easyhoon' 이지훈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과거 미드에서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던 이지훈이었지만, 최근 빠른 템포의 경기 운영 메타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비록 최근 경기에서 카서스를 선택하며 좋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주력 챔피언인 직스가 밴되거나 뺏기면 무력한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다.

▲ 만약 이 두 챔피언을 선택할 수 없다면 'Easyhoon' 이지훈은?

SKT T1 S의 가장 명확한 단점은 기복이 심하다는 것이다. 분명 경기가 자신들이 의도한대로 잘 풀리면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한 번 말리기 시작하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경기를 내주는 허무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SKT T1 S는 결코 약팀이 아니다. 하지만 강팀으로 손꼽히는 팀들은 절대 기복있는 경기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을 SKT T1 S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너도 꺾어주마!' 삼성 오존의 상승세는 이어질 것인가?

누구에게 물어봐도 두 팀 중 삼성 오존의 승리를 예상할 것이다. 그들은 최강이라 불리던 SKT T1 K를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여주며 롤챔스 4강에 당당히 입성했다. 삼성 오존은 이번 경기를 통해 SKT T1 S까지 잡아내며 'SKT T1 킬러'로써 자리매김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SKT T1 S는 그리 만만한 팀이 아니다. 기복을 없애고 자신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린다면 충분히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는 팀이다. 모두의 예상대로 흘러갈 것인지, 그 예상이 깨질 것인지 기대되는 경기다.


◈ 롤 마스터즈 순위표

1. SKT T1 - 5승 0패, 승점 9
2. 삼성 갤럭시 - 4승 0패, 승점 6
3. CJ 엔투스 - 3승 2패, 승점 1
4. 나진 e엠파이어 - 2승 3패, 승점 -1
5. KT 롤스터 - 1승 4패, 승점 -1
6. 진에어 그린윙스 - 1승 4패, 승점 -7
6. IM - 1승 4패, 승점 -7

일러스트 = 석준규 사진기자(lasso@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