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오리아나 평점 10인데 미드 좀"

한 게임에서 가장 활약한 플레이어를 알고 싶을 때 보통 KDA를 참고한다. KDA는 킬, 데스, 어시스트의 앞글자를 딴 단어로, 킬과 어시스트를 합한 숫자를 데스로 나눈 것이다. 즉, 한 번 죽을 동안 얼마만큼의 유효 득점을 냈는가를 표현한다. KDA가 3이라면 한 번 죽을 동안 3득점을 한 것이다.

KDA는 일반 유저들이 하는 게임에서도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 내가 얼마나 잘했는지를 알리고 싶을 때 보통 자신의 KDA를 알려주곤 한다. "내가 캐리했다. KDA 12였어"라고 하면, 그 게임 내용을 알지 못해도 대단한 활약을 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일부 전적 검색 사이트에선 KDA를 아예 평점으로 바꾼 곳도 있다. KDA가 곧 그 게임에서 얼마나 활약했는지 알려주는 숫자가 됐다.

한국 프로 리그인 롤챔스에서는 KDA로 상을 준다. 4강 이상 진출 한 선수 중 라인별로 KDA가 가장 높은 선수에게 200만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프로 리그에서도 KDA가 그 선수의 가치를 증명하는 숫자로 생각되고 있다. 진짜 KDA가 그 선수의 실력일까? 우리는 KDA가 진짜 의미가 있는 수치인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점대 KDA를 가진 선수보다 6점대 선수가 그 게임을 지배했을 확률이 더 높은 건 사실이다. 굉장히 높은 확률로 그렇다. 한 번 죽을 때 더 많은 득점을 했다는 거니까. 하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KDA는 '데스'가 가장 중요하다. 킬, 어시스트를 데스로 나누는 거라서, 데스 수치가 적으면 적을수록 높은 KDA를 기록할 수 있다. 3킬, 3어시스트를 기록했을 때 1데스라면 6이라는 좋은 KDA가 나오지만, 한 번 더 죽어 2데스가 됐을 땐 KDA는 3이 돼버린다. S급 활약이 단 한 번의 죽음으로 그저 그런 '평점'이 되는 것이다.

한 경기에서 꽤 많이 죽었어도 훌륭한 활약을 했을 수 있다는 걸 간과하고 있다. A라는 선수가 30킬을 하고 열 번 죽었다면 KDA는 3이다. B라는 선수는 2킬, 1어시스트를 기록했지만, 한 번밖에 죽지 않았다. B의 KDA도 3이다. 누가 더 그 경기에서 활약한 선수일까? KDA 수치가 같기 때문에 똑같은 활약을 했다고 생각해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 LoL 프로 게임에서 30킬이 나온 경기는 없다. 앞으로 30킬을 달성한 선수는 역대급 활약을 한 것임이 분명하다. (롤챔스에서 가장 많은 킬은 2012-2013 윈터 시즌 '프레이' 김종인의 18킬)

또, 다이브 갱킹을 마다치 않는 매우 공격적인 팀이면 데스 수가 많아서, 타워나 억제기를 빨리 미는 푸쉬 스타일을 선호할 경우는 킬과 어시스트 숫자가 적어서 KDA는 자연스레 낮다. 하지만 그런 팀이 못하는 팀이고, KDA가 높은 팀에게 무조건 지는 건 아니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강팀이 약팀을 압살할 때 승리 팀 선수들의 KDA는 대부분 높다. 마음만 먹는다면, 상을 위해 경기를 일부로 끝내지 않고 시간을 끌면서 KDA를 올릴 수도 있다. 그렇게 큰 상금이 아니기도 하고, 상대방을 깔보는 듯한 플레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하지 않는 것일 뿐이다.

어시스트와 킬을 동일 선상에 놓는 것도 애매하다. 킬이 어시스트보다 더 가치있는 득점이다. 1킬이 1어시스트만 발생시킨다면 동급의 득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1킬에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어시스트는 4나 된다. 게다가 킬을 하는 것보다 어시스트를 하는 게 난이도가 낮다. 제압할 챔피언을 건드리지 않아도 멀리서 어시스트를 획득할 수 있다. 이렇게 어시스트는 킬보다 가치가 떨어지는데 KDA에서는 동급의 수치가 된다. 30킬 1데스 0어시스트를 한 선수와 0킬 1데스 30어시스트를 한 선수가 동급이 되는 KDA의 함정이다.

데스가 '0'일 때도 KDA의 맹점이 보인다. 나누는 숫자인 데스가 0인 것이다. 0으로 어떤 수를 나눌 수가 없는데, KDA를 표현해야 하는 것이다. 전적 검색 사이트에서는 '완벽(Perfect)'같은 것으로 표현한다. 1킬, 0데스, 0어시스트를 해도 '완벽', 100킬, 0데스, 100어시스트를 해도 '완벽'이다.

롤챔스에서는 0데스일 때 킬과 어시스트를 합한 수치에 '1.2'라는 수치를 곱한다. 왜냐하면, 한 번 죽었을 때 나오는 값보다 더 높고 그럴듯하기 때문이다. 정말 1.2에 별다른 의미는 없다. 자세히 보면 이렇게 허술 KDA를 기준으로 그 시즌에서 가장 활약한 '베스트 5'를 뽑는 게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기준이 애매했지만 시상의 다각화란 점에서 좋았던 페어 플레이 상


그렇다면 어떤 선수에게 상을 주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 굳이 라인별로 한 선수만 뽑아야 한다면, 팬들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투표해서 뽑는 것이 가장 괜찮다고 생각한다. 물론, 팬들이 많은 게임단의 선수가 뽑힐 확률이 높긴 하지만, 전문가의 투표 반영 비율을 조금 더 높인다면 객관성과 팬심의 균형을 잡을 수 있다.

라인별로 한 명씩 뽑을 필요가 없다고 하면, 더 쉽다. 시즌 최고의 장면을 연출한 선수에게 '최고의 플레이 상', 분당 CS가 가장 높은 선수에게 주는 '파밍 왕 상', 트리플 킬-쿼드라 킬-펜타 킬의 횟수가 가장 많은 선수에게 '멀티 킬 상' 등 잠깐 생각해봐도 그럴듯한 상이 만들어진다.

KDA는 무시해도 되는 수치는 아니다. 낮은 것보다 높은 게 좋은 활약을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 맞다. 하지만 KDA를 맹목적인 '평점'으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그러므로 롤챔스에서 단순히 KDA만으로 상을 주지 말고 다양한 분야의 상이 만들어진다면, 관객들에게 더 다각적인 즐거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