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병의 날'과 연계한 쿠빈카 컵, 지속 가능한 대회로 만들고 싶다

9월 14일, 러시아 쿠빈카에서 열린 쿠빈카 컵에서 러시아의 UNITY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한국 대표로 출전한 ARETE는 3위로 쿠빈카 컵을 마쳤습니다. 육중한 전차들이 대거 전시되어 있는 전차 박물관에서 대회를 진행한다는 이색적인 발상은 러시아의 주요 기념일인 '전차병의 날'과 결합해 '쿠빈카 컵'이란 흥미로운 대회로 탄생시켰습니다.

이번 '쿠빈카 컵'을 주도적으로 기획한 워게이밍 알렉시 쿠넷조브(Alexey Kuznetsov)는 "이번 기회로 세계 월드 오브 탱크 선수들이 화합의 장이 되길 기대했다"라고 밝히면서 "쿠빈카 컵을 매년 지속 가능한 대회로 만들고 싶다"며 감회를 밝혔습니다. 다음은 알렉시 쿠넷조브와의 인터뷰 전문입니다.


▲ 워게이밍 CIS-러시아 지역 e스포츠 책임자 알렉시 쿠넷조브(Alexey Kuznetsov)


Q. 처음으로 마주하게 될 한국 지역 독자를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반갑다. 나는 워게이밍의 알렉시 쿠넷조브고 CIS-러시아 지역 e스포츠 부문 책임자다.


Q. 쿠빈카 컵은 어떻게 기획하게 된 것인가?

e스포츠 토너먼트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이를 크게 둘로 나눈다면 '토너먼트 리그'와 '쇼매치'로 볼 수 있다. 이번 쿠빈카 컵의 경우는 '쇼매치'의 형태로 쿠빈카 전차 박물관과 함께 진행, 전 세계 선수들을 박물관으로 초청해서 경기를 치르는 방식을 택했다. 다른 지역들의 선수들은 러시아의 작은 도시인 쿠빈카에 평생 오지 못할 수도 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특별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됐다.

오히려 대회 자체보다는 지역별로 우수한 팀들이 한 장소에 모여서 선수들끼리 얼굴도 익히고 친분도 쌓고, 게임에 대한 다양한 전략들을 논의하기 위한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 지금 현재로서는 각 지역 대표 선수들끼리 만날 기회가 온라인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서 만남의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Q. 이번 쿠빈카 컵의 장소로 박물관이 낙점된 이유는 무엇인가?

쿠빈카가 전차 박물관 중 가장 큰 곳이고, 워게이밍과 쿠빈카 박물관과는 2011년 우랄 스틸컵 이후로 계속 관계를 유지해 왔다. 또 워게이밍은 또 쿠빈카와 함께 '전차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고, 이 외에도 다양한 협력 사업을 진행한다. 러시아 선수들은 이미 쿠빈카 박물관을 세 번 방문했었다. 이번 기회에 다른 지역의 선수들도 전차 구경도 하고 경기도 치를 수 있도록 배려했다.


Q. 현장에 상당히 많은 관객이 와 있었다. 쿠빈카 컵을 다른 행사와 연계해서 진행한 것인가?

경기를 치르는 장소는 선수들과 미디어에게만 제공되고 있고, 오늘(9월 14일)이 '전차병의 날'이라서 이를 기념하기 위해 방문한 가족 방문객이 많았다. 경기장 밖에서는 대회 외에도 월드 오브 탱크 커뮤니티 모임도 있다.

한국 팬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말하자면 '전차병의 날'(Tankman`s Day)은 매년 9월 둘째 주 일요일에 돌아오고, 전차병들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구 소련시절 제정되었다. 현재는 국경일은 아니지만 구 소련 시절에는 국경일이었다. 이번 행사를 월드 오브 탱크와 같이 하면서 '전차병의 날'에는 쿠빈카 박물관을 방문하는 행사로 발전시키고 싶었다.


Q. 쿠빈카 박물관이 모스크바 도심으로부터 65km정도 떨어진 외곽에 위치해 있다. 교통문제에 대한 고려가 있었는지?

이 부분은 한국이랑 문화적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우리는 선수와 미디어를 위한 차량 제공을 했고, 일반 관객들이 박물관에 올 수 있는 방법은 자가 차량 및 버스를 이용하거나 기차역이 인근에 있다. 러시아에서는 이동시간 1시간 반 정도의 거리는 먼 곳이 아니다. 출근 시간도 2시간 정도는 '평균'이다.


Q. 쿠빈카 컵에 출전하는 팀의 개수를 다섯 개로 선정한 이유는?

이번 쿠빈카 컵은 '토너먼트' 보다는 '축제'로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다. 선수들이 온 김에 토너먼트도 하고 전차 박물관도 같이 구경하는 것을 원해서 그렇게 진행했다. 원래 계획은 8개 팀을 섭외하려고도 했었지만, 보다 밀도 높은 경기를 위해 월드 오브 탱크가 운영 중인 5곳의 서버에서 한 팀씩 선정해 하루 만에 끝내자라고 방침을 정했다.

그래서 원칙대로라면 다섯 개 지역별 팀이 왔어야 했지만, 미국과 유럽은 WGL 시즌 파이널이 얼마 전에 끝나서 선수가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러시아 팀이 둘이 되어 사전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방식이 확정됐다.



Q. ARETE를 비롯한 비러시아권 국가들은 시차적응 및 휴식에 시간이 필요하다. 입국 다음 날 경기는 너무 가혹하지 않나?

나도 외국 선수들에게는 시차적응을 위해 2~3일이 더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가끔씩 현장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쿠빈카 컵의 경우에는 여러가지 사정 때문에 경기를 바로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선수들의 이해를 바란다.


Q. '쇼매치'의 형태 중 하나로 이벤트전이 있다. 특별한 경기를 위해서라면 월탱의 특수모드 등을 활용하거나 드림팀 매치도 가능했을텐데?

이벤트전도 좋긴 하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무리 '축제'라고 해도 선수들의 경기력이나 시청하는 사람들 모두를 위해서라도 우리가 진행하던 리그 룰 하나로 통합해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만약 이벤트 매치를 진행한다면 메인 매치가 끝나고 쉬는 시간에 5분~10분 정도로 짧게는 할 수 있겠지만, 이벤트전 만을 위한 행사를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경기를 관전하는 팬들에게도 혼선을 야기할 것으로 생각한다.


Q. 쿠빈카 컵을 지속 가능한 대회로 만들어 갈 생각이 있나?

우선은 지금 이번 대회가 처음이라서 모든 행사가 끝난 후에 선수들, 각 지사들을 대상으로 여론을 수합하고 관객과 시청자들에게도 의견을 받아보고 난 뒤 향후 지속적인 대회를 할 것인지 결정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에는 정말 좋은 박물관이 많은데 박물관 홍보는 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 어렵고, 따로 비용을 써서 진행하기도 쉽지 않다. 이번 대회의 취지 중 하나가 워게이밍이 발벗고 나서서 전차 박물관의 홍보를 돕기 위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나중에는 러시아 전역의 전차 박물관이 서로 돌아가면서 진행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전차병의 날에는 워게이밍의 대회가 있다는 점을 시민들에게 각인시키게 하고 싶다. 하지만 아직은 나의 바람일 뿐,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


Q. 한국 지역의 팬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린다.

나는 한국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세 번정도 방문했었고, 어린 시절부터 e스포츠의 종주국으로 한국을 많이 좋아하고 있다. 게임에 대해서는 한국 팀들이 더욱 실력향상이 되어서 한국만의 스타일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이번에 ARETE와 UNITY의 경기에서 UNITY는 러시아에서 NA`VI와 1,2위를 견주는 팀인데도 불구하고 ARETE가 상대팀의 전략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한국 팀만의 스타일이 더욱 잘 드러날 것이다. ARETE를 비롯한 다른 한국 팀들의 행운을 빈다!




취재=러시아 쿠빈카, 김지영 기자(Levo@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