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24일) 진행된 '제2회 대한민국 게임포럼'의 두 번째 세션의 주제는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규제 완화'였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발제자로 게임개발자연대의 김종득 대표가 단상에 올랐다.

그는 "게임 산업이 위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그게 정부 규제 때문만은 아닙니다."며, "왜 게임산업이 위기에 봉착했는지 알아보고, 얼마나 위기인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몇 가지 제안을 해보려고 합니다."고 전하며 '게임 산업 규제 상황과 업계의 대응 방향에 대한 제언'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시작했다.

▲ 게임개발자연대 김종득 대표


■ 게임 산업의 위기, '규제' 때문만은 아니다.
먼저 그가 짚은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위기는 단순한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첫 번째는 온라인 게임 시장의 침체화. 온라인 게임이 성공을 거두며 유저들이 늘어나고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높아졌다. 그래서 개발 코스트가 증가하고 게임을 더 잘 만들어야 하는데, 많은 개발사들이 이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다.

거기에 스마트폰이 활성화되며 유저들이 모바일로 굉장히 많이 이동했다. 이와 더불어 개발자들도 모바일 게임을 쉽게 만들고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이른바 '저비용, 고수익'의 시장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소규모, 대형 개발사 가릴 것 없이 모바일로 뛰어들었고, 수익구조도 굉장히 복잡해 막상 알고 보니 '대박'이 아니었다.



여기서 악순환은 시작된다. 개발사들은 증가했지만 벌어들이는 수익은 적다. 그리고 스스로를 유지할 수 없으니 투자가 필요하게 된다. 하지만 벤처 캐피탈이라고 별 수 있나. 변화무쌍한 모바일 시장을 예측하기는 그 누구도 쉽지 않다. 그래서 기존에 성공한 모델과 비슷한 게임들에게 투자를 진행하게 된다.

창의적인 게임은 투자를 받기 어려워지고, 많은 개발사들이 성공사례가 있는 보수적인 게임을 개발한다. 누구나 다 보수적인 게임을 개발하면 투자가 더욱 어려워진다. 이 난관을 벗어나고자 찾은 해답은 해외진출. 하지만 많은 개발사들이 해외 진출을 두려워한다. 복잡하니까, 어려우니까.

그는 미국처럼 선순환 구조가 이뤄진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게임을 개발해 성공한 사람이 다시 개발사에 투자하고, 또 그 개발사가 성공하면서 자연스러운 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케이스가 드물다. 거기에 얕봤던 중국이나 동남아, 동유럽 등지에서 게임이 등장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한다.


김종득 대표는 온라인 게임의 침체가 시작된 2012년부터 대형 개발사들도 인력을 감축해왔다는 통계자료를 제시하며 '산업뿐 아니라 종사자들도 위기'라고 전했다. 2013년, 2014년 동안 약 20여 개의 회사가 2천 명 이상의 인력을 감축했다. 그 인원들은? 결국 '모바일'로 이동하게 되고, 안그래도 포화 상태였던 소형 개발사들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결국 모바일 게임 시장은 먹고 살만한 줄 알고 뛰어들었다가 시장이 포화되고, 투자가 위축되고. 시장의 파편화가 이뤄지며 복잡한 수익구조로 인해 남는 수익이 적은 모바일 시장이 형성된다. 설상가상으로 이제는 일본과 미국, 중국은 각자의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한 곳에서 경쟁하고 있다. 그는 현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작은 개발사, 큰 개발사 모두가 암울한 상황"



■ 침체에 빠진 시장을 더욱 악화시키는 "게임 인식"
그가 두 번째로 짚은 문제점은 바로 '게임 인식'에 대한 문제다. 한국에서의 사회적으로 게임의 인식이 대단히 나쁘다는 점은 업계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사실.

청소년 수면권 보호를 위한 셧다운제나, "중독적이므로 규제"한다는 주장 등등. 여성부와 미래부도 게임 규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문화부는 '규제를 한다면 자율규제'라는 주장을 하는 상황. 그는 나지막하게 한마디를 이었다. "지금 규제를 생각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정말로 게임 업계는 심각한 침체기, 아니 위기다. 심지어 PC방 전원을 내리는 전설적인 실험을 감행하면서 소위 '게임 까기'의 노선을 타던 모 방송국에서도 '게임업계가 위기'라는 주제로 뉴스를 보도할 정도다.



김종득 대표는 "게임 산업이 무너지고 있다는 구체적인 통계가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곧 통계가 나올 것 같아요. 아마 2013, 2014년 통계가 집계되면 확신할 수 있겠죠. 그런데 저는 그 통계가 나오면 늦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고 게임 산업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이어서 그는 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각종 규제에 대해서 설명했다. 처음으로 짚은 문제는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하기 위한 셧다운제를 비롯해 인터넷 산업 전체를 지배하는 본인 인증제도.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법적으로 금지된 현재, 아이핀이나 모바일 인증을 통해 본인 인증을 하는데, 이 비용을 모두 개발사가 고스란히 부담하게 된다.

그는 간혹 게임을 하면 볼 수 있는 '이용 시간 고지' 제도에 대해서도 "어떤 효과가 있고 목적이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평했고, 현재 고포류에 적용되고 있는 '일일 이용시간 제한' 제도도 온라인 게임으로 확대하자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바다이야기' 사건 이후로 확대된 '사행성'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차라리 '사행성'을 따로 떼어서 게임과 한 프레임에 두지 않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합니다. '사행물'처럼 게임과 굳이 묶지 않는 걸 고려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고 견해를 내비쳤고, 이어서 등급분류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

"등급분류에 대해서는 굉장히 민감한 편입니다. 한국에서 게임을 유통하려면 무조건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합니다. 플래시 게임, 인디게임이면 안 받는다? 그런 거 없어요. 나 혼자 즐기려면 심의를 안 받아도 되는데, 누군가에게 플레이해보게 하려면 무조건 받아야 해요.

이 등급 분류를 받으려면 행정적으로 제한이 너무 많아요. 사업자등록증과 게임제작업 혹은 게임유통업 등록증이 필요합니다. 거기에 사업장과 다양한 행정적인 조건들이 얽혀있어서 사실상 인디게임 개발자들은 등급 분류를 받는 게 어렵습니다. 그리고 개인이 등급분류를 받기에는 굉장히 비싸요. 최근에는 좀 바뀐다고 이야기를 들어서 그래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셧다운제 대상 연령 및 시간 확대', '결제방법의 제한', '중독위험 고지', '이용 정보 고지' 등등 앞으로 게임에 대해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이야기했다. 또, 현재 규제가 이뤄지고 있는 방향에 대해 2010년에 제시된 규제안을 들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게임의 폭력성 논란은 있으나 규제는 없고, 일본은 규제가 없습니다. 중국과 태국은 셧다운제를 시행했다가 폐지했고요.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사례로 보이는 건 베트남입니다. 밤 10시부터 8시까지가 PC방 영업을 금지했죠. 지금 한국에서의 게임인식은 중국, 베트남, 태국과 비슷할 정도의 사회 인식입니다."


▲ 게임 규제 뒤에는 '과거의 영등위'가 있다. 무섭다.

■ "게임 규제 논리? 이제는 좀 반격을 해보자."
그는 '게임 규제 논리'에 대응하는 논리를 잘 개발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업계가 주장하거나 공격받고 있는 부분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말했다.

"게임 산업이 돈을 잘 번다고 하는 논리는 좀 내세우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그거 다 애들 중독시켜서 번 돈 아냐?'고 하는 발언까지 들었습니다. 사실 지금 업계에 돈을 잘 벌고 있는 회사도 얼마 안 남았고요, '청소년을 보호하자는데 왜 돈이 문제냐?'고 이야기하면 할 말이 없어요. 이 주장을 해봐야 본전도 못 건지는데 왜 자꾸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는 '수면권 보장'에 대한 공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애초에 '수면권 보장'이라는 사실 자체가 거짓이라는 것이다. 그가 지적한 점은 '게임하느라 늦게 자는 건 안되고, 공부하느라 늦게 자는 건 된다'는 의식과 '9시 등교제 반대'. 또한 최초로 수면권을 주장하고 나왔을 때의 통계도 1위가 학업인 만큼, 게임을 지적하는 것은 문제이기에 충분히 반론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이제는 반격을 좀 해보자.

다음은 '게임 중독'이 'DSM5'(중독물에 관한 연구)에 정식으로 '중독물'로 등재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이는 아직도 충분히 효과를 보고 있는 반론 중 하나이며, 과학적 근거에 대해 하도 이야기를 하다 보니 게임 중독을 검증하자는 연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게, 5년 동안 430억을 들여서 하는 연구고, 2015년쯤에 연구 결과가 나올 거랍니다. 연구에는 연구로 맞받아쳐야 되는데, 업계에 이제 연간 10억을 낼 돈도 없어서 걱정입니다."

'청소년 보호'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이 이야기는 누가 이야기해도 먹히는 좋은 소재입니다."라며,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건 아무도 거부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업계도 이 부분을 활용해야 한다고 봅니다."고 청소년 보호 논리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드러냈다. 청소년 보호 주장에 적극적으로 동의하고 나서자는 것이다.

그는 게임업계도 청소년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논리는 지금 학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게임에 대한 막연한 공포, 게임 중독을 그대로 인정하자는 게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앞으로 게임 건전 이용 교육이나 게임 관련 직종 체험 프로그램들 학부모와 청소년들이 함께하는 게임 교육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게임 산업은 언제까지나 청년 사업이 아니라는 것도 강조했다. 현재 게임 업계는 3~40대의 종사자들이 주를 이루지만, 지금 학부모들 사이에는 게임을 잘 아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게임을 잘 아는 부모들의 경우 자녀들의 게임 시간을 철저히 관리하고 학업에 대한 보상 체계로 어떻게 게임을 이용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게임을 잘 모르는 부모의 경우 게임을 '공포'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약 10년이 지나면 게임을 잘 아는 사람들이 부모의 길을 걷게 되고, 현재 게임을 많이 즐기는 10대~20대 중후반의 사람들이 부모가 되면 전반적인 사회의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리고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게임을 할 거니까요."

강연의 끝에서 그는 앞으로 '게임업계의 의견'을 정확히 전달할 업계 출신의 국회의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도 내비쳤다. 또, 진흥책에 대한 내용은 별로 없고 규제만 잔뜩 있는 게임 진흥법이나 유통산업, 등급분류의 문제와 셧다운제에 대한 개정을 다시 한 번 짚으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