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곳. 참 할 말이 많은 챔피언입니다. 사실, 팬들이 생각하는 우르곳은 게임 내적인 것 보다는 외적인 것에 집중되어있습니다. 최저 승률을 대표하는 상향이 필요한 챔피언이라던가, '전국 우르곳 협회(이하 전우협)'와 같은 이야기들로 말이죠.

동정 어린 시선을 받으며, 누구보다도 따뜻한 손길이 절실한 챔피언인 우르곳. 하지만 지금, 우르곳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우르곳의 활약을 두고, 일부 팬들은 '전우협의 방어막에 구멍이 뚫렸다'라고까지 표현하고 있습니다. 과연 우르곳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우르곳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 우르곳은 좋은 챔피언이었습니다.

사실, 우르곳은 좋은 챔피언이'었'습니다. 솔로 랭크뿐만 아니라, 롤챔스를 비롯한 프로리그에서도 대활약하던 챔피언이었죠. 상극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역할군인 AD 캐리와 탱커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이니시에이팅 능력까지 갖춘 만능 챔피언인 우르곳. 안 쓰는 게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각 팀의 AD 캐리들은, 우르곳을 다루는 것을 거의 필수 교양쯤으로 생각했습니다 지금으로 따지면 코르키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죠.

특히, CJ 프로스트의 '딜탱 AD 캐리' '웅' 장건웅은 우르곳의 화신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는 IEM에서 우르곳으로 펜타킬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웅은 우르곳으로 팀 최전방에서 이니시에이팅을하고, 적의 대미지를 탱킹하며, 상대를 모조리 쓰러트렸습니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추임새까지 다 넣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이니시에이팅, 탱킹, 딜링 다 내가 혼자 한다! (영상 출처 : Youtube: 'EpicPcGamesVideos')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과거의 일. 라이엇 게임즈가 우르곳을 손보기 시작합니다. 너프는 넓은 범위에서 다양하고, 강력하게 이뤄졌습니다. 특히, 자동 조준 미사일과 궁극기의 사거리 감소, 그리고 녹서스 부식성 수류탄의 쿨타임이 늘어난 v1.0.0.143 패치는, 우르곳을 무덤으로 돌려보냅니다.

그렇게 우르곳의 암흑기는 시작되었고, 최근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 우르곳을 무덤으로 돌려보낸 패치



■ 우르곳은 부활의 조짐을 보였습니다.

우르곳은 좋은 챔피언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고, 승률 최하위 챔피언을 상징하는 인생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런 우르곳이 부활의 조짐을 보입니다. 부활의 조짐이 보인 것은, 얼마 전 있었던 프로게이머들의 1대 1 최강자를 가리는 '솔로킹 토너먼트' 경기. 솔로킹 토너먼트에 출전한 나진 e엠파이어의 AD 캐리, '오뀨' 오규민은 환상적인 우르곳 플레이를 보여주며 강력한 우승 후보인 '앰비션' 강찬용을 꺾고 결승에 오릅니다. 앰비션과의 대결에서, 오뀨는 우르곳을 2차례 사용하며 우르곳의 강함을 증명했습니다.

심지어 오뀨의 우르곳은 준비된 카드도 아니었습니다. 오뀨는 인터뷰를 통해 "우르곳은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초상화를 보니 강해보여서 충동적으로 선택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갱킹이 배제된 1:1 승부에서, 우르곳은 얼마든지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 오뀨는 우르곳을 활용하여 앰비션이라는 대어를 낚는다! (영상 캡쳐: Azubu TV)


오뀨가 우르곳의 강함을 증명했지만, 그래도 우르곳은 솔로 랭크 게임 및 롤챔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챔피언은 아니었습니다. 1:1 승부에 강하다고 한들, 실제 게임은 1:1 승부만 펼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눈물의 세월을 계속해서 보내고 있는 우르곳 앞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내려옵니다. 바로 3월 17일, 한국 서버에 적용된 5.5 패치노트의 버프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입니다. 우르곳은 5.5 패치로 W스킬의 보호막량이 늘어나고, 궁극기의 쿨타임이 감소됩니다. 특히 W스킬의 보호막량 증가는 꽤 큰 버프였습니다.

그리고 이 버프는, 우르곳 부활의 신호탄이 됩니다.


▲ 패치의 핵심은 실드량 증가. 이 버프는 컸다.



■ 우르곳은 좋은 챔피언입니다.

솔로킹 토너먼트에서 포텐셜을 증명했고, 상향까지 받은 우르곳. 그 결과는 바로 나옵니다. 자리를 옮긴 채로 말이죠. 우르곳은 미드 라인에서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SKT T1의 미드라이너, '페이커' 이상혁은 솔로 랭크 게임에서 우르곳으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페이커는 우르곳을 활용하여, 현재 롤챔스 1티어 미드라이너라고 할 수 있는 제라스를 압도하고 게임을 캐리합니다. 적재적소에 예리하게 꽂히는 궁극기는, '어째서 우르곳을 지금까지 안썼지?' 라는 말이 나올정도였습니다. 이 승리는 여러가지 입장에서 '의미있는' 승리였기에, 더 각별했습니다.


▲ 우르곳으로 승리한 페이커 (영상 출처: 동영상 게이트 '페이쿽'님)


우르곳의 활약은 솔로 랭크에 그치지 않습니다. 프로 경기에서도 우르곳은 대활약 중입니다. LCS NA, TSM과 GRAVITY(GV)간의 맞대결에서, GV의 미드라이너 'keane'은 우르곳을 활용하여 게임을 캐리합니다. 그것도 북미 지역 최강의 미드라이너 '비역슨'을 상대로 말이죠.

GV의 우르곳은 준비된 선택이었습니다. GV는 TSM의 제드 선택을 확인한 후, 우르곳을 선택합니다. TSM의 미드라이너 '비역슨'은 최고의 미드라이너입니다. 특히, 그가 플레이하는 제드는 알고도 못 막는다는 느낌마저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우르곳은 비역슨의 제드를 철저히 봉쇄합니다.

비록, 게임 초반부에는 어느정도의 실수가 있었지만, 우르곳은 라인전부터 한타까지 제드를 완벽하게 마크합니다. 특히, 제드가 궁극기를 사용하는 타이밍에 초동역학위치전환기를 사용하여 제드를 무력화시키는 플레이는, 우르곳이 들어오는 암살자 챔피언들을 상대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줬습니다.


▲ 최고의 미드라이너, 비역슨을 꺾은 히든카드는 우르곳이었다 (영상 출처: LCS Highlights)



■ 우르곳의 두 번째 전성기는 지금부터 입니다?

버프 이후 솔로 랭크와 프로 무대에서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우르곳. 꽤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여전히 '우르곳이 좋은 챔피언인가?'라는 물음에 확실히 답할 수 없는 상황이긴 합니다. 우르곳은 버프 이후에도 픽률과 승률 모두 하위권에 쳐져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 자체가, 분명 암울했던 예전엔 없었던 일인 것도 사실. 우르곳은 다시 한 번 주류 챔피언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두려우면서도 기대되는 일입니다.


▲ 우르곳의 두 번째 전성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