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다양한 챔피언이 등장하는 변화의 바람은, 서포터 챔피언 풀까지 이어집니다. IM의 서포터, '투신' 박종익은 이렐리아를 서포터로 기용했습니다. 비록 경기에선 패했지만, 서포터로 나선 이렐리아의 활약은 대단했습니다. 이 경기에서만큼은 승리한 쪽보다 패배한 쪽, 즉 투신의 이렐리아 서포터가 더 인상적이었다고 평하는 팬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렐리아를 전문 서포터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정한 상황에서는 분명 좋은 서포터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무력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 소개해 드릴 챔피언은 조금 다릅니다. 그는 확실히 1티어 서포터의 자질을 갖추었습니다. 게다가 프로 무대에서의 검증도 끝난 상태죠.
그 주인공은 바로 노틸러스입니다.
■ 정글러로 한계를 보인 노틸러스
노틸러스는 대표적인 초식형 정글러입니다. 실제, 초식 정글러가 자주 기용되었던 과거 시즌에서는 제법 선택되었던 챔피언이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단단한 챔피언이라 탱커 역할을 수행하기 적합했고, 많은 군중제어기를 갖추고 있어 갱킹 및 팀 파이트 단계에서 대단히 큰 존재감을 보여주었습니다.
롤챔스를 비롯한 국내 무대에서도 '클라우드템플러' 이현우나, '와치' 조재걸같은 선수들도 노틸러스를 정글러로 기용하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노틸러스는 롱런하지 못합니다. 노틸러스는 분명 매력적인 챔피언이었지만, 메타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육식 정글러들의 득세로 상황이 변하게 되죠.
잘 성장한 노틸러스가 보여주는 존재감은 굉장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성장하기까지가 너무나 험난하다는 것입니다. 챔피언 자체의 정글링 속도가 빠른 편이 아니고, 육식 정글러들의 카운터 정글링을 잘 버텨내지도 못합니다. 게다가 초반부터 육식 정글러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 교전이 자주 일어나자, 노틸러스는 힘이 빠지게 됩니다. 강력한 CC기로 무장했지만, 사실 딜링 능력은 뛰어나지 못했으니까요. 얼마나 딜이 안나오는지, '노딜러스'라는 별명까지 붙을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정글 지역에 설 자리가 없게 된 정글러 노틸러스는, 그렇게 프로 무대에서 모습을 감춥니다.
■ 새로운 적성 발견? 노틸러스, 서포터로 전직 성공!
그렇게 프로 무대에서 쫓겨난 노틸러스. 하지만 최근 노틸러스가 다시 프로 무대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포지션은 생소합니다. 노틸러스는 자신의 주 포지션인 정글러가 아닌, 서포터로 자주 기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에 팬들은 고갤 갸우뚱할 수밖에 없습니다. '초식 정글러의 상징'으로까지 불렸던 노틸러스가 주 포지션을 버렸다는 것은 충격 그 자체였죠.
하지만 노틸러스의 서포터 전직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노틸러스는 LoL 프로 리그 3월 4주차에 등장한 서포터 중,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습니다. 많은 게임에 등장하진 않았지만, 75%라는 높은 승률을 기록하며 최고의 서포터라 불리는 쓰레쉬의 승률을 넘어섭니다.
노틸러스가 서포터로 전직하여 성공적인 복귀를 할 수 있었던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노틸러스가 가진 수많은 군중제어기는 서포터의 역할을 수행하기 적합하다는 것입니다. 노틸러스가 가진 CC기는 총 네 개입니다. W스킬을 제외하면, 패시브 스킬을 포함한 모든 스킬에 CC기가 붙어있습니다. 평타를 통해 지속적인 속박을 넣을 수 있고, Q스킬은 쓰레쉬의 '사형선고'의 마이너 버전이라 불릴만 합니다. E스킬엔 광역 슬로우 효과가 있으며, 궁극기는 타겟팅 확정 에어본으로 최고의 이니시에이팅 능력을 자랑합니다.
서포터는 스킬 자체의 대미지보다는, 스킬이 가진 유틸성이 더 중요합니다. 노틸러스의 풍부한 CC기는 라인전을 유리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게 합니다. 게다가 원래 정글러 출신이니 갱킹 호응이 좋은 것은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마찬가지 의미로 로밍도 강력하기에, 제 2의 정글러 역할도 충분히 수행해낼 수 있습니다.
노틸러스의 서포터 데뷔 성공의 두번째 이유. 바로 서포터 포지션이 노틸러스의 약점을 보완해주기 때문입니다.
노틸러스는 기본적으로 성장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챔피언입니다. 게다가 말씀드렸다시피 정글링 속도도 빠르지 않고, 육식 정글러들의 위협에 노출되기 쉽기에 경쟁력이 떨어졌습니다. 게다가 기동력도 뛰어난 편이 아니라, 여러모로 대세 정글러가 되기엔 무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글러가 아닌 서포터 라인에선 노틸러스의 이러한 단점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정글링 속도가 빠르지 않은 노틸러스. 서포터로 전향하면 이 문제는 해결됩니다. 게다가 W와 E스킬은 광역 대미지를 입히는 스킬이기에, 극초반 단계의 미니언 정리에도 어느 정도 도움을 줍니다. 기동성이 뛰어나지 않은 것 역시 서포터에게 큰 문제는 아닙니다. 게다가 궁극기를 습득하기 전 취약 시기도, 서포터 포지션에서는 부드럽게 넘길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정글러의 단점을 서포터로 변신함으로써 모조리 극복한 노틸러스는, LCS를 중심으로 멋진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LCS NA Winterfox와 Team Liquid간의 경기에서도, Winterfox의 서포터 'Gleeb'은 노틸러스를 서포터로 활용, 게임을 지배합니다. 이니시에이팅, 탱킹 등 모든 면에서 서포터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1티어 서포터로 불리기 충분한 활약을 말이죠.
■ 노틸러스, 과연 롤챔스에서도 등장할까?
사실 해외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서, 한국 무대인 롤챔스에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꽤 예전부터 해외 리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헤카림은, 롤챔스만큼은 승률 28.6%를 기록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린' 장경환이 승리하기 전까지, 헤카림은 롤챔스에서 9연패를 기록할 정도로 좋지 않았습니다. 해외의 대세 챔피언들이 롤챔스에서는 힘을 못 쓸 수도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경우라고 할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롤챔스에서도 노틸러스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우선 서포터 노틸러스의 전술적 가치가 무시 못할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강력한 CC기로 팀 파이트에 크게 기여하고 게임 초반엔 제2의 정글러로까지 활약할 수 있는 노틸러스는 분명 매력적인 서포터입니다. 실제, '빠른별' 정민성 역시 '노틸러스는 CC기가 정말 많고, 확정 이니시에이팅도 가능하기에, 앞으로도 서포터로 많이 보일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노틸러스는 밴픽 단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합니다. 서포터외에도 노틸러스를 본연의 포지션인 정글러로 기용하면서 말이죠. 최근, 롤챔스는 세주아니로 대표되는 초식 정글러가 크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초식 정글러의 대명사격인 노틸러스가 빠지면 섭섭하겠죠. 거기에 5.5패치엔 노틸러스의 정글링 속도를 향상하는 버프까지 포함되어, 노틸러스의 약점 중 하나인 '느린 정글링 속도'를 어느정도 보완하는 것에도 성공했습니다. 정글러로도 사용 가능하기에, 상대 입장에선 골치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1티어 서포터로 급부상하고, 정글러로도 사용 가능한 다재다능한 챔피언인 노틸러스. 노틸러스가 현재 보여주고 있는 행보는 그가 가장 잘나갔던 시기보다 더욱 뜨겁습니다.
과연 노틸러스는 해외 리그에서 보여준 좋은 모습을 롤챔스에서도 보여줄 수 있을까요? 깊은 심해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던 그가, 부상을 준비하며 그 육중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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