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시즌5는 메타의 홍수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롤드컵을 앞두고 많은 챔피언이 리메이크 되거나, 상향된 점도 크게 작용했겠지만, 팀별로 무난한 대세 챔피언이 아닌 자신들의 운영에 맞는 챔피언과 새로운 챔피언을 발굴한 점이 '꿀잼' 메타를 만드는 데 크게 작용했다.

1주 차가 지나고, 롤드컵 메타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 빠르게 적응하는 팀들도 있었지만, 받아들이지 않고 도태되는 팀들도 있었다. 8강 진출이 달린 2주 차였기에 각 팀이 자신의 필살기를 꺼내 들것 같았지만, 기존의 조합과 비슷했다. 이제 롤드컵도 고정된 메타로 돌아가는 것 같았는데, 프나틱이 새로운 챔피언을 꺼내 들었다.

원거리 딜러 케넨을 말이다. 처음에는 단지 밴픽에서 이점을 가져가려고 뽑은 것 같았다. 그도 아니면 8강에서 케넨을 통해 밴픽 심리전에서 이득을 가져가려나 생각했지만, 이내 그 생각을 지웠다. 아직 8강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1주 차 부진했던 프나틱이 도박을 걸 리가 없었다. 경기 내에서는 다른 프나틱은 과연 원거리 딜러 케넨의 어떤 장점을 보고 필살기로 준비했는지 한 번 알아보자.


■ 픽에서 케넨이 가지는 장점

프로들 간의 경기에서는 밴 전략만큼이나 픽 전략도 중요하다. 상대가 가위를 냈을 때 내가 주먹을 낸다면, 시작하기도 전에 '상성'에서 이득을 취하고 들어갈 수 있다. 이를 잘 보여준 경기가 CLG와 쿠 타이거즈의 롤드컵 A조 조별 예선 5경기다. 케넨을 뽑은 다음 상대의 블리츠크랭크 픽을 보고 탑으로 돌린 이후, 모르가나 서포터로 카운터를 쳤다.

▲ OGN 방송 화면 캡처

프나틱의 케넨 픽도 이런 점을 내포하고는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IG와의 두 번째 경기를 보니 아예 밴픽에서 이득을 보고 가는 것이 없었다. 부가적인 이점을 배제하고도 프나틱은 케넨 자체가 가지는 장점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프나틱에게 케넨이 상대에게 혼란을 주는 선택지는 '충분조건'에 불과했다. 아지르 밴만이 '필요조건'이었을뿐이다.


■ 원거리 딜러 케넨의 장점 - 라인전

프나틱은 뚜벅이 챔피언 카운터 효과만을 노리고 뽑은 것이 아니다. 케넨 자체의 강점도 다른 원거리 딜러와 비교하면 충분히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했다. 케넨이 라인전이 강한 편에 속하지는 못한다. 상대를 타워 안에 몰아넣은 상황에서는 강력하지만, 좀처럼 라인을 밀 수가 없다.

하지만 서포터와의 연계에서 저레벨부터 스턴을 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에게 항상 위협을 준다. 프나틱은 쉔과 브라움을 선택했지만, 모르가나와도 뛰어난 시너지를 낸다. 이 때문에 상대는 케넨을 상대로 일정 거리 이상을 유지해야 해 강한 압박을 넣을 수 없다.

6레벨부터는 이기적인 딜교환을 시작한다. 궁극기로 진입해 프로 레벨에서는 최소 2번에서 최대 3번까지 스턴을 넣는다. 서포터와 연계할 때 아무것도 못하고 전사할 수 있다는 부담감에 상대 원거리 딜러는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케넨이 갑자기 '번개 질주'를 쓴다면 상대 원거리 딜러는 당연히 후퇴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원거리 딜러 케넨은 무난한 성장을 할 수 있다.

▲ 케넨의 라인전, 소규모 교전 활약



■ 프나틱 조합의 '화룡점정'이 된 케넨

사실 케넨 픽의 핵심은 라인전 능력보다는 조합의 안정성을 더하기 위해서였다. 케넨은 효율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는 챔피언이다. 광역 스턴 궁극기를 가진 대신, 사거리가 짧기에 적진으로 뛰어 들어야 한다. 진입 시 CC기를 하나라도 잘 못 맞으면 허무하게 전사한다. 그 단점을 상쇄하기 위해서 케넨은 보통 '존야의 모래시계'를 갖춘다. 하지만 원거리 딜러 케넨이 AP 아이템을 갈 수 없는 법.

프나틱은 밴픽을 통해 케넨의 단점을 없애고 장점만 살렸다. 더불어 조합의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케넨이 나온 두 판 모두 아지르를 밴 하거나, 밴 당한 상황이었다. 이후 프나틱은 미드 라이너로 빅토르를 선택했다. 그 순간부터 상대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긴 사거리를 가진 빅토르가 대치 상황에서 포킹을 시작한다. 돌진하지 않는다면 일방적으로 얻어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 빅토르를 잡으러 가자니 케넨이 가장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는 판으로 자진해서 들어가는 것이다. 안 들어가자니 타워와 챔피언의 체력이 점점 줄어들었다.

'레클레스'가 선택한 '몰락한 왕의 검'과 '루난의 허리케인'은 저지력을 배가시켰다. 돌진하는 상대에게 궁극기로 먼저 스턴을 걸고, '전류 방출'의 패시브를 통해 끊임없이 '폭풍의 표식'을 통해 스턴을 넣는다. 이 번개 폭풍을 뚫고 빅토르를 잡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빅토르를 잡아내도 가랑비처럼 내린 케넨의 표창에 그들의 옷은 이미 흠뻑 피로 젖어 있었다.

비록 경기는 다른 챔피언의 활약 덕분에 이미 기울어진 상태였지만, 프나틱이 8강 진출을 위해 준비한 '필살기'는 단점을 죽이고 장점을 살리는 전술적으로 뛰어난 픽이었다.

▲ 무엇을 선택하든 결과는 패배. 케넨의 가장 효율적인 한타 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