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많은 정글러들이 롤드컵에서 활약을 펼쳤다. 이제는 익숙해진 '벵 더 정글 갓 기' 배성웅, '세계 최고의 그라가스' 고동빈, 타이거즈 맏형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호진' 이호진은 세계에 한국 정글러의 수준이 여전히 최상위 포식자 위치에 있음을 알렸다.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은 롤드컵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정규 시즌 내내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다. 경기 내내 특유의 날카로운 눈매로 맵 곳곳을 살펴 아군 라이너들의 성장을 돕고, 성적 없이는 인정받기 힘든 한국에서 팀원의 큰 도움 없이 본인의 '실력' 하나만으로 LCK 정글 생태계의 정점에 근접했던 선수다.

완벽에 가까운 공격형 정글러. 부정할 수 없는 진에어 그린윙스의 에이스였던 '체이서' 이상현. 그가 롱주 IM을 선택한 이유와 앞으로의 포부를 한 번 들어보자.




Q. 팬들과 인벤 독자에게 인사 한마디 부탁한다.

꽤 오랜만에 인사하는 것 같다. 롱주 IM 정글러 '체이서' 이상현이다. 반갑다.


Q. 케스파 컵 이후로 휴식 기간이 길었는데, 뭘 하고 지냈나?

대회가 다 끝나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이들을 만났다. 가족이나, 친구들... 푹 쉬고 나서 11월 초부터 연습에 돌입했다.


Q. 케스파 컵과 IEM에 출전하지 않아서 팬들이 많이 걱정했었다. 그때 팀을 나가는 것이 확정됐었던 상태였나?

롤드컵 선발전을 끝나고, 한상용 감독님에게 다른 팀을 알아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감독님께서 다음 시즌에도 계속 같이 갈 팀원들로 대회 멤버를 구성했고, 그런 이유로 케스파 컵과 IEM에는 나가지 않았다.


Q. 팀을 옮기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었다. 진에어 그린윙스는 좋은 팀이지만, 내가 한곳에 머무르다 보니 발전이 점점 더뎌지는 것 같아서 다른 팀 생활도 해보고 싶었다. 그게 가장 큰 이유였다. 팀을 옮긴 것이 확실히 자극제가 된 것 같다. 진에어 그린윙스를 만나면 꼭 이길 것이다(웃음).



Q. 해외에서 제의가 많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을 택한 이유가 있나?

북미를 제외하고 모든 지역에서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처음 팀을 나왔을 때부터 한국에서 하고 싶었다. 리그 자체의 수준이 높다. 이곳에서 뭔가 더 증명하고 싶었다. 한국 팀이 자리가 많이 없어서 기다리던 도중 롱주에서 연락이 왔다. 아직 내가 보여줄 것이 많이 남았다.


Q. 현재 롱주 IM에 속한 팀원 중 친분이 있었던 선수가 있나?

나는 친한 선수가 없다. 진에어 그린윙스 선수들끼리만 친했다.


Q. '코코' 신진영과 '체이서' 이상현의 미드-정글 듀오에 기대가 많은데, 잘할 자신 있나?

(신)진영이 형과 나 둘 다 공격적인 성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김)태일이 형은 (이)창석 형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수비적인 성향이 강하니까 풍부한 경험으로 금방 호흡을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Q. 롱주 IM에 들어오기 전까지 신진영과 김태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나?

진영이 형은 CJ 엔투스에서 에이스로 꼽혀 잘하는 선수로 알고 있었다. 나와 호흡을 맞추면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태일이 형은 갱각이 조금 잘 나오던 미드 라이너였다(웃음). 농담이다. 굉장히 안정적이고 앞서 말했듯이 창석이 형과 비슷해서 금방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Q. 평소 승부욕이 강하기로 유명한데?

승부욕이 과한 것 같긴 하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좋게 작용할 수도 있고, 나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좋게 받아들인다면 원활한 피드백으로 실력이 빨리 늘 수도 있다. 부작용은 서로 안 좋은 감정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프로게이머라면 승부욕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승부욕이 너무 지나치면 안 좋을 수도 있어서 조금 줄일 필요도 있는 것 같다. 키보드를 내려칠 정도는 아니다(웃음).


Q. 신진영도 승부욕이 남다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호흡을 잘 맞춰갈 수 있을까?

내가 동생이니까 숨을 좀 죽여야 할 것 같다. 아직 이야기를 많이 안 해봐서 잘 모르겠다.


Q. 이창석도 형으로 알고 있는데...?

창석이 형은 낙천적이라 내가 매섭게 파고들어야 했다. 정글러는 라이너의 특색에 맞춰 플레이할 줄 알아야 한다(웃음).


Q. 프리 시즌은 어떤 것 같나?

사실 지금까지 해오던 챔피언들이 여전히 메타에도 잘 맞는다. 이번 시즌은 나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1티어 정글러 문도 박사도 원래 좋아했다. (여)창동이 형이 문도 박사를 잘했는데, 내가 옆에서 많이 보고 배웠다.



Q. 시즌 5와 프리 시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크게 바뀐 것은 없다. '협곡의 전령'과 특성, 아이템 트리만 조금 바뀌었다. 내 생각에는 '협곡의 전령'은 아직 그렇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효과를 보려면 초반 라인전 단계에서 먹어야 하는데 너무 강력해서 잡고 나면 꼭 귀환해야 한다. 억지로 먹었을 때는 그렇게 효율이 높지 않지만, 탑이나 미드 라인에서 유효 갱킹을 내고 먹고 귀환하면 좋다.

간단히 말하면, 내가 정한 갱킹 루트에 방해될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가져갈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그 시간에 내가 갱킹을 가거나, 시야 장악에 나서는 것이 훨씬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Q. 프리 시즌 좋은 챔피언을 하나 추천해 준다면?

알려진 것이 너무 많아서... 아 람머스가 괜찮다. 요즘 메타가 대부분 딜러를 선택해 '도발'에 한 번 걸리면 전사하기에 십상이다. 또 '최후의 속삭임'이 하향 당해 생존력이 엄청나게 올랐다. 나는 '천둥군주의 호령'을 쓰는데 강력하다.


Q. 이제 강동훈 감독의 지휘 아래로 들어갔는데, 한상용 감독과의 어떤 점에서 다른가?

한상용 감독님과는 생활을 오래 해서 말할 수 있는데, 아직 강동훈 감독님과는 불과 일주일 정도밖에 안 돼서 잘 모르겠다. 우리가 가끔 역전패를 당하면 한상용 감독님의 무서운 표정 사진이 여기저기 글에 등장했다. 실제로는 전혀 실력(?) 행사를 하지 않으셨다. 가끔 화나셨을 때 무섭긴 하지만... 멘탈을 잘 잡아주셨다.

면담할 때 "이건 좀 하기 싫은데..."라고 말하면 표정이 정말 매섭다. 감독님 주관이 뚜렷하셔서 안 하면 뒤에서 굉장히 날카로운 기세가 느껴진다(웃음).

강동훈 감독님은 말을 굉장히 재밌게 하시고 유쾌한 것 같다. 감독님이지만 다가가기 쉽다는 느낌을 받는다. 원래 감독님과 선수들 간에는 벽이 뚜렷하게 있는 법인데, 그 벽이 조금 낮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가끔 화나시면 무서울 것 같다.


Q. 롱주 IM은 코치 수가 진에어 그린윙스 보다 2명이나 많은데, 어떤 장점이 있나?

아직 많이 겪어보지 못했지만, 게임 내외적으로 세밀하게 체크해준다. 많으면 좋은 것 같은데 더 많아지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을 것 같다.



Q. 진에어 그린윙스를 나왔을 때 각오가 있었을 것 같은데?

이번 시즌이 나 자신에게 굉장히 유리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폼도 선수 생활 중 최고조라고 본다. 예전에 부족했던 모습도 보완했고,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롱주에서 새 출발을 하는데 다 처음 만나본 선수들이라 맞춰가는 단계긴 하지만, 열심히 노력한다면 팀으로 좋은 모습을 자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Q. 사실 프로게이머는 한해 한해가 정말 중요하다.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인데... 부진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

여태까지 내가 흘려온 땀방울과 앞으로 계속할 노력에 정말 자신 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명언이 있다. 나는 그 명언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만이 아닌 자신감으로 생각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줄 자신이 있다. 스프링 시즌에서 내가 기복이 조금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도 많이 고쳤다.


Q. 그럼 다음 시즌 목표는 어딘가?

당연히 롤드컵이다. 아직 해외 대회 경험이 없어 더 갈망하게 되는 것 같다. 다른 팀들도 리빌딩을 했고 어느 정도 비슷한 출발선에 섰다고 본다. 상위권을 노려보고 있다.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결승 무대를 스프링 시즌에서 새로운 팀원들과 함께 오르고 싶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뭣 모르던 나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키워주신 진에어 그린윙스의 조현민 전무님, 이정원 과장님, 한상용 감독님, 천정희 코치님, 진에어 그린윙스 선수 전원에게 감사하다. 이제 팀은 다르지만, 진에어 그린윙스에서 잘 지냈던 것처럼 자주 연락했으면 좋겠다.

또 처음부터 나를 응원해줬던 팬들에게 감사하다. 이번에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는데, 앞으로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할 테니까 변함없는 지지 부탁한다. 새로운 팀원들과 호흡을 잘 맞춰서 롤드컵이라는 꿈의 무대도 꼭 밟고 싶다. 올해에는 좋은 경험을 많이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