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만평은 협곡에서 창궐하는 비인가 프로그램, 일명 '헬퍼' 사용에 대한 내용입니다.

'더 빨리, 더 정확히, 더 높이'. 마치 올림픽 슬로건처럼 보이는 이 문장은, 최근 LoL에서 성행하는 헬퍼 유저들이 지향하는 슬로건과도 같을 것입니다. 랭크 게임의 목적인 높은 티어와 명예를 얻기 위해서는 같은 목적의 경쟁자들과 싸워 이겨야 하며, 그 과정의 길에는 멋진 승리만큼이나 숱한 패배의 좌절도 당연히 있기 마련입니다. 나의 위치가 올라갈수록 강한 상대를 만나게 되고, 그렇다보면 승리의 기쁨보다는 패배의 분노가 더 많이 남게 되기도 합니다. 혹은, 승부에 집중력을 쏟을 시간이 부족해 제대로 된 승리의 기쁨을 자주 누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죠. 경쟁의 정공법을 고집하는 것에 한계를 느끼게 된 많은 유저들은, 보다 쉬운 길을 탐색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을 위한 간편한 방법이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헬퍼는 불티나게 팔리며 발전을 거듭했고, 비로소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헬퍼의 창궐은 결국 라이엇게임즈의 운영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숱한 클라이언트 패치와 라이엇게임즈의 단속 활동이 있었지만, 새로운 헬퍼의 등장과 헬퍼 유저를 완벽하게 몰아내는 것은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헬퍼 판매와 카페 가입 유도가 양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도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방치되는 것 역시 주된 문제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에 지난 11일, 라이엇게임즈의 개발 총괄인 'TechSam'은 유저들에게 그동안의 대응 과정과 추후 이러한 이슈를 방지하기 위한 다짐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유저들이 내민 다양한 헬퍼 의혹 영상들에 대해 '아직까지는'으로 요약되는 라이엇의 입장 발표는 유저들의 가려움을 시원하게 긁어주진 못했습니다. 비인가 프로그램들이 시시각각 발전하는 지금, 라이엇게임즈 입장에서는 시스템적으로 완벽한 탐지를 구현하는 것이 힘든 입장이기도 합니다. 기술적, 제도적 문제로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라이엇게임즈와, 헬퍼 단속에 목마른 유저들의 어쩔 수 없는 답답한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심지어 유저들의 불만은 LoL로 명예와 생계를 유지하는 프로 게이머들에게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유저들로 하여금 LoL을 즐기기 힘들게 하고, 결국엔 e스포츠로서의 가치마저 실추시킬 수 있는 헬퍼에 대해 프로 의식치고는 지나치게 방관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유저들은 '프로 게이머들은 게임단이라는 소속에 묶인 만큼, 당연히 많은 리스크를 안은 채 개인적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는 의견으로 응수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와중, SNS를 통해 자신의 월급을 걸고 총대를 맸던 '캡틴잭' 강형우 선수는 '영향력 있는 목소리'에 다소 목말라 있던 유저들의 많은 격려를 받기도 했습니다.

금일 라이엇게임즈는 헬퍼 방지에 관련한 인벤팀의 질문에, '클라이언트 업데이트와는 별개로 적발 시스템의 꾸준한 업데이트를 약속한다'는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어쩌면 라이엇 입장에서 이는 완벽한 시스템이 구축되기 전까지 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약속이기도 합니다. 헬퍼에 의해 피해를 받는 유저 만큼이나, 혹시 모를 탐지 오류로 인해 실수로 정지를 당할 수도 있는 유저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기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는 라이엇게임즈의 입장. 그리고 헬퍼에 대해 '아직까지는' 보다 조금 더 실질적이고 시원한 해결을 촉구하는 유저들의 명분 있는 요구들. 발빠른 적발 시스템의 탑재로 인해, 서로가 답답한 지금의 구도가 하루 빨리 해결되길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