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리그 결승전 진출 자체도 굉장히 힘들지만, 한 팀에서 두 명의 선수가 동시에 결승에 가는 건 더더욱 힘들다.

스타2 개인리그가 생긴지 6년이나 지났지만, 팀킬 결승은 단 7번에 불과할 정도로 한 팀에서 두 명의 결승 진출자를 동시에 배출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kt 롤스터 역시 브루드워 시절부터 10년 넘게 e스포츠계에서 활동한 팀이지만 단 한 번도 팀킬 결승을 성사시키지는 못했다.

그런 kt 롤스터가 창단 이래 처음으로 팀킬 결승을 만들어냈다. 공허의 유산 이후 각성하기 시작한 전태양과 최근 극강의 포스를 내뿜고 있는 주성욱이 2016 핫식스 GSL 시즌1 결승전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둘 모두 최고조에 달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주성욱은 팀킬 매치에서 패배를 자주 겪었다는 점, 전태양은 결승 무대가 처음이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과연 두 선수는 자신들의 단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어떤 각오로 이번 결승전에 임하고 있을까?


Q. 창단 이후 처음으로 kt 팀킬 결승이 펼쳐지게 됐는데, 소감이 어떤가요?

전태양 : 팀킬 결승인 만큼 서로 굉장히 잘 알고 있기에 머리가 아파요. 상대가 얼마나 잘하는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기기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주성욱 : 팀킬 결승이지만 팬분들이 많은 기대를 걸고 계세요. 결승전답게 멋지고 재미있는 경기가 나왔으면 좋겠지만 팀킬 결승은 기대치만큼의 경기력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해요.


Q. 스타리그와 GSL을 합쳐 3명이나 결승에 올려보냈는데, 비결이 뭐라고 보시나요?

주성욱 : 군단의 심장 때부터 SKT가 개인리그를 잘하고 있었는데, 사실 우리 팀도 진작 그렇게 될 수 있었어요. 다른 선수들의 '포텐'이 실력에 비해 늦게 터진 것 같아요. (김)대엽이나 (전)태양이가 결승전에 올라가는 시기가 생각보다 조금 늦었죠.


Q. 주성욱 선수는 결승전에 많이 가 봤는데, 또다시 결승에 올라가니 느낌이 어떤가요?

주성욱 : 당시에 비해 지금은 마인드가 많이 바뀌었어요. 그때는 많이 조급했고, 무조건 우승해야겠다는 강박관념이 심해서 경기를 그르칠 때가 많았는데, 요즘은 편하게 마음을 먹으니까 성적도 더 잘 나오고 있어요. 그래서 더 편하게 경기하려고 생각 중이에요.


Q. 전태양 선수가 항상 '토스전 힘들다'고 말하는 게 주성욱 선수 때문이란 말이 있던데, 사실인가요?

전태양 : 일단 (주)성욱이 형이 절 힘들게 하는 건 맞지만 대엽이 형이나 (최)성일이도 테란전을 굉장히 잘해요. 다른 팀 프로토스 선수에 비해 굉장히 저를 힘들게 하고 있기도 하고, 사실 테프전 밸런스도 좋다고는 말을 못하겠네요.


Q. 군단의 심장까지는 잽만 있고 스트레이트가 없다는 말이 많았는데, 이제 그런 말은 쏙 들어갔어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전태양 : 연습할 때는 군단의 심장 때부터 견제로 잽을 날리다가 스트레이트를 날리는 식으로 플레이를 해 왔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대회만 나가면 스스로가 조급해지고 경기를 길게 가져가면 안되겠다는 불안감이 들어서 경기를 망쳤죠. 어느 순간부터 마음을 편하게 갖고 방송 경기에 점점 적응을 하자 그 이후부터는 게임 내에서 완급조절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Q. 프로가 마냥 마음 편하게 게임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인데, 뭔가 마음을 편하게 먹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전태양 : 사실 1년 전부터 손목에 통증이 심해지면서 언제까지 게임을 해야할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남은 기간 동안만이라도 성적에 구애받지 않고 즐기자는 생각으로 게임을 했더니 편하게 경기할 수 있게 됐어요. 그것이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Q. 주성욱 선수는 팀킬 매치에서 대부분 안 좋은 기억만 남았는데, 결승전이라는 큰 무대가 또 팀킬이 됐어요. 심리적으로 부담되진 않나요?

주성욱 : 예전에 한참 간절했을 때는 오히려 팀원과 대결하게 될 때마다 더 조급해지는 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팀원을 만났다고 해서 크게 개의치는 않아요. 말씀드렸듯이 제가 부담감을 많이 내려놨거든요.


Q. 공허의 유산 다전제에서 테란에게 진 적이 없어요. 타 종족전에 비해 테란전이 편한가요?

주성욱 : 대회에서는 게임 내에서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가 특히 중요해요. 군단의 심장에서는 주도권이 테란에게 있었기 때문에 제 테란전 성적도 좋지 않았는데 공허의 유산 이후에는 프로토스가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요소가 많아졌기 때문에 그 점이 주효했던 것 같아요.


Q. 전태양 선수는 결승전이 처음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간절할 것 같은데요?

전태양 : 당연히 우승이 간절하죠. 하지만 그걸 떠나 결승전에 팬분들이 많이 올 것이기 때문에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결승전에 어울리지 않는 경기력이 나올까봐 그게 더 걱정돼요. 많은 분들이 제가 0:4로 질 거란 예상을 많이 하시더라고요(웃음). 스스로 봤을 때도 제가 질 만한 요소들이 많은 것 같긴 하지만 결승전답게 멋있는 경기를 하고 싶어요.


Q. 결승전 연습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전태양 : 예전 LoL팀이 2개 있었을 때 쓰던 빈 방이 하나 있는데, 저랑 대엽이 형이 그 방으로 옮겨서 연습을 하고 있고, 성욱이 형은 (정)지훈이 형하고만 연습을 하는 중이에요. 다른 팀 선수들과의 연습은 하지 않고 있고요.


Q. 본인들 생각에 현재 테프전 밸런스는 어떻다고 보시나요? 만약 너프를 할 수 있다면 제일 먼저 뭐부터 너프하고 싶은지도 알고 싶네요.

전태양 : 제가 객관적으로 느끼는 밸런스상 테란이 저그한테 강하고 프로토스가 테란에게, 저그가 프로토스에게 강한 느낌이에요. 종족별로 뭔가 너프를 해야할 것 같기는 해요. 테란 입장에서는 차원 분광기가 너무 까다로워요. 차원 분광기에 암흑 기사를 태워서 때리다가 스캔을 뿌리면 멀리서 다시 태우고 도망가는데, 그 순간 테란 입장에서는 300원이 날아간 거나 마찬가지에요. 안 그래도 게임을 하면서 테란이 주도권 잡기가 힘든데, 차원 분광기 원거리 탑승까지 겹치니까 죽을 맛이죠.

주성욱 : 테프전 초중반은 확실히 프로토스가 주도권을 가지는 편이에요. 다만 중후반으로 넘어가면 테란도 할 만한 요소가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해방선이 굉장히 까다로운 유닛이에요. 추적자 셋을 보내도 해방선이 수호기 모드를 켠 상태라면 지기 때문에 교환이 정말 힘들어요.


Q. 주성욱 선수는 여러 커뮤니티에서 왠지 모르게 '주먹'이나 '근육', '몽둥이' 등과 엮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이미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주성욱 : 한 번도 방송에서 그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데 대체 왜 그런 이미지가 생겼는지 모르겠어요. 저보다 나이 적은 친구들을 때리기는 커녕 갈구거나 군기를 잡는 편도 아닌데 말이죠. 저는 오히려 정말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말을 잘 섞지 않는 편이에요. 커뮤니티에 널리 알려진 그런 이미지의 사람은 전혀 아닙니다.


Q. GSL이 끝나면 크로스매치가 열릴텐데, 누군가는 거기서 또 김대엽 선수와 팀킬을 하게 되는 상황이에요. 연속 팀킬이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요?

주성욱 : 아마 GSL 우승자가 대엽이와 붙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제가 팀킬에서 안 좋은 기억이 많기 때문에 이번에 태양이를 이기고 크로스매치에서 대엽이도 이겨서 복수를 하고 싶어요.

전태양 : 예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대엽이 형한테 0:3으로 진 적이 있어요. 대엽이 형이 연습 때는 뭔가 나사 하나 빠진 느낌인데 대회에서 굉장히 강하더라고요. 대엽이 형은 만나고 싶지 않고 저테전에서 테란이 좋기 때문에 박령우 선수를 만나고 싶어요. 아,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러려면 준우승해야 하는데... 그냥 대엽이 형이라도 만나고 싶어요.


Q. 개인리그 시즌이 줄어들어서 결승전에 임하는 각오가 더 남다를 것 같네요. 리그에 임하는 각오를 말씀해주세요!

전태양 : (정)윤종이 형이 말하길, 결승전에 한 번 가면 그 다음 결승전에 가기가 정말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어윤수 선수나 한지원 선수가 오히려 특이 케이스라면서요. 게이머 생활을 오래 했는데 그 경력에 우승이 없다면 나중에 은퇴하고 나서 아쉬울 것 같아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꼭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주성욱 : 게이머 수명이 타 직업에 비해 길지 않기 때문에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매번 눈앞의 경기를 정말 열심히 준비하기 때문에, 언제 올지 모르는 이번 기회를 꼭 잡을 생각입니다.


Q. 마지막으로 결승전을 기다리는 팬분들께 한 마디 해 주세요!

전태양 : 생애 첫 결승전인데, 경기력 면에서 현장에 직관을 오시는 분들을 만족시켜드릴 수 있을 만큼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많이 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현장을 찾아오신 분들의 기억에 계속 남을 수 있는 경기를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주성욱 : 태양이랑 경기 준비를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팀 내전이라고 재미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다함께 즐길 수 있는 결승 무대가 됐으면 좋겠어요. 최고의 테프전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할테니 많이 찾아와서 결승을 봐주셨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