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부터 하스스톤에는 어그로 덱이 함께했다.

저코스트 하수인 위주로 덱을 구성해 초반부터 물량 공세를 펼치는 어그로 덱은 영웅 능력으로 드로우를 볼 수 있는 흑마법사와 특히 잘 어울렸다. 특히 '레이나드'가 구상한 어그로 흑마법사 덱은 특별히 돈을 투자하지 않아도 쉽게 맞출 수 있는 보급형 덱이면서도 상당히 강력했기에 많은 유저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고, 이는 곧 '레이나드 흑마'덱이란 이름으로 한국에 알려졌다.

모든 어그로 덱의 아버지로 불리는 '레이나드'는 이번 하스스톤 서울컵 인비테이셔널에 초청을 받았고, 8강에서 위습과 아기 멀록을 넣은 굉장히 특이한 형태의 덱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서울컵 2일 차 4강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가진 인터뷰에서 '레이나드'는 누구보다 하스스톤을 사랑하는 선수답게 인터뷰를 하는 동시에 핸드폰으로 하스스톤을 플레이했다.


Q. 한국의 팬들에게 간단한 자기 소개를 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이번 대회를 하는 동안 저를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한국의 하스스톤 팬분들을 만나게 돼서 정말 기쁘네요.


Q. 한국에 온 게 처음인 걸로 알고 있는데, 직접 와 보니 어떤가요?

처음이에요. 항상 한국에 오고 싶었어요. 한국은 e스포츠의 성지와도 같은 곳인데 정작 하스스톤 관련해서는 올 일이 별로 없었거든요. LoL을 하는 제 다른 친구들은 대부분 한국에 다녀온 적이 있었고,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항상 한국에 와 보고 싶었는데 이런 기회를 얻게 돼서 정말 좋네요.


Q. 서울컵 인비테이셔널에 참가한 소감이 어떠신가요?

초대받아서 기쁘고, 또 참 멋진 대회라고 생각해요. 굉장히 강한 선수들이 모인 만큼 이기기도 힘들고 사실 대회가 야생전 포맷이라 연습을 많이 하지도 못 해서 4강전 자신감은 별로 없어요. 하지만 어쨌든 4강에 올라가서 기분은 좋고 최선을 다해서 경기를 할 생각입니다.


Q. 혹시 나중에 한국에서 온라인 하스스톤 대회를 연다면 거기에 참가할 의향도 있나요?

물론이죠. 온라인은 오프라인 대회보다 훨씬 플레이하기가 쉬우니까요. 상금, 대회에 참여하는 선수들이 누구인지, 대회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를 보고 참가를 결정할 것 같네요. 그리고 내가 경기하기까지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 하는지도요. 오랫동안 대기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Q. 한국 하스스톤 선수들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사실 한국 하스스톤 선수들에 대해서는 '크라니쉬'를 빼고는 잘 몰라요. 온라인 대회에서 만난 한국 선수가 한 명 더 있었는데, 누구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네요. 1년 반 정도 전에 만난 것 같은데 아마 그 선수가 이후 하스스톤을 꽤 오랫동안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 대회에 4명 정도 참가했던 것 같은데... 제가 그 한국인 선수를 이기긴 했는데 어쨌든 그 선수가 굉장히 잘했다는 건 기억이 납니다.


Q. 저도 궁금해지네요. 나중에 제가 꼭 찾아볼게요.

네, 좀 알아봐 주세요. 어쨌든 제가 아는 한국 선수는 '크라니쉬'와 그 선수밖에는 없어요. 너무 오래돼서 그 선수 이름이 기억이 안 나는데, 그전까지는 제가 한국 하스스톤에 대해 정보가 별로 없었지만 그 경기에서 정말 많은 걸 배웠고 다른 선수들도 대회에서 정말 잘하게 될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 '레이나드' 선수는 2015년 1월 21일에 펼쳐진 인벤 인비테이셔널에 참가해 패자전 결승에서 '레니아워' 이정환 선수를 상대로 3:2 승리를 거둔 적이 있습니다.


Q. 정규전 패치가 된지 시간이 약간 지났는데, 정규전 패치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새 카드로 플레이할 수 있는 만큼 굉장히 좋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직 메타가 정형화되기 전이기 때문에 다양한 덱이 나오고 있어서 더더욱 재미있고요. 나중에 최고의 덱이 발견되면 늘 그랬듯이 많은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불평을 하겠지만 지금은 새로운 덱들을 테스트하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Q. 정규전에서 할 만한 직업을 추천하자면 뭐가 있을까요?

주술사가 강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존 카드들의 성능도 상당히 좋은 편이고, 이번에 새로 받은 카드들 대부분이 굉장히 강력해요. 얼굴없는 화염투사는 게임을 터뜨릴 수도 있죠. 땅굴 트로그나 둠해머도 여전히 강력해요. 특히 둠해머는 반드시 너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코스트를 높여서 7마나 정도로요.


Q. 폭풍의 칼날 너프 이후로 도적은 완전히 죽었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선전하는 것 같습니다. 도적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도적은 아직 상당히 괜찮은 편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저 역시 블리자드의 폭풍의 칼날 너프에 찬성해요. 이전의 도적은 오로지 폭풍의 칼날을 주력기로 삼는 종류의 덱만을 써 왔으니까요. 모든 도적 덱이 폭풍의 칼날 위주로 돌아갔던 예전에 비해 지금은 도적을 상대하는 데 있어 훨씬 좌절감이 덜하기도 하고, 그 카드 없이도 도적 역시 다양한 덱을 구성할 수 있거든요. 폭풍의 칼날이 너프 됐지만 여전히 도적은 충분히 좋은 직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Q. 어그로 흑마법사가 정규전 패치 이후 하향세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어그로 흑마법사의 창시자로서 돌파구가 있다면 뭐라고 보시나요?

예전에 비해 힘이 많이 빠졌죠. 지금은 어그로 흑마법사가 다른 덱과 경쟁을 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과거의 악마 하수인을 앞세운 어그로 흑마법사는 초반 템포를 빠르게 가져갈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직업 중 하나였지만 이젠 다른 직업들도 초반에 내세울 수 있는 좋은 하수인을 많이 갖게 됐죠. 그만큼 흑마법사의 다른 형태의 덱과도 경쟁을 해야 하고요. 여전히 어그로 흑마법사는 괜찮은 덱이고, 좋은 카드도 여럿 얻었지만 유령들린 거미와 네루비안 알이 없어진 지금 확실히 예전에 비해서는 힘이 약해졌어요.

어그로 흑마법사는 상대 직업이 뭐냐에 따라 위상이 크게 갈린다고 생각해요. 어그로 주술사를 상대로는 초반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는 어그로 흑마법사가 상당히 좋은 덱이죠. 따라서 등급전에 주술사가 많아진다면 어그로 흑마법사의 힘도 덩달아 강해질 겁니다. 다만 지배당한 주민, 화염 임프, 어둠의 행상인을 제외한 초반 하수인 대다수가 사라진 현재 어그로 흑마법사가 가장 강력한 어그로 덱이라고 보기는 힘들고, 가장 좋은 흑마법사 덱은 현재 리노 잭슨 덱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여전히 어그로 흑마법사 덱을 짤 방법은 많죠. 예를 들면 어둠골 사서와 자락서스의 주먹을 넣어서 극한의 어그로 덱을 만들거나, 토큰형 하수인과 바다거인을 넣어 조금 템포를 천천히 가져가는 덱을 짤 수도 있고요. 현 상황에서 가장 좋은 어그로 흑마법사 덱을 찾는 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Q. 개인적으로 이번 확장팩에서 꼽는 가장 좋은 카드들을 고르자면 뭐가 있을까요?

딱 집어서 어떤 게 OP카드라고 고르긴 힘들 것 같아요. 특정 덱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카드는 있지만 언제나 옳은 카드는 없다고 보거든요. 예를 들어 리노 잭슨 자체는 아무 덱에나 넣어도 힘을 쓰는 카드는 아니지만 리노 흑마법사같은 특화 덱에서는 굉장한 힘을 발휘하죠.

범용적으로 강한 카드라면 크툰이라고 생각해요. 도적 전설 카드인 자릴이나 마법사의 얼굴없는 소환사도 굉장히 강한 카드지만 대부분의 카드가 그렇듯이 어떤 덱을 짜느냐에 따라 이 카드들의 힘도 많이 갈릴 거예요. 각 직업마다 저마다의 OP카드가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론 빛의 군주 라그나로스의 효과가 꽤 재미있어서 그 카드를 제일 좋아합니다.


Q. 크툰 덱에 대한 의견도 듣고 싶네요. 확장팩의 메인 카드이기도 한데, 크툰 덱이 새로운 메타가 될 수 있을까요?

크툰을 쓰는 덱 중 진짜 경쟁력이 있는 덱은 1~2개 정도라고 생각해요. 일단은 드루이드가 가장 강력하다고 생각하고, 그다음이 전사나 사제 정도라고 봅니다. 드루이드나 전사 크툰 덱은 상당히 강력하지만 다른 직업은 그만큼의 힘을 쓰지는 못할 거라고 봅니다.


Q. 템포스톰 팀의 단장이기도 한데, 하스스톤 팀 운영에 있어 고충은 없나요?

있죠. 제 대부분의 시간을 팀 운영을 위해 할애하기 때문에 정작 제가 대회에 나갈 때는 준비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그런 모든 것들보다 팀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죠. 다른 팀원들이 경기에서 이기는 걸 정말 좋아하고, 그때마다 뿌듯해요. 제가 팀을 발전시킬 때마다 e스포츠에 공헌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Q. 앞으로의 하스스톤에 있어 바라는 점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더 잦은 패치를 원했기 때문에 이미 블리자드에 그런 걸 물어봤는데 패치는 1년에 3번 이상을 하지는 않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이미 그렇게 마음을 굳힌 것 같았어요. 꽤 실망스럽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제가 하스스톤에 뭔가를 기대하기에 앞서 아마 개발자들부터 스스로 뭐가 필요한지 알고 있긴 하겠지만 패치를 더 자주 했다면 좋겠다는 생각은 계속해요.

무엇보다 블리자드에서 몇몇 카드들에 대한 자신들의 철학을 바꿨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단검 곡예사나 화염 곡예사같은 카드들과 더 나아가서 이글거리는 박쥐, 왕두꺼비같은 그런 형태의 카드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 말이죠. 확장팩이 나올 때마다 계속 그런 종류의 카드를 만들어서 뭘 기대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앞으로는 그런 카드를 내지 않기만 바랄 뿐이죠.


Q. 랜덤 대미지를 주는 카드를 싫어하는 것 같네요.

정확히는 빠른 타이밍에 등장하는 랜덤 대미지 카드를 싫어하죠. 크툰은 문제 될 게 없어요. 랜덤 대미지를 주긴 하지만 후반부에 등장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승리를 결정짓지는 않으니까요. 사실 전에 하스스톤 RNG(Random Number Generator, 난수 발생기)의 좋은 예와 나쁜 예를 보여주는 동영상을 만든 적이 있어요.

나쁜 예의 경우 2턴에 RNG 카드 때문에 스노우볼이 굴러가 이미 승패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죠. 그런 상황은 게임에 있어서 굉장히 좋지 않은 요소라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후반형 RNG 카드는 괜찮은 편이에요. 후반형 RNG 카드 중 나쁜 예는 산양 사육사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고 봅니다.


Q. 좋은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팬분들께 한 마디 해 주세요!

한국은 방문하기에 정말 멋진 나라였어요. 사람들도 아주 친절했고요. 한국에 제 팬이 얼마나 있는지 전혀 짐작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 대회에서 이렇게 많이 저를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