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는 게임스컴 현장에서 각국의 미디어를 초청해 배틀필드1의 '시나이 사막' 32 대 32 정복 모드를 플레이할 수 있도록 했다. 아시아에서는 인벤이 유일하게 한 슬롯을 받아 플레이할 수 있었다.

EA의 거대 부스가 자리한 6홀에 들어서면 게임스컴 시큐리티와 EA의 시큐리티가 뒤섞여 흡사 청와대 뒷길을 보는 듯한 삼엄한 경비를 하고 있다. 가방 검사를 하고, NDA(Non-disclosure agreement)를 작성한다. 디즈니처럼 카메라 렌즈에 촬영 방지용 스티커를 붙인다거나 카메라 배터리를 빼가지는 않지만, 괜히 위축되는 분위기다.

모든 기자에게 일일이 스태프가 붙어 NDA 조항 중 중요 조항을 읽어주고 두 세 번 고지를 한 다음에야 비로소 사인할 수 있었다. 시연장은 6개의 컴퓨터가 한 줄로 구성되어 있으며 계단식 대학 강의실처럼 위로 뻗어 있는 형태다.

EA는 게임스컴에 앞서 모든 기자에게 자신이 직접 플레이한 영상을 담아갈 수 있도록 외장 하드를 가지고 오도록 했다. 일상적인 핸즈온과 다르게 직접 레코딩을 해서 하드에 넣어가는 방식이 아니고 하드를 PC에 연결하면 EA 기술팀이 별도의 작업을 거쳐 영상을 하드에 넣어주는 방식이다.

하드를 PC에 연결하고 기술팀들이 PC마다 돌아다니며 작업을 하기 시작하면 기자들을 부스 뒤편에 마련된 영화관으로 간다. 가서 다시 한 번 NDA 조항을 읽어주고,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강조한다.


전투 개시 시나이 사막
Conquest 모드

사전 작업을 마치면 드디어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잡을 수 있다. 오늘 체험해볼 시나이 사막 맵은 전통적인 거점 점령전이다. 각 맵에 위치한 거점을 누가 많이 차지하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배틀필드1'에서는 점수를 얻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다. 적을 사살하거나, 거점을 점령하거나, 지키는 등 행동으로 획득하는 점수가 있으며 점령한 거점에서는 점수가 발생한다.



■ 병과 선택

돌격병은 기관단총과 샷건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집속수류탄이라든지, 대전차 지뢰 등 대차량 장비를 소지할 수 있어 기회만 주어진다면 차량 파괴(Destroy Vehicle) 보너스 점수도 얻을 수 있다. 물론 나는 차량을 노리다가 차량 기관포에 분쇄되는 게 일상이었지만. 돌격병은 자신의 전투 능력이 뛰어난 대신 아군을 지원하는 능력은 없어 적절한 병과 분배가 필요하다.

의무병은 말 그대로 아군을 회복, 소생시키는 남자 나이팅게일이다. 구급상자와 구급낭을 소지할 수 있으며 파편 수류탄, 연막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소생시킬 때 주사기를 사용하는데 이 주사기를 적군에 대항하는 근접 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다.

보급병은 경기관총을 들고 다니며 탄약 보급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고정형 함정으로 크레모어 같은 폭탄을 소지할 수 있고 독가스도 쏠 수 있다. 독가스를 사용하면 해당 지역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는 방독면이 강제된다. 정찰병은 저격용 총을 들고 다닐 수 있고 현대전의 무반동총 같은 대전차총도 쏠 수 있다.

전장에 투입됨에 앞서 클래스와 무기 등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 시연 버전이기 때문에 무기는 각 병과 별로 4개에서 많으면 8개 정도로 그 선택의 폭이 매우 적다. 파생형 무기의 경우 정식 버전에서 볼 수 있다는 친절한 안내 멘트도 뜬다. 시연 버전은 오스만 제국과 영국의 전투로 꾸며졌다. 나는 오스만의 병력으로 전장에 뛰어들었다.

▲ [병과 선택 및 무장 선택]

병과는 돌격병, 의무병, 정찰병, 보급병이 있으며 상황에 따라 전차병, 포수, 조종사, 폭격수, 기병으로 변하기도 한다. 병과는 게임 중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전차 조종석에 앉으면 전차병이 되며 전차 포를 운용하면 포수가 된다. 한 전차에 탄 인원은 하나의 분대로 인식하기 때문에 내가 상대를 파괴하지 않아도 어시스트 점수를 획득하게 된다. 물론 파괴하면 사격 점수를 더 얻는다.

복엽기도 마찬가지다. 복엽기는 제공기, 폭격기, 공격기로 분류되어있는데 플레이어가 하는 역할은 비슷비슷하다. 복엽기에 탑승하면 조종사가 되고 복엽기의 무기칸, 폭탄 투하 칸에 탑승하면 포수가 된다. 전차와 마찬가지로 한 분대로 묶인다.

말에 탑승하면 기병이 된다. 기병이 되면 내가 무슨 근접무기를 가지고 있든 간에 사브르를 휘두르게 된다. 개인적으로 야전삽을 휘두르는 기병 돌격을 기대했지만…. 맵에 등장하는 말의 개체 수는 리스폰 될 시에 결정되므로 삼국지에서처럼 기병대가 돌격하는 모습은 연출 할 수 없다. 다만, 장난삼아 팀원들과 합을 맞췄더니 10여 기 정도의 기병 돌격은 가능했다. 거대 병기인 무장 열차에 순식간에 날아가긴 했지만 말이다.

[▲ 키트를 획득해 플레이할 수 있는 화염 방사병]




■ 사브르 돌격

전투가 시작되면 거점에서 병기를 선택할 수 있다. 중전차, 경전차, 오토바이, 말, 복엽기 등이 있는데 선착순으로 선택한 사람부터 타고 나갈 수 있다. 더 이상 고를 병기가 없으면 자신이 선택한 병과로 리스폰 된다. 열심히 뛴다면 병기에 탑승해 수로 전장까지 이동할 수 있다. 병기 자체에서 리스폰 하는 것도 가능하다.

나는 말을 선택했다. 배틀필드 시리즈에 처음으로 등장한 기병 돌격을 해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사막과 말이 참 잘 어울린다. "나는 살라딘이다!"라고 외치려다가 괜한 테러분자로 보일까 봐 관뒀다.

기병은 일격필살의 사브르를 사용한다. 말은 직선 운동력이 매우 뛰어나다. 경전차보다 직선 운동 능력이 더 뛰어나 기습용으로 굉장히 적합하다. 훌륭한 직선운동의 충격력으로 단 한 방에 적을 요단 강까지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선회 능력이 매우 부족해 공격에 실패할 경우 후방 및 측면에서 사격에 무방비로 노출돼버린다. 고위험-고수익의 전형적인 공격 방법이다.

실제로 우리 편이든 상대편이든 돌격 시 소화기에 고기 방패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기병은 기동력을 살린 기습이나 우회 공격으로 활용하는 편이 좋다. 중전차나 보병 전열이 정면에서 엄호 및 공격을 할 때 후방에서 긁고 지나가는 전략이 유효하다.

그러나 생각보다 충격력에 의한 타격감은 적었다. 오히려 장착하고 있는 권총으로 쏘면서 돌격하는 방법을 더 많이 사용한 것 같다. 프랜차이즈 최초라서 엄청나게 기대하기는 했지만, 평범한 콘텐츠다.

[▲ 같은 돌격이지만, 느낌은 많이 다른 착검 돌격]


[▲ 아무리 기동성이 좋다지만 차량에 붙으면 비명횡사한다]




■ 다양한 전략의 발견

전투는 사방에서 계속해서 발생하나 거점 주변에서 특히 치열하다. 거점을 두고 '힘 대 힘'싸움이 일어나는 게 가장 일반적인 전투다. 돌격병과 돌격병, 전차와 전차 등이 엉키고 설치면 의무병들은 그사이를 뛰어다니고 거점 근방의 정찰병들은 저격을 시도한다.

최전선이 아닌 적의 거점에 폭격기가 폭격을 시도하고 근처에 포복으로 숨어있던 지원병이 부비트랩을 설치해 후방 교란을 시도할 수도 있다. 우리 돌격병이나 주공이 올 때까지 정찰병이 저격으로 적의 거점 접근을 견제하면서 말이다.

▲ [고정 화기로 비행기 격추!]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맵 고정형 화기들도 다수 존재한다. 대전차포, 대공포, 박격포, 기관총이 맵 특정 부분에 위치한다. 대전차포는 발포하면 수동으로 장전을 해주는 모션이 나오는 데 군 생활이 생각 날 정도로 세세한 연출이 돋보였다. 대공포로 상대 적기를 맞추면 적기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궤적을 볼 수 있다.

또한, 상대의 전차를 무력시키위해 폭파하는 방법 외에도 궤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궤도를 무력화하면 전차는 기동력을 잃어버리고 그 상태에서 크고 좋은 표적이 돼버린다. 궤도 무력화 말고도 포탑 무력화로 포를 발사할 수 없게 할 수 있다. 물론 측면에 위치한 기관포는 쏴진다.

이렇게 모두 '배틀필드1'을 처음 플레이하는 사람들이었음에도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접근 방법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정식 출시되어 많은 사람들과 프랜차이즈 팬들이 머리를 모은다면 엄청난 전략과 다양한 접근 방법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게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진급'을 했다. 처음에는 진급하면 트레일러에 등장하는 정예 병과가 되는 줄 알았는데, 거점에 생성되는 병과 키트를 획득함으로써 정예 병과로 변할 수 있었다. 화염 방사병과 엄청난 장갑으로 무장한 파수병 그리고 전차 사냥꾼이 등장한다.

[▲ 예비군가서 대공 사격 교육을 꾸준히 받았다면...]




■ 저것은 무엇인가... 거대 병기, 무장 열차

신나게 영국군을 몰아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무장 열차가 등장해 우리 편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시나이 사막은 맵 중앙에 각 거점을 연결하는 형태로 철도가 놓여 있는데 이 위에 상대의 무장 열차가 등장한 것이다.

무장 열차는 웬만한 대전차 무기로 때려도 내구도가 잘 내려가지 않으며 접근하기조차 힘든 거대 병기다. 우리 중전차들이 철갑탄을 날려도 중전차 장갑에 벌집만 생길 뿐.

배틀필드1은 맵마다 등장하는 거대 병기가 다르다. 거대 병기는 따로 소환하는 방식이 아니고 전황이 어느 진영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경우 자동으로 열세 진영에게 주어진다. 역전을 노릴 수 있는 장비를 제공함으로써 승패가 결정되어 게임이 지루해지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러한 거대 장비를 개발사인 DICE에서는 '베히모스'라고 부른다.

[▲ 무장 열차 등장]

무장 열차가 등장하자 개발사의 의도대로 영국군은 무섭게 점수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철도 근방의 거점은 순식간에 영국군의 손으로 들어갔다.

시나이 사막 맵에는 모래폭풍이 구현되어 있는데, 모래폭풍으로 들어가면 시야와 소리가 제한된다. 방독면을 썼을 때와 비슷한 상황인데 방독면과는 다르게 정조준은 가능하다.

그래서 모래폭풍을 이용하여 무장 열차에 접근하여 수류탄을 잔뜩 먹여줄 생각으로 나를 비롯한 6명은 포복으로 모래폭풍 속을 기어갔다. 하지만 무장 열차가 끊임없이 발사하는 눈먼 기관총에 6명이 모두 전사하고 말았다. 이후 오스만 제국은 수세로 전환해 거점을 지키기로 마음먹었다.

[▲ 모래폭풍에 휩쓸리면 잘 안 보인다.]




■ 미안하다... 승무원들아.

사망 후 리스폰 될 때 병기를 고를 수 있다. 무장 열차를 견제하기 위해 폭격기를 골랐다. 함께 죽었던 동료 중 2명이 내 폭격기에 폭격수로 올랐다.

'배틀필드1'의 비행은 시리즈 전통의 조작과 비슷하나 조금 더 가벼운 느낌이다. 조금 빨라진 '에이스컴뱃'의 조작감이랄까? 복엽기다 보니 롤 후에 피칭하는 느낌이 묘하다. 급박한 움직임이 아니라면 요잉으로만으로도 충분히 조작할 수 있어 보인다.

폭격기를 탄 우리는 열차 위에 폭격하기 위해 날아갔다. 직선으로 열차를 보고 가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연기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기수를 낮춰 지상을 확인해보니 고정형 대공포가 우리를 조정하고 있었다. 검은 연기가 눈앞에 끊임없이 생성됐다. 폭격수가 폭탄 몇 개를 지상으로 내려보냈지만, 적중시키지는 못한 것 같았다.

[▲ 낙하산을 타고 하강한다.]

더 근접하면 추락할 것 같아 급하게 계곡 지역으로 선회했다. 계곡 지역이라면 대공포에서 안전할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미숙한 내 조정실력은 좁고 높낮이 변화가 심한 계곡지역에서 한계를 드러내면서 절벽에 그대로 충돌하고 말았다. 보이스 챗을 통해 엄청난 비웃음이 들려왔다. 너무 창피하여 연신 '스미마셍'을 연발했다. 미안, 일본인들. 못하면 당신들인 척했어

리스폰이 된 후 철도에서 조금 먼 거점을 필사적으로 방어하고 했다. 의료병이 돼서 거점 근처에 의료상자를 던져놓으니 아군의 억지력이 높아졌다. 지원병은 부비트랩을 거점 근처에 설치했다. 게임 초반에는 돌격병과 정찰병 일변도의 병과 선택이었지만, 게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모두 상황에 맞춰 병과를 선택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와중에 무장 열차가 파괴됐다는 알림이 떴다. 나중에 고정형 박격포와 아군 중전차들의 전차포로 파괴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오스만 제국이 승리했다.

[▲ 이겼다. 이겼다.]



러시모드 플레이 영상 모음
Rush 모드


















발매는 10월 21일

배틀필드1은 매력적인 게임이다. 전세를 뒤엎는 각종 탑승 장비, 베히모스 그리고 전략적인 맵 설계까지. 특히 독특하고 거대한 탑승장비들은 게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역할도 한다. 무엇보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여러 사람이 한데 모여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여러 사람이 모인다는 점은 멀티를 할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시연 버전에서는 안타깝게도 기대했던 해상전은 플레이해보지 못했다. 그러나 시나이 사막에서 펼쳐지는 몇 번의 전투는 전투마다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전략을 끌어내도록 유도했다.

FPS의 매력을 '둠'처럼 파괴의 미학으로 정의 짓는 사람도 있을 테고 '콜 오브 듀티'처럼 연출의 현실적인 경험으로 규정짓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혹은 '바이오 쇼크'처럼 세계관의 1인칭 체험으로 규정지을 수도 있고. 그러나 배틀필드는 언급한 게임과는 조금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배틀필드'시리즈는 '배틀필드1942'를 필두로 한 정식 넘버링 시리즈와 다양한 외전을 통해 '멀티 플레이'가 줄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강점으로 발전해왔다. 이번 작에서는 아무도 도전하지 않던 1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하기 위해 더 빠르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도록 게임을 변화시켰다. 속도감 있는 진행과 멀티 플레이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경험. 나는 만족했다.

또한, 기존 시리즈와 다르게 버그가 줄었다고 디렉터가 호언장담할 만큼 사전 준비를 열심히 했다고 한다. '배틀필드1'은 PC와 PS4, XBOX ONE으로 출시되며 일반사용자는 10월 21일, 디럭스 구매자는 18일부터 게임을 즐길 수 있다.